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국토종주

전야 (광진교-양재천-탄천라이딩)

독고철 2015. 5. 10. 10:43

 

 

전야 (광진교-양재천-탄천라이딩)

          

금요일인 5월8일 어버이날을 맞아 여의도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막내가 빠진 네 형제가 저녁식사를 했다. 어머니 앞에서는 다들 어린 아이 같이 응석을 부리지만 적지 않은 중년의 나이들이 되어버린 모습으로 묻지는 않아도  어느새 이리 세월이 흘렀나 싶다. 지금처럼 어머님이 건강한 모습으로 자식들 곁에 오래 계셨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팔십을 넘기시고는 예전과 다른 걸음걸이와 자주 피곤해 하시는 모습으로 치매만은 피하고 싶다는 어머니 말씀에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웨이트 동생이 어버이날을 맞아 귀국해 어머니를 시고 갔다. 성격이 너그럽고 정이 많은 동생은 어머니가 가장 편해 하는 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들둘보다는 말이 통하고 잔 정이 많은 딸이 하나쯤 있는 가정이 자식으로 키울 때나 노후에 말 벗으로나 다들 낫다고 하나보다.

 

5월9일 토요일 숙면을 했는지 이른 새벽 눈을 떴다. 언제부터인가 잠을 깨면 좀처럼 다시 잠에 빠져들기 렵다. 별다른 고민이 없으면서도 이런 저런 생각에 몸을 뒤척이다가 달 밤 체조격으로 매일하는 40분간의 몸풀기로 아침을 맞이했다.

 

내일은 예정된 병원스케즐이 시작된다. 다들 별것 아닌 간단한 수술이라고 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인셈이다. 

 

가볍게 아차산에 갈까 준비를 하다가 중년이 되어 시작한 싸이클에 마음이 끌려 7번째의 라이딩을 준비했다.

병원만 아니었으면 오기를 부려서라도 벌써 남한강 종주를 시작했을텐데 시간은 앞으로도 넉넉하다는 넉두리를 담아 7시30분 광진교를 건넜다.

 

 

양재천의 끝나는 과천시내 

 

 

당일 코스는 한강의 지천인 탄천을 목표로 잡았다. 한강에는 큰 지류 하천이 몇개 있다. 동두천까지 뻗친 중랑천, 걸어서만 가능한 시내를 관통하는 청계천, 아산병원과 잠실 사이에서 시작해서 남한산성까지 이르는 성내천, 구리시를 지나 진접면까지 이르는 왕숙천이 있다.  또 잠실운동장 옆에서 관악산과 청계산 사이를 향해 강남을 가로질러 과천시까지 달리는 양재천이 있고, 같은 곳에서 출발하여 성남시와 분당, 죽전까지 이르는 탄천이 있고.  목동을 끼고 달려 안양에 이르는 안양천이 있다. 작지만 성산에서 시작해 홍제동에 이르는 홍제천이 그것이다.

 

광진교에서 천호대교를 지나 잠실 고수부지를 힘차게 달려 잠실운동장을 끼고 탄천에 들어섰다. 나이들어 자전거라고는 7번째 타는 길이었지만 젤이 붙은 팬티를 입고부터는 심하게 괴롭히던 엉덩이 통증도 그리 문제가 되질 않았고 싸이클이라자전거에도 이력이 붙어 자신감이 붙는 것을 느꼈다.

 

최초 목표는 분명히 탄천을 끼고 성남과 분당을 지나 죽전까지로 정했는데 길을 잃어 양재천에 들어서고 말았다. 되돌아 가야한다는 마음을 누르고 강남을 가로지르는 양재천을 끝까지 가보기로했다.

  

 

강남 대치동 타워펠리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국민의 존경을 받는 분들이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부의 상징인 타워펠리스 주변 고층빌딩군을 지났다. 남쪽은 개포동이요 북쪽은 대치동과 도곡동 ...말만 들어도 서민의 부러움을 받을 만한 곳이다.  다들 그곳에 살만큼 노력과 운이 따라준 사람만이 살수 있는 대한민국 0.1%의 지역을 잠시 지나자 보통 사람들 사는 우면동 서민 아파트 촌이 나오고 멀리 관악산 연주암이 반갑게 맞이한다.

 

 

과천 경마장 근처 ..배경으로 관악산이 보인다

 

 

양재천 자전거 도로의 끝

 

 

과천 경마장을  지나 과천시에 들어섰다. 그렇게 달린 길은 광진교에서 1시간 30분이 지난 9시 정각, 과천시 자전거 길이 끝나는 시내 한복판에 이르렀다. 

 

매우 한적한 양재천길을 달리며 차를 가지고 와도 과천에 오려면 1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자전거로 신호등 없이 차막힘 없이 달리니 별 차이가 없구나 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던 길을 되돌아 나섰다.  내일

병원에 입원해야 할 몸이니 무리할 일은 아니라고 다짐하며 어느새 한 몸처럼 움직이는 싸이클의 속도감에 쾌감을 느꼈다.

 

과천시에서 대치동 학여울역 근처 탄천이 갈라지는 곳까지는 올라갈 때보다 빠른 30분만에 주파했다. 집으로 가야 한다는 마음을 접고 내친김에 탄천을 따라 힘차게 패달을 밟았다.

 

 

탄천과 양재천이 갈리는 이정표

  

 

탄천은 양재천에 비해 규모도 서너배 컷고 오가는 자전거나 트레킹족도 대여섯 배 많아 보였다.  싸이클 모자에 요란한 복장으로 애들처럼 힘있어 보이는 라이더들은 잠시 쉬어가는 쉼터에서 모자를 벗고 제 모습을 보여 주었다.

 

10%정도의 늙은 청년들이 백발을 들어내고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도대체 인간의 한계와 욕심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반문하지 않을수 없었다. 칠순의 노익장을 바라보며 그 분들이 보는 나는 이제 라이딩을 시작한 어린 청년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것이 행복이요 희망인지도 모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본인이 행동으로 도전에 나서기 나름이다 라는 말이다.

 

강건너로 성남 비행장 담장이 장성을 이루고 있다. 고수부지에는 열살이 채 안되었을 아이들이 세상을 익히고 있었다. 7번째의 라이딩에 빠지며 한강개발, 자전거길이 예산낭비라며 정부를 비난하는 무리들도, 어섫은 자전거길을 만들었다며 신문 기사로 연일 쓴소리를 내뱉던 기자들도 이곳에 와서 시민 아니 국민들이 누리는 행복감을 바라본다면 자신이 부끄러워 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인구가 1000만명이라고 한다. 전국 강변 자전거길을 누비는 이 시대 사람들을 생각하면 적은 돈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행복감을 안겨준 정부가 잘한 일들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하기 따라서 환경파괴니 예산 낭비니 시시비비도 많을 수 있지만 비난보다는 좀더 시설관리를 잘하고 개선하자는 방향으로 비판과 지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성남을 지나자 강남 테헤란로가 옮겨온 듯한 성남시 분당구가 하천변에 길게 성을 쌓았다. 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우수게 말이 판교 신도시와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 늙지 않는 분당을 재창조해 간다는 느낌이 들었고 고수부지에는 더 많은 인파가 휴일 오전을 만끽하고 있었다.

  

 

분당의 고층 빌딩군과 탄천이 잘어우러져 있었다. 

 

 

좀더 세상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눈이 있었더라면 아니 30대에 한강의 지천을 도보로 걸어만 보았던들 지금의 나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유학가고 더 넓은 세상을 접하는 것을 반대만해서는 아니되는 것이며 많은 젊은이들 중 몇명만이라도 세상을 先見之明 할수 있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은 밝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종착역인 죽전에서 돌아서 오던 길을 내달았다. 분당구를 다시 느끼며 성남시와 경계가 되는 야탑동까지 이동했다.  라이딩 한지 5시간이 지났다. 이 정도면 끈기면에서나 체력면에서 어디든지 갈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기진 배를 야탑역 근처에서 해결했다. 

 

산에도 가야하고 라이딩도 해야 하고 ...목표가 있는 삶은 활기가 넘치기 마련이다. 내일 병원신세를 지고 나면 욕심스럽게 많은 일들을 헤쳐 나가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