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철 섬진강, 영산강 종주 라이딩 1편
2016년도 첫번째 목표로 국토종주 라이딩에 이어 4대강 종주를 목표로 정했었다. 2015년 5월 쓸개 제거수술을 받고 회복기인 6월부터 국토종주를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젊은이들 같이 팔팔하게 자전거를 타지 못해도 은근과 끈기, 의지만으로 버티며 혼자만의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실천하기까지 쉽지 않은 결단과 용기가 필요했다.
자..섬진강으로 혼자 떠나는 자전거 여행을 시작해보자.
광양만 섬진강 종점 자전거길 안내 간판
1일차
2016년5월5일 05시 집을 나섰다. 섬진강이 시작되는 임실군 섬진강댐으로 가기 위해서는 인접한 전주로 가서 텍시로 목적지까지 가야했다.
5월의 황금 연휴답게 6시 첫차로 출발 했건만 고속도로는 이미 포화 상태로 전용차선 진입이 힘들었고 천안 논산 고속도로도 사정이 비슷했다. 우여곡절 끝에 희망을 품고 섬진강댐에 도착한 것은 11시가 다 되어서였다. 참고할 내용은 출발점 자전거 인증 센터는 댐에서 5-6km 하류쪽에 있다는 점이다. 택시비가 더 들더라도 여기까지 와서 섬진강댐을 보지 않고 간다면 두고두고 후회 할 것 같아 댐까지 올라가서 섬진강의 발원지를 두 눈에 담았다.
섬진강댐 전경, 댐 상부로 차량이동이 가능해 한바퀴 돌아 출발점으로 향했다.
섬진강댐 전망대 두꺼비를 만나 출발 신고를 했다.
섬진강 그러면 경상남도 하동과 전라남도 광양으로 흘러드는 강이기에 경상도 지역에서 발원한 강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섬진강은 확실하게 전라북도 임실과 순창이 발원지이며 남원들판을 지나 지리산 곡성군 계곡을 넘나들다가 전라남도 구례에 이르러 강의 형태를 갖추고 광양제철의 용수를 담당하며 남해로 흘러 들어가는 전라도 땅의 하천임을 알아야 한다.
11시30분 간단한 요기를 마치고 구례를 향해 출발했다. 섬진강 종주 총연장은 160km이며 구례까지 약100km 지점을 당일 목표로 한 출발이었다.
비장한 각오로 출발했던 섬진강 출발 인증센타
특이한 점이 있다면 한강과 낙동강과 같이 크고 작은 평야지대를 끼고 도는 강의 특성과는 달리 섬진강은 160km중 구례까지 100km 정도가 육중한 산과 산을 끼고 도는 사행천을 이루고 있었다. 강이라고 하기 보다는 깊지 않은 여울이 빠른 물살을 이루며 하류를 향하면서 긴 뚝방길보다 산 하부 도로를 자동차와 함께 병행해서 달리는 구간이 많았다.
다행한 것은 통행 자동차가 연휴임에도 많지 않았고 예를 중시하는 그곳 사람들이 자전거를 만나면 멀리서 부터 속도를 줄이고 위협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조심해서 운행해주었기에 라이딩 진행상 위험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만큼 때묻지 않은 곳이라고도 할 수 있고 자동차로 만나보기 힘든 오지라는 말이기도 하다. 청정한 공기
와 수십년은 족히 되었을 벗꽃 가로수를 누비며 임실에서 남원까지 이어지는 계곡길을 환상에 빠져 달렸다.
때로는 양말을 벗고 자전거를 들고 하천을 건넜다.
소형 현수교도 건너 섬진강 상류 깊은 계곡을 달렸다.
산과 산 사이를 타고 돌며 섬진강 상류는 강이라기 보다는 하천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오강바위 근처)
1시간 정도를 갈려 장군목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가스 찬 불뚝배를 어이 할꼬?
출발한지 1시간 30분이 지나자 강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유등면에 이르러 섬진강이라고 해도 될만한 폭넓은 강이 눈 앞에 펼쳐졌다. 유등면 고수부지 도로에서 공사중으로 자전거 길이 끊겨 뺑글뺑글 제자리 돌기를 하다가 어렵게 유등교까지 도착 할 수 있었다. 이곳부터 섬진강과 영산강이 나뉘어져 광양과 목포로 그 길을 달리한다.
참고로 시골길에서 사람 만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종주길은 안내간판이면 충분한데 곳곳에 길이 끊겨 헬갈릴 때가 있다. 그럴 경우 어쩌다 보이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으며 진행하는 것이 상수이다. 나는 사람들을 만날수 없어 유동교를 찾으며 20분은 족히 알바를 해야 했다.
유등교를 지나 섬진강을 달리다 보면 출발기점 3시간을 넘겨서 향가터널길을 만나게 된다. 양수리에서 양평가다가 경험할 수 있는 옛 기차길을 자전거 도로화한 터널길이다.
어둡고 시원한 터널길이 사이다나 콜라 맛 같았다.
두번째 인증센터 전라북도 순창군 대가리 향가 유원지 , 출발해서 3시간 30분이 흘렀다.
강다운 면모를 자랑하던 섬진강은 임실과 순창을 지나 남원으로 향하면서 다시 육중한 산과 산사이 계곡길을 달리게 된다. 물살은 빠르기를 더하고 구비구비 길을 달려 드디어 지리산이 희미하게 보이는 남원 들판 초입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드디어 지리산 보이기 시작했다. 여울의 물살로 빠르기와 깊이를 짐작 할 수 있었다.
남원들을 지나 드디어 섬진강 라이딩의 진수인 곡성을 지나 구례까지 펼쳐지는 환상의 도로 주행에 빠져 들 수 있는 시간을 맞이 했다. 혼자보기 아까운 지리산 계곡길을 나이들어 꼬부라진 벗꽃나무 인파속에 (벗꽃계절에 천국임을 상상했다)섬진강 줄기 따라 곡성역을 향해 줄기차게 달렸다. 정말이지 자전거가 아닌 도보로 다시 한번 걸어야 할 구간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의 육중한 산 사이를 빠른 속도로 달리던 섬진강은 곡성에 도착하며 약간 큰 강폭으로 속도를 늦추었다. 모래변 강가에는 오토 캠핑족들이 가족과 함께 지리산 맑은 물과 공기속에 텐트를 치고 여유로운 휴식들을 취하고 있었다.
내가 어릴적인 50년전만 해도(1966년) 서울과 지방은 확연한 생활 수준차이가 있었다. 아니 20년전만해도 (1996년) 빈부의 차이가 심 했으며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가족과 오토캠핑이 가능한 일이었는데 2016년 오늘은 누구나 같은 정도의 문화생활과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으니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아도 좋은 세상에 살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곡성역 가는 현수교. 구례가 가깝까와지며 빠른 물살에 강폭이 넓어졌다.
곡성 인증센타, 이때부터 급격히 체력저하
이곳 사람들도 오토 캠핑을 가족과 즐기고 있었다.
자전거 도로변의 아기 도깨비 동상
곡성 인증센터까지 5시간 30분이 지났다. 두눈이 쑥 들어갔고 입에서는 단내가 났다. 그도 그럴것이 올해들어 4대강 자전거 종주를 위한 사전 운동 없이 무작정 떠 나온 이번 라이딩은 처음부터 무리라는 단서와 과연 예정대로 마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곡성역에서 구례구역까지 빠른 물살과 함께 강변의 환상도로는 계속되었다. 인적이 많은 길이 아니다 보니 전용자전거 도로가 아닌 자동차 병행도로였기에 자동차와의 접촉 사고가 가능한 구간이기도 했다. 구례구역을 30여분 남기고 더는 못하겠다고 섬진강가에 두다리를 길게 펴고 휴식을 취했다. 젊지 않은 사람이 혼자서 쉬지도 않고 하루를 달려 온 길이었다.
하늘은 무겁게 흐림을 더했고 금새라도 어둠이 깔릴것 같았다. 구례에서 택시를 불러 이 정도에서 하루를 마감하면 어떨까 하는 유혹을 떨치고 마지막 용기를 내서 구례를 향해 패달을 밟았다. 드디어 출발한지 7시간 20분만에 자전거로 기어서? 구례구역에 도착, 두주먹을 불끈 쥐었다. 힘든 여정이었던 만큼 성취도 또한 여느 때와 달랐다.
드디어 1일차 목적지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온 몸이 불덩어리 같았다. 저녁을 소머리 국밥으로 해결했다. 잠자리를 찾아 구례의 어두운 밤길을 헤매며 지리산 갈때나 잠시 들러 지나쳤던 구례에 대해 새로운 견해를 갖게 되는 시간이었다.
통상 군청규모의 도시에 모텔은 5개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네온사인이 번득이는 구례의 모텔은 20여개 정도 있어 보였고, 하니로 마트를 비롯한 대형 마트를 본것만도 4개가 넘었으며 곳곳에 식당과 "아가씨 항시 대기"라고 써붙인 술집도 적지않게 보였다. 나이트 클럽도 2곳이나 보았고 모텔에 투숙한 차량들이 적지 않음은 장사가 제법 잘되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었다.
지리산이 병풀처럼 두른 이곳에 왠 일일까? 해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지리산 산사람들이 약초등을 해서 몫 돈 만지는 날 참았던 객고를 풀고 돌아갈 때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차에 가득 싣고 가는 이유로 구례가 번성하는 것은 아닐까?
모텔 주인장에게 물으니 내가 생각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은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더불어 지리산, 화엄사, 쌍계사, 화계장터등 여행객들이 또 다른 해답이었다. 피곤이 몰려와 두 눈을 뜰 수 없다고 느끼며 깊은 잠에 빠졌다.
2일차 (2016.5.6 임시 공휴일)
평소처럼 5시에 일어나 몸을 풀었다. 지난밤 괜찮을까 걱정이었는데 다행이 큰 문제는 될것 같지 않았다. 아침은 섬진강 채첩국으로 했다. 7000원인데 재첩은 적고 조미료 냄새가 나는 재첩국이었다.
구례구역에서 하동을 향해 출발했다. 일기예보대로 하늘은 금새 비를 쏟아 부을 기세였고 가는 안개비가 얼굴을 스쳤다. "갈 때까지 가보자. 아무것도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광고 방송 문구가 생각났다.
08시10분 2일차 패달을 밟았다.
안개비속에 20분 정도 달려 사성암 인증센터 도착. 전라남도 구럐군 문척면 죽마리
사성암인증센터를 떠나 다음 인증센터까지는 1시간30분 정도가 걸렸다. 라이딩을 하는 분들은 다 아는 일이지만 역바람속에 자전거 질주가 고달픈 것은 말 할 필요도 없다. 이번 종주 라이딩은 나이든 사람들에게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곡 바람의 방향에 따라 난이도를 상상할 수 있는데 이번 라이딩 기간 동안 계속해서 맞바람속에서 패달을 밟아야 했다. 평지에서도 기어를 넣고 주행했으니 나이든이 허벅지가 깨지는 줄알았다.
바람때문에 속도가 나질 않아 썬그라스를 벗고 달렸더니 눈이 밤탱이가 되어 버렸다.
매화마을 앞 제법 강다운 모습
매화마을 인증소. 맞바람에 많이 지쳐 있었다.
출발점에서 2시간30분 달려 매화마을에 당도했다. 구례구에서 광양까지는 자전거 전용 도로 보다 차량 병행구간이 많았다. 도로 폭도 넓은 편이었고 오가는 차량수가 적어 그다지 라이딩에 위협은 되지 않았다. 바다가 가까와 지는지 강폭이 넓어지며 유속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다행이 비가 오지 않고 안개 빗속에서 잠시 달렸을 뿐 비로 인한 어려움보다는 맞바람속에 힘겹게 휘저어야 하는 다리의 피로가 힘들었다. 드디어 바다가 보이고 광양만 제철소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형 덤프 트럭들이 줄을 이어 달리는 도로를 따라 마지막 골인 지점을 출발한지 5시간만에 통과했다. 물론 광양에 들어와서 헷갈리는 통에 왔던 길을 30분 이상 헤맨 것 포함 시간이다.
섬진강의 하구 광양제철소 굴뚝이 보인다.
광양이나 순천에서 쉬었다가 서울로 돌라가려는 계획을 잡았다가 무슨 객기가 나서인지 급하게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이동 광주광역시를 거쳐 담양으로 내뺐다. 이번 기회에 영산강을 마무리 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오후 4시50분 담양댐에서 영산강 종주 도전을 시작했다. 나이든 이가 주책이고 무리이고 오기이고 그렇게 해서는 아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갈 때까지 가 보자."며 자전거에 올랐다.
담양댐 정상....뒤배경 산이 추월산이다.
차량 이동 4시간이 지나 체력이 회복되어 있었다. 담양댐 인증소는 댐입구 편의점 뒷편에 있었다.
담양댐에서 시작한 영산강 라이딩은 30분 지나 담양시내로 진입 메타스퀘이어 가로수 길 인증소를 통과했다. 광주시청까지 계획을 잡으며 2시간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으리라 짐작했다. 그러나 남원시내로 들어서자 어디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거리를 채웠는지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어 내려서 남원 축제의 도심을 통과해야 했다.
남원은 축제중이었다
영산강 종주길 2편은 계속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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