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독고철 - 곽방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5부

독고철 2015. 7. 1. 14:27

 

 

 

 

독고철 곽방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5

(2014.12.22. -30)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배경이 안나푸르나 정상)  현위치 해발 4200m  더이상은 전문산악인의 몫이었다

영하 5도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10도 이하쯤 되는 것 같았다.

 

 

일반인에게 허락된 최고의 높이에 우뚝 선 장한 추남 !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보다 조금 높은 해발 4200m에서 추남의 용기와 끈기와 성공에 박수를 보냈다.  뒤로 수직 솟은 4000m 높이의 안나푸르나 정상이 보인다  

정말 하늘을 막아 선 절벽 같았다. 아무리 봐도 이 친구 성공 포즈 공부를 하고 온 모양이다. ㅎㅎ

  

 

우리가 지금 제대로 하는거지?

  

 

 2014.12.26 (5일차)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숙박지로 정하는 데라울리 롯지는 (3230m) 6000m가 넘는 거대한 산으로 둘러 싸인 작은 언덕에  있었다성수기에는 이곳에 잠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지만 비수기인 동계라서 그런지 롯지에는 우리 일행만 있었다

 초저녁부터 일찍 골아 떨어졌다지만 고산증으로 밤새 잠자리를 뒤척이다가,  결국 새벽 3시쯤 잠자리를 박차고 참다 못해 시린 밤공기를 맞으며 산과 산사이로 갇혀 버린 하늘에 가득차 버린 별들과 작은 대화를 나누었다.

 

"사는 것 별 것 아니지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어. 예전 같지 않지? 그래도 난 후회하지 않아. 지금까지 살아온 것 처럼....."

 

뜬금없이 비어버린 가슴속 허망함에 허연 입김을 불며 얼음과 같은 찬 공기를 폐 속에 가두었다롯지를 둘러싼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 같은 큰 산들과 인간의 자취가 느껴지지 않는 황량함.....간식으로 가져간 짱구과자 봉지는 고도에서 오는 기압의 차이로 화가 난 복어마냥 잔뜩  부풀리고, 밤 하늘은 조각이 나버린 듯 겨우 빼꼼이 별빛을 잉태하고 있던 밤이었다.

 

이제 조금 후면 목표를 향한 마지막 걸음을 시작하게 된내가 살아온 인생도 그러하거니와 서두르지 않고, 선을 다해서,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갈 것이다. 설령 목표를 채우지 못한다 하여도 내가 가지고 있는 그 모든 것을 걸고 나는 끈기있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주책스럽게 센치해지면서 담배를 피워물었다"이 높은 곳에서 담배 한 대 피워 물면 그 맛은 어떨까?"의 호기심이 아닌 "나는 그곳에서 담배도 피워 본 사람이야."  남고 싶은 소아적 충동으로 산으로 둘러 싸인 어둠의 구석에서 빼꼼 뚫린 하늘을 보면서 허연 연기를 뿜어냈다.  고산에서 절대 해서는 아니될 객기인줄 알면서......

 

여느 날과 같이 보조 가이드가 날라주는 뜨거운 밀크홍차를 5시에 받아 들었다.  식사를 위해 다이닝 룸에 모인 일행은 얼굴들이 찐빵처럼 푸석푸석 부어 있었다몇 분을 제외하고 지난 밤 내가 느꼈던 고산증세를 나름대로 밤새 함께 한 눈치들이다입 맛이 없었지만 거북하지 않을 정도로 아침을 든든이 먹었다.

 

새벽온도 영하 5등산복을 겨울산행 복장으로 바꿔 입었다이래서 가고백에 4계절 등산복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고 짐이 많아지는 것이다.   지난밤부터는 보온물주머니에 더운물을 받아 발 사이에 끼고 잤다영하 5도 내외라고 하지만 서울에서 느끼는 영하의 날씨와 너무 다른 느낌이 들었다.

 

당일 일정은 데우랄리 3230m - MBC3700mABC4130m으로 한 번에 ABC까지 약 900m 고도를 올려서 점심을 곳에서 먹고 하산하여 MBC에서 숙박하는 일정이었다(ABC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MBC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다행이 전일 고산병으로 힘들어 했던 일행이 원기를 되찾아 일행과 동행했다참고로 고산병으로 위급상황이 생겨 헬기를 띄우려면 1000만원에 대해 먼저 카드 결재를 해야 헬기가 뜨며 기상 악천후로 헬기가 돌아가면 1000만원은 날아간다고 한다이중의 1000만원 결제가 필요한 셈이다. 그래서 히말라야 갈 때는 통용되는 카드하나 지참이 필요하다.

 

 

  한 폭의 그림이다. 우리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드디어 거산의 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MBC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전경, 목표의 90% 달성이다.

 

잘못된 추억 ....담배를 피우며 찍은 기념사진이다. 참고로 고산 도전에 나서는 분들은 흡연을 절대 삼가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급격한 고산증과 악화증세로 참기 어려운 고통을 맛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생애 2번째 산에 오른것이라면서도 여유로운 추남의 까닥없는 포즈

 

MBC에서 바라본 ABC (중앙 높은 봉이 안나푸르나 주봉)

 

 ABC에 오르며 뒤로 보이는 마차푸차례봉,  가운데 깊은 계곡에 점처럼 MBC가 보인다

 

 

7시 출발하여 고산들 사이로 난 얼어붙은 계곡을 따라 MBC 1005분 도착했다날씨도 컨디션도 너무 좋아 신령이 깃든 산들이 나만을 위해 반겨 주는 것 같았다MBC 도착해서 네팔사람들이 신령스런 산으로 모신다는 마차푸차레봉을  바라보며  가족과 회사의 안녕지인들의 건강과 행복을 빠짐없이 빌고 또 빌었다.

 

MBC에서 기념 촬영과 들뜬 마음으로 목표의 90% 성공  축하하면서 시간을 지체해 일행보다 늦게  마지막 ABC 향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앞에서 기술했 듯이 고산지대에서는 워낙 큰 덩치의 산들이 어우러져 있어 거리와 높이의 개념이 없게 된다실 개념으로 표현하면 ABCMBC의 고도 차이는 430m이고 시간상으로도 2시간에서 3시간이상이 걸리는 거리이나 눈으로 바라다 보이는 ABC는 바로 코앞에 있는듯 착각하게된다.

 

ABC로 향하는 길은 햇빛을 받으면서 영상으로 기온이 올라 눈 두께가 얄은 곳부터 흰 눈들이 녹아 실개천을 만들며 봄기운을 연상케 했다눈앞에는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오르지 못했다는 처녀봉 마차푸차레의 위용이 하늘을 가로막고 버티어 서있고 (네팔 정부에서 신의 산으로 입산을 불허함안나푸르나의 산군들이 당시 위치에서 그 높이를 4000m 가까이 수직의 날을 세워 벽을 두른 그곳에 나 자신이 서 있다.   감격에 1년을 걸려 훈련하고 준비하여 온 세월이 결코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중앙의 산이 안나푸르나 주봉이다. 마지막 1시간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눈앞에서 보아야 이 거대한 산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 해발 8천m가 넘는다

 

정말 가본 사람만이 만년설이 덮힌 설산의 진실을 알수 있다.

 

추남 대체 어디가 끝인게요?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것이 힘들기 시작했다  

 

고산들은 빛의 방향에 따라 순식간에  얼굴색을 바꾸었다

  

ABC를  오르며 돌아본 마차푸차레봉

 

순 백색의 만년설산 안나푸르나..... 저 높이가 수직으로 4000m이상이다. 넘지 못할 벽 같았다.

 

우리가 지금 제대로 하는 거지?

  

드디어 최종 목표 ABC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다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설마 했는데 네게도 고산병 그님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돌이켜 생각해 보면 여러가지로 분석 되지만  원인을 열거해 보면 

 

첫번째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았나 싶다당일 나는 MBC에 도착 할 때까지 너무 좋은 컨디션으로 안나푸르나를 가볍게 생각하고 데라울리 롯지의 새벽에 담배를 피 것도 모자라 MBC에서도 담배를 피워 물었다.정말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 아닐수 없었다.

 

두번째로는 2013년 정상에 올랐던 코타키나발루는(4095m)  봉우리가 하나였던 것에 반해 안나푸르나는 고산군으로 높이와 거리에 대한  착시가 있어 ABC까지 남아 있는 구간을 쉽게 생각하고 앞서 간 일행을 쫓아 걸음의 속도를 높였던 문제가 있었다고산에서는 마지막까지 천천히 병이 든 소같이 걸어야 하는 원칙을 무시했으니 고산병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ABC 도착을 알리는 이정표....이곳까지는 멀쩡했다.

 

 추남의 장한 모습 (뜨거운 감격이 넘쳤겠지)

 

떠나올 때 회사에서 당부한 수주기원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생각하며 고산병이 시작되는 신체적 어려움 속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보다 조금 더 올라 4200m 고지에서 준비해간 회사의 수주기원제를 드렸다. .

 "안나푸르나 산신령이시여  우리의 소원을 들어 주소서 우리 가족, 지인들  모두에게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있도록 해 주시고 회사가 공사수주를 원할히 하여 재도약  하도록 살펴주십시요." 

  

회사의 재도약을 기원하면서...아래 캠프가 ABC이다

 

나의 오랜 벗 추남은 ABC를 넘어 드디어 4200m에서 만세를 불렀다

 

ABC에 가면 안나푸르나 원정 동국대 산악부 동판이 있는 데 그 내용 중 이런 말이 있었다.

우리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가슴이 뭉클하여 그 자리를 오래도록 떠나지 못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안내 간판  해발 4130m이 때만해도 정상이었다.

 

점심으로 ABC에서 신라면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져 평침상에 누웠데 갑자기 몽롱해짐을 느끼면서 정신이 달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고산 증세는 시간이 지날 수록  급격하게 악화되어 갔다. 가이드의 조금이라도 빨리 하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추남, 포터2인이 한 조가 되어 MBC로 하산을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똑바로 걸으려 할수록 전후좌우로 온 몸이 흔들리며 눈 앞이 캄캄한 채 눈밭에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정신을 차리려고 안깐 힘을 썼지만 헛 구토에 어지럼증에 혼비백산 했다. 이러다가 무슨 일 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이번 트레킹을 준비하며 초보자 걱정했던 추남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걱정스런 모습으로 내곁을 떠나지 않았다. 여차하면 1000만원짜리 헬기를 부를 작정이었다 혀를 찼다. " 그럴 줄 알았어이런곳에서 왠 담배여?"

 

 

그러게 원숭이도 나무서 떨어진다고......

 

 

고도를 낮추자 혼란스러웠던 정신이 되돌아 오는 듯 했지만 중심을 잡지 못할 정도로 흐느적 거리며 16 MBC에 도착했다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아이젠과 옷을 벗기고 신발을 풀어 침낭 속에 나를 밀어넣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도 아무 행동이나 말을 할 수 없었다.

 

침낭 속으로 보온 물주머니 3개 들어왔다뜨겁고 짭짤한 마늘 스프로 냉기를 다스리고(아마도 저체온증 아니었나 싶다) 조금 편해진 몸으로 정신을 잃었다다행스럽게 1시간 정도 잠을 푹 자고 안정을 되찾았다. 속이 뒤집혔는지 밥 생각이 없어 저녁으로 가볍게 누룬밥을 먹었다두통이 오고 있었지만 심각한 일은 아니었다

 

MBC 해발 3700m에서의 잠자리는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비아그라를 먹었지만 수면상태에서 산소 부족으로 호흡이 곤란했다룸메이트였던 추남과 번갈아 가며 거의 1시간 마다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앉자 숨고르기를 하며 아침이 밝아 오기를 기다렸다.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