100대 명산

독고철 조령산행기 (1017m)

독고철 2014. 5. 19. 16:35

 

조령산 (1017M) 넘기

 

2004년4월 그러니까 10년전 올라가줌 친구들과 이화령에서 제3관문지나 제1관문까지까지 7시간에 주파한 기억이 새롭다. 이화령은 해발 548M로써 조령산의 허리쯤 된다. 10년전 이 산을 진눈깨비 오는 고약한 날씨 속에11명의 남녀 혼성팀이 바위에 매달리고 온 몸흙칠을 해가며 나딩굴던 생각이 새롭다.

 

이화령은 10년전과는 판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고개마루에 안내 간판도 없었고 들머리에는 입산금지 붉은 줄만 쳐져 있었다. 세월에 많이 변한 것인지 백두대간을 하는 많은 산꾼들이 모이는 장소라서인지 우선 이화령 정상에는 백두대간석이 자리를 잡았고 곳곳에 편의시설이 깔끔하게 잘 준비되어 있었다.

 

 

 

 

 

  * 이곳이 시작 점이다.

 

 

09시40분 산행을 출발했다. 터널을 지나 문경쪽에서 좌측 데크길을 따라 걷다가 곧바로 백두대간 길을 제대로 돌파한다며 경사가 심한 봉우를 향해 세게 올려 붙였다.

 

산악회 산행은 대체적으로 선두대장이 바람소리를 날리며 달려나가면 대표선수들 몇이 대장에 뒤질세라 바짝 붙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조금 떨어져 필자와 같은 사람이 중간 그룹을 이루며 마지막으로 후미그룹과 후미대장이 마무리로 따라 붙는다.

 

숨을 헐떡이며 몹시 고약한 작은 정상에 올라 앞서 가는 사람들의 방향을 쫓아 부지런히 능선 길을 걸었다.  앞서 있는 사람들이 4명 정도 보였으니 당연히 옳은 길로 가겠거니 믿으며 선두와의 격차를 줄이려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러나 산행시간이 흐를수록 이상스럽게 후미 인기척이 없었다. 또 한 가지 의문은 훤하니 뻗어 있어야 할 백두대간 길 치고는 낙엽 쌓인 소로가 썩 내키지 않았고, 조령산은 위로 치고 올라가야 했는데 하염없이 아래로 내리꽂는 것이 이상했다. 조령산 정상까지 1시간30분 걸리는 거리인데 래도 의심스러웠다.

 

중간그룹 선두가 길을 잘못 들어 6명의 길 잃은 산악회 말로 “알바생”이 발생한 것이었다. 그 중 5명은 1시간 남짓 왔던 길을 되돌아 올랐다, 필자는 연풍까지 내려가서 다시 이화령으로 이동하여 새로 시작하거나 산행을 포기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여 혼자서 하산을 강행했다. 산을 오래 동안 타면서도 이런 낭패를 본 적이 없데 제대로 “알바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도로까지 하산했다. 아침에 이화령으로 오르던 도로이다. 이화령은 문경까지 산아래쪽에 터널을 뚫려 구 길인 이 도로는 오가는 차량이 매우 적었다. 올라가는 차를 얻어 타보려고 기다리다가 시간이 아까워 이글거리기 시작한 기름내나는 아스팔트 길을 따라 정처 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가끔 지나는 차량에 손을 들어 태워달라고 손을 들어 보았지만 사람 없는 길에서 배낭 둘러 맨 사람을 냉큼 태워주는 차량은 없었다. 굽이굽이 끝이 없어 보이는 길을 “아직은 포기 할 때가 아니다.“라고 자위하며 부지런히 올랐다. 얼마나 올랐을까? 차 소리에 돌아보니 썩음썩음한 구식 봉고 한 대가 낡은 엔진소리를 내며 아래쪽에서 올라 오는 것이 보였다.

 

영화에서 하이재킹은 미녀가 치마를 걷어 올리며 손을 드는 것인데 다급한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모자를 벗어들고 우선 크게 양팔을 흔들었다. 언덕을 오르던 차를 세워 나그네를 태워주기란 그 누구도 쉽지 않은 일인데 다행히 나이가 비슷한 또래의 영감들 덕에 고개 중턱에서 낙오된 일행은 이화령까지 차량으로 이동했다.

 

11시 이화령에서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일행은 9시40분 출발했는데 필자는 11시이니 1시간 20분 지연되어 출발하는 것이다. 게다가 초장에 힘을 소진해서인지 산을 오르는 다리가 무겁고 호흡이 고르지 못했다. 원래 산행코스는 이화령-조령산 -신선암봉-제3관문 -마패봉-신선봉-소조령 주차장 으로 6시간30분 계획되었다.

 

A급 산악회 일행들을 따라 붙지는 못하겠지만 최선다해 집결지인 소조령 주차장에 4시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무리한 강행군을 마다 할 수 없었다. “마패봉과 신선봉은 포기하고 제3관문까지다.

 

 

  * 조령산 정상 : 아직은 여유가 있다.

 

 

 * 조령산 정상에서 본 제3관문 까지의 암릉들

 

 

조령산 정상을 12시10분에 돌파했다. 그곳에서 김밥 한 줄로 허기를 채우고 그때부터 제3관문까지 유난히도 고약스러운 조령산 오르내림을 시작했다. 작은공룡이라지만 신선암봉 구간까지 오버페이스한 필자에게는 어찌 그리 힘들던지 봉우리 하나 넘으려면 2-3번은 심호흡을 하며 가던 길을 멈추었다.

 

 

 

 

 

 

  * 조령산 암릉 구간은 거의 로프가 걸려 있고 가벼운 리찌도 필요하다

 

 

 

* 신선암봉 이곳부터 오버페이스로 허물어졌다.

 

 

 

다행이 10년전 진눈깨비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일대의 비경을 눈에 담으며 “오기를 참 잘했다.”라며 위안 삼을 수 있었다. 13시37분 신선암봉을 돌파하자 후미 대장이 눈에 들어온다. 알바 6인중 필자가 2번째 통과자라며 주차장까지 남은 거리 3시간이니 힘을 내보란다.

 

그 때부터 조령 제3관문까지 산행을 하며 그렇게 힘들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조금만 오르막을 올라도 호흡이 거칠어지고 두 다리는 소가 버티듯 진을 거부했다. 오버페이스에 따른 급격한 체력저하와 오른쪽 무릎쪽에 통증이 있어 산행에 애를 먹었다. 집결지에 4시까지 가야 한다는 목적의식도 시간이 지나면서 최선을 다해보지만 집결시간은 포기하고 안전산행을 해야 한다 로 바뀌었다.

 

필자는 통상 산행을 하면 정상까지 원만해서는 쉬지 않고 오른다. 산행시간이 길어도 중간에 쉬지않고 꾸준히 마지막까지 완주하는 스타일의 산행을 하건만 그 날 만큼은 숨 쉴 때마다 단내가 나고 평상시 같으면 2병이면 충분했던 식수가 턱없이 모자랐다.

 

  * 제3관문 

 

 

16시23분 제3관문에 도착했다. 친구들과 산에 오르며 유독히 힘들어 하는 친구를 보며 “왜 저럴까? 그냥 걷기만 하는 것인데...” 그렇게 생각했던 오만함이 오늘처럼 후회스러운 적이 없었다. 목적지에는 5시 정각에 도착했다.

9시40분 산행시작에서 8시간 20분 동안은 필자에게는 매우 힘든 산행아었다. 미안하게도 일행중 필자 뒤로 1인을 제하고는 모두 제시간에 산행을 끝내고 가벼운 뒷풀이를 하고 있었다.

 

뒤처진 알바 4인도 오버페이스로 산행을 마무리 하지 못하고 신선암봉에서 후미대장이 탈출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단한 하루였다. 또 오버페이스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절실하게 느낀 하루이기도 했다. 다음주는 지리산을 예정 했지만 무릎 상태도 그렇고 안정을 취하며 정상이 되도록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

 

맑게 개인 전망과 소공룡 암릉 1.2km은 그중 백미였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