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철의 낙동강종주 종편 (적포교 - 낙동강 하구언)
(자전거 탄지 15일째)
인천 갑문에서 시작한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부산의 을숙도에 자리 잡은 낙동강 하구언 공원에서 끝을 맺는다.
모든 일에 시작과 끝은 있게 마련이고 끝이 가까와 질수록 아쉬움이 남는 것과 또 다른 도전을 위한 시작을 꿈꾸는 이중성에, 인간은 언제나 추억을 새기며 새로운 것을 향해 달려가는 불나방인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태어나 한강이 우리나라의 모든 것을 풍미하는 단 하나의 축복에 강이라고 믿어 왔는데 낙동강 종주를 마무리 해가며 또다른 의미를 마음에 담는다.
한강을 다시 생각해 보면 북한강의 경우 소양강강댐부터 호수를 이루기 시작하여 팔당댐까지 호수에서 호수로 연결되어 강을 이루고 있다. 남한강도 크게 벗어나지 않아 충주댐부터 여주를 지나 양평의 두물머리까지 산과 들을 지나는 사행천보
다는 거의 직선에 가까운 물의 흐름을 가지고 있고 북한강, 남한강 모두 서울에서 1시간내외 거리의 강변은 도시가 이어지듯 사람들이 저질러 놓은 혼잡스러움이 있다. 태어나 그런 한강을 보며 자란 나는 북한강 상류인 동강에서나 산과 산을 감아도는 사행천을 보았을뿐 평지를 감아도는 사행천은 해외출장시 비행기에서 보는 특별한 일이었다.
나는 이번 국토종주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편리한 도로를 따라 주변을 바라보며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듯 쉽게 단정한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산하를 자전거에 실려 구석구석 손으로 쓸어내리듯 달리며 내가 살아 숨쉬는 이 땅에 숨어 있는 향기를 찾아보고 우리 민족의 뿌리 깊은 모습을 새겨 볼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앞으로 남은 금강과, 영산강, 섬진강의 모습이 어떻게 내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안동부터 시작한 낙동강 종주가 내게 주는 첫인상은 자연 그대로의 사행천을 가까이서 바라 볼수 있었고 수천년 전부터 사람들은 이 강에 순응하며 생을 살았다는 점을 느낄수 있었다.
단언하건데 한강은 강이 아니다. 호수라고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강의 모습을 보려면 낙동강 종주길을 자전거로 달려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길을 달려보면 강을 경계로 국가의 국경을 삼았고 주변국들의 흥망성쇄 고함소리가 산과 들과 강에 그대로 녹아 있음을 느낄수 있다. 또한 숨어 있는 절경을 접하면 마음을 빼앗기고 장삼포 걸치고 그냥 한 세월 살다가면 어떤가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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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지금부터 국토종주...낙동강 종주의 마무리
를 지어 보도록 하겠다.
2015.9.19 토요일 서울 집을 나선것은 5시였다. 도착한 곳은 합천군 적포교로 다리를 사이에 두고 합천과 창녕이 나뉘는 곳이다.
적교 주변, 서울과 적교 다방이 나란히 있었다.
한 달전 종주 라이딩을 멈추어선 곳이다
자전거를 조립하며 다리 외에는 마을이 전혀 없는 이곳에 다방이 2곳, 모텔이 2곳, 공중 화장실이 있고 화장실앞 나무그늘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가 한가하게 장기를 두고 있다. 옛부터 노선버스가 다니는 이 지역 사람들의 중요한 정거장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시에 자전거 조립을 마치고 8월16일 멈추었던 낙동강 종주길에 올랐다. 지난 한 달 동안 둘째 아들 내외와 괌여행을 다녀왔고 추석을 맞아 산소를 돌봐야 했다.
적포에서 출발하는 뚝방길을 달리다 보면 구미근처를 지나며 잠깐 보였다가 사라진 녹조가 강물이 머무는 여울중심으로 길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규모가 있는 육중한 모습으로 큰 사행천을 이루고 있다.
강가로 녹조띠가 보인다
기자들이 TV화면에 보도하는 녹색물감을 푼듯한 강은 이곳에서 부터 시작하는가? 하는 의심을 품으며 뉴스에 보았던 죽음의 강을 찾아 두리번 거렸으나 결론적으로 다행인지 불행인지 낙동강이 끝나는 곳까지 TV화면에서 본 녹색죽음의 강은 어느곳에서도 볼 수 없었다. 다만 적포교에서 밀양강이 합쳐지는 삼랑진까지와 양산에서부터 하구뚝까지 드넓은 강의 양쪽가에서 부분적으로 10-15m 정도 폭으로 녹조가 보였을 뿐이다. 방송사와 기자들의 호들갑 폼잡기 보도중에 하나였다.
창녕함안보 주변 녹조
창녕함안보 주변 녹조
환경을 지켜야 하는 국민 모두의 노력은 두 말이 필요없다. 하지만 방송을 할 때 관련자들은 신중한 언어의 사용과 화면을 국민들에게 사실에 맞게 보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 사람인 내가 TV화면으로 보는 낙동강은 "썩어서 사람은 물론 동식물도 사용 할 수 없는 죽음의 강이다. 또 구미 페놀사건, 대구 염색공단 폐수사건" 등 예전의 보도를 오래 기억하게 된다. 그래서 낙동강하면 그곳에서 생산되는 육류와 채소등은 가능하면 먹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곳 사람들도 건강하지 못하리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본 낙동강은 한강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런면에서 자기가 사는 지역의 강을 오염된 지역으로 방송 보도한 기자들에게 가슴에 심장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다. 나쁜것을 좋게 포장하는 것도 나쁘지만 외계인도 아니고 작은 일을 과장해서 나쁘다고 보도하고 국민의 인식을 흐리게 하는 일을 같은 지역민으로 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외계인이 틀림없다.
차라리 "한강에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가 늘어나고 죽음의 하천이었던 청계천과 중랑천에 잉어떼가 놀며, 울산 죽음의 태화강에 은어가 돌아왔다. 이는 오랜 시간동안 시민 모두가 지역의 강을 지키고 살림으로써 이룬 쾌거이다. 우리 경상인도 낙동강을 1급수의 강으로 되살리자. 그런 낙동강을 후손에게 물려주자." 이런 희망적 선도적 보도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싶다.
방글라데쉬 하천물이 부산에 있다 (너무 심하다), 내가 어릴적 부산 수영천이 이렇게 썩은 물이었다.
꼭 집어 한마디 하자면 양산을 지나 구포에 가까와 지면 양산쪽에서 오는 지천에 악취가 진동하는 검게 썩은 물이 낙동강에 유입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 제2도시이며 이 물을 먹고 사는 부산 사람들이 2015년 이 시대에 어떻게 그리 썩은 물 유입을 용인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적어도 내가 종주한 국토종주 구간중 이런 물이 하천에 유입되는 곳은 단 한 곳도 보질 못했다. 관계공무원이 새겨 볼 내용이다.
자-- 라이딩을 떠나보자.
적포교를 지나 뚝방길을 30-40분쯤 달리면 아무 표시가 없는 고개를 만나게 된다. 숨을 몰아 쉬며 고개의 중간도 못 미쳐 자전거를 끌며 가파른 경사를 올랐다. 경사도는 도로 안내판에 12%라고 나와 있고, 왠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고개를 오르는 동안 산측 콘크리트 벽에는 남녀의 이름과 하트..사랑해...등등 무수한 사연들이 정상까지 꼬리를 물었다.
아마도 혀를 빼물고 급경사를 오르다가 통곡과 희망의 벽에 연인의 변치 않는 사랑의 염원을 남겨 두었으리라. 덕분에 낙서를 읽으며 아무도 없는 고개길을 지루하지 않게 올랐다.
박진고개 정상 쉼터 (구름재)
박진고개- 둘러갈 길이 없다
박진고개에서 바라 본 낙동강
그 유명한 박진고개였다. 10시에 적포교를 출발해서 박진고개 정상에 11시25분 도착했다. 박진고개를 잠시 소개하면 아주 특별한 라이더를 제외하고 자전거 타고 오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호흡을 거칠게 몰아쉬며 정상에서 물 한모금을 마셨다. 산 아래로 낙동강의 때 묻지 않은 사행천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 안내간판을 보고서야 방금 혀를 빼물고 올라와던 고개가 박진고개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이 지역 공무원은
고개 입구에 박진고개 간판 하나 달아 주면 알고나 올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박진고개는 나와 같이 싸이클을 타는 라이더들에게 내려 갈 때도 걸어가기를 강요했다. 너무 급경사여서 브레이크가 약한 싸이클을 탄 나는 50%를 걸어서 고개를 내려 왔다. (박진고개 총연장 4km)
내리막 길도 급경사였다
고개가 끝나자 미끈한 박진다리가 나를 맞았다. 다리 중간쯤에서 상류 10시방향 작은 산위에 박진 전적비가 보였다. 625때 이곳 전투가 얼마나 심하고 피아간 그 피해가 컷으면 기념비를 세웠겠나 싶었다.
박진교에서 바라본 박진전적비 (흰색 돌기념비)
다리를 건너자 마자 고수부지를 한 동안 달려 영아지 고개에 다다랐다. 6.5km 자전거 전용 산비탈 길이었는데 오르내림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또는 걷기를 반복해서 그다지 고단하다는 생각없이 그곳을 통과 할 수 있었다.
영아지고개 (강가 길은 개비리 길로 라이딩 불가)
영아지고개 정상에서 바라 본 낙동강...멀리 산아래 강이 있다
1차 체크 지점인 남지대교에 도착한 시간은 13시36분이었다. 당초 도상 도착 시간은 34km에 2시간15분 예정이었는데 3시간 36분이 소요되었다.
낙동강 종주중 이 구간을 지나면 부산까지 언덕이 전혀 없다. 고개라고는 하나 박진고개는 아스팔트 포장이고 영아지 고개는 산판도로를 개로한 자전거전용도로이며 힘들지만 누구든나 웃으며 할 수 있는 추억의 고개이다. 고개를 넘어 남지읍에서 1시간 동안 늘어지는 휴식을 가졌다. 당일로 끝장을 보는 일정이 아니고 삼랑진에서 하루 자고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남쪽이라 그런것인지 벼나락이 영글었다
어릴적 보았던 봉숭아 꽃이다
남지읍의 첫인상은 풍요로운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선인지 사람들이 선하고 부드러운 경상도 말씨와 친절함이 있었다. 남지대교
창녕함안보
라이딩 8시간 (휴식 1시간 포함) 도착한 삼랑진읍
만세를 불러 보았다.
14시35분 오후 일정을 시작했다. 30분이 지난 15시05분 창녕함안보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이후 지루한 강변 고수부지 길을 달려 18시 10분 삼랑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삼랑진은 내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부산에서 진주를 기차로 가려면 이곳 삼랑진을 통과해서 갔다. 이름을 얼핏 생각해 보면 바다와 가까운 곳에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실제 삼랑진은 밀양군에 속하는 낙동강을 낀 내륙 항구인셈이다.
밀양군 삼랑진읍은 남쪽으로 김해가 있고 서부남쪽으로는 마산 창원이 바다와 사이를 막고 있는 내륙도시이다. 한가지 우리가 쉽게 오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부산을 기차나 고속도로로 가다보면 밀양시 곁으로 낙동강이 흐르는데 이를 낙동강의 주류라고 단정하는 점이다.
낙동강의 본류는 강원도 황지못을 출발, 안동을 거쳐 구미, 대구, 창녕, 함안 그리고 삼랑진에서 팔공산 영남 알프스등에서 흘러와 삼랑진에 이른다. 이곳에서 낙동강의 지류인 밀양강과 합류하여 부산까지 대하를 이루며 바다로 흐른다는 점이다. 사실 나도 이번 자전거 여행이 아니었으면 아무 생각없이 밀양강이 낙동강의 본류라고 생각하고살았을 것 같다.
어둠이 시작되는 삼랑진에서 잠자리를 찾았다. 장이 서는 날이라 장터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돼지국밥 한그릇으로 저녁을 떼웠다. 기대와 달리 맛은 옛 맛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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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9.20 일요일
(자전거 탄지 16일째)
삼랑진의 아침은 자욱한 안개와 함께 시작 되었다. 8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때 새벽을 갈라 6시면 시작했던 라이딩은 선선한 가을 날씨에 마냥 여유롭기만 했다.
삼랑진역 증기기관차 급수탑으로 지금은 귀한 건축물이다
아침 안개 자욱한 삼랑진 앞 낙동강은 한편의 시를 보는듯 하다
8시10분 삼랑진역을 뒤로하고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이제 낙동강 종주구간 스템프 찍는곳도 양산과 종착역인 낙동강 하구언만 남았다.
부산과 양산등 대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이어서인지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갑자기 부쩍 늘어났다. 주말을 맞아 그곳 사람들이 원정 라이딩을 나온듯 했다. 양산 물문화원에는 삼랑진을 출발한지 1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특징이 있다면 경부선 철도 밑으로 벼랑지역에 자전거 전용길이 멋지게 낙동강을 가르고 있었다. 라이딩 하는 층도 아이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가 취미 생활로의 라이딩에 푹 빠져 행복한 얼굴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양산 물문화관
그곳부터 국토종단의 끝, 낙동강의 끝인 하구언까지는 뚝방길로 서울의 자전거 도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속도를 낼수 없는 그런 자전거 길이 계속되었다.
낙동강 하구언 (이곳이 보이면 3km 남았다)
100여명쯤 되는 이십대 친구들이 단체복장으로 10명 단위 소그룹을 이루며 골인지점을 향해 달려간다. 그곳에는 그들의 종주 환영을 위한 인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얼떨결에 나도 그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11시 정각에 골인지점을 통과 할 수 있었다.
세상에 모든일이 그런 것이겠지만 "무슨 일이든 아무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일을 이루는 일은 아무나 할 수없다."
행복한 국토종주였다. / 끝.
기분 좋네
땀 흘린 보람이 있어
다음은 영산강과 금강을 달릴 예정이다.
독고철의 자전거 기록
자전거를 시작해서 16차 만에 국토종주를 마쳤다. 미친듯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1일차 광진교-암사대교 (자전거 처음 타기) 1시간
2일차 광진교-왕숙천 1시간30분
3일차 광진교-팔당대교 3시간
4일차 인천서해갑문-광진교 5시간
5일차 광진교-중랑천-동두천 3시간30분
6일차 광진교-양재청-과천-탄천-죽전 5시간
7일차 북한강총주 (춘천-광진교) 7시간30분
8일차 남한강종주 (충주댐-강천보) 5시간20분
9일차 " (강천보- 밝은광장) 4시간20분
10일차 문경세재 (수안보-이화령-상풍교) 10시간
11일차 문경세재 (충주-수안보) 2시간
12일차 낙동강종주 (안동-낙단보) 7시간20분
13일차 " (낙단-강정고령보) 6시간40분
14일차 " (강정고령보-적포교) 4시간40분
15일차 " (적포교-삼랑진) 8시간10분
16일차 " (삼랑진-낙동강하구언)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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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주행시간 6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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