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철과 곽방근의 “지리산이여 잠에서 일어나라”
어둠! 너 마저.........엄숙하다 못해 숙연한 지리산을 잠재우지 못했다. 엄마의 품과 같은 포근함을 찾아서 가깝지 않은 길을 미련 없이 달려 왔다. 눈에 보이나? 무엇이 보일까? 가슴에 담아 보면 그 뜻을 알게 될까? 끝없어 보이는 지리산 너울에 그 사연 물으리라.
여명을 맞이한 지리산
비금 도깨비 추남 곽방근
몽사 독고철
이 기록은 비금 도깨비 추남 곽방근과 독고 철 몽사의 지리산 종주 이야기이다. (여기서 추남과 몽사는 두 사람이 상대를 존경하며 부르는 호 같은 것이다) 누구나 지리산 종주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음 편히 나설 수 없는 곳이 지리산이다. 2014.10.24.과 25일 1박2일로 드디어 년 말 출국예정인 히말라야 설산트레킹 최종 리허설로 지리산 종주에 나섰다.
지리산 종주 기록은 어느 곳에나 많은 정보가 있어 간결하게 사진 위주로 종주 기록을 남기고져 한다.
50년 지기 친구와 함께 한 종주는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으며 살아 온 세월 만큼이나 인생의 많은 이야기들을 2일에 걸쳐 나눌 수 있었다. 한편 내가 가져야 할 또 다른 추억 주머니를 간직하게 된 것 같아 마음 뿌듯하기만 했다.
자 그런 지리산 종주를 시작해 보자
2014.10.24. 05.57 성삼재에서(1102m) 노고단을 향하며 종주를 시작했다.
머리에 불을 달고 그뭄의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묵직한 배낭을 어깨에 두르고 1차 목표 노고단을 향한 발걸음을 옮겼다. 성삼재를 06시에 출발하여 06시44분에 노고단 산장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사진처럼 아직 해병 정신이 투철한 추남은 다리 벌린 해병 전용 개폼으로 카메라 앞에 자신의 온 몸을 들이 댔다.
사진에 담으며 “아직 마음은 청춘이구먼“ 싶었지만 산이라고는 학창시절과 해병시절 1천m고지 이하 몇 개만 타보았다는 추남의 호기가 ”진짜 괜찮을까?“ 걱정되었다
노고단 대피소
07시 08분 드디어 1차 목표인 노고단에 올랐다. 이곳에서 반야봉과 삼도봉, 토기봉, 세석봉등 천왕봉까지를 한눈에 담으며 호기 좋게 종주 시작문을 통과했다
노고단에서 (1507m)
임걸령 (1320m)
08시 40분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 첫 번째 샘터가 있는 임걸령에 도착했다. 노고단 종주 시점으로부터 32분이 소요되었고, 성삼재 출발점으로 부터는 2시간 40분이 소요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추남의 딸랑딸랑 걸음이 초기여서 그런지 힘차 보였고 얼굴에는 호기가 넘쳐 보였다. “나 추남 살면서 단 한 가지도 몽사에게 져 본일이 없는 사람이여!!!” 그런 표정으로 뻐덩니를 들어내고 여유를 부렸다.
이렇게 큰 산에 처음 와 봤다는 대사
40분이 지난 9시20분 노루목에 도착했다. 출발점에서 3시간 20분이 지났다. 이 사람 아직 쌩쌩한 것이 영 배가 아팠다. “추남! 너무 빠른 것 같으니 반야봉 갔다가 가 보심이 어떠신가?" 통상 종주에서 반야봉은 오르지 않고 삼도봉으로 내닫지만 추남의 헥헥 거림이 보고 싶어 심술 사납게 살살 꼬셔댔다. “뭐 좋지. 이 정도야 뭐. 흠흠 ”
노루목에서 반야봉 정상까지는 1km이나 급경사 지역이고 왕복 1시간을 소진해야 한다. “추남! 여인네 만나는 것보다도 쉽다네. 몽사가 앞장 서네. ㅎㅎㅎ”
그러나 예상과 달리 추남은 힘들다 소리 한마디 없이 반야봉 정상까지 단숨에 올라가 버리고 말았다.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 지금쯤 혀를 빼고 헥헥 대면서 다리 아프다고 해야 하는데 ... 쌩쌩한 추남은 삼십년 넘게 산을 탄 몽사 보다도 더 팔팔했다.
정작 10시에 반야봉을(1732m) 타고 앉았다. 성삼재에서 4시간이 지났다.
전라남 북도와 경상남도가 경계인 삼도봉 정상에 11시 도착했다. (출발점에서 5시간 지났다)
삼도봉 (해발1499m)
삼도봉에서 1000계단을 밑으로 내리 쏟으면 화개재가 나온다. 북쪽의 뱀사골 계곡을 타고 오르면 도착하는 화개재에는 정상 아래로 150m 밑에 뱀사골 대피서소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이용한 산행은 주로 뱀사골 – 화개재 – 반야봉 – 피아골로 이어지는 10시간 산행코스가 있다. 화개재에는 11시20분 도착했다. 출발점 대비 5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화개재(1315m)
이곳부터 토기봉을 지나 연하천대피소까지 지루한 산행이 된다. 거리로는 4.2km이고 시간상으로 는 2시간 30분이 예상되지만 업다운이 5차례 있고 이미 산행을 5시간 이상 한 상태이므로 지쳐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연하천 휴게소에는 중간에 점심을 먹는 시간을 포함해서 2시간 40분이 지난 14시 정각에 도착했다. 출발점에서 8시간을 쉬지 않은 결과이다. 가능하면 50분 걷고 10분 쉬기를 지키려고 노력했고 언덕을 오르는 수고로움이 있어도 걸으면서 쉬는 것을 택했다.
연하천 대피소 (1490m)
대피소 판매 품목과 가격
식수를 보충하고 마지막 벽소령 대피소까지 발길을 재촉했다. 연하천대피소에서 벽소령 대피소까지는 3.5km 거리이나 업다운이 있어 2시30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예상했다. 지리산 종주구간에서 화개재에서 연하천, 연하천에서 벽소령구간이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못 보던 안내문이 이곳부터 걸려 있다. 마치 한라산에서 진달래 산장 통과시간을 통제하듯이 국립공원공단에서 연하천과 벽소령에 구간에 통제소를 설치하고 사람들이 상주하며 시간대 별로, 대피소 예약 여부로 진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즉 비박(아무 곳이나 임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는 형태)을 하며 지리산을 휘젓던 시대는 이미 사라지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벽소령을 향해 가며 – 뒤에 천왕봉이 보인다
몽사! 아직 여유가 넘친다.
자신의 작품 사진 9번째 찍는다면 손가락을 표시하고 있다.
드디어 1박 장소 벽소령 (1350m)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벽소령 대피소에 16시 23분에 도착했다. 출발점에서 10시간 23분이요 (반야봉에 올랐으니 상당히 빠른기록) 연하천에서 2시간 23분이 소요되었다.
우선 대피소에서 햇반 4개와 가스를 구입하고 저녁을 준비했다. 그때쯤이면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어때서 “나 죽네.” 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추남은 그떡도 없이 150m나 아래로 내려가 있는 샘물로 물을 뜨러 간다. 이 사람을 골탕 먹이려던 계획이 자꾸 비껴감이 아쉬웠다.
추남의 부인도 참 어지간하시다. 아무리 대가집 며느리라 해도 산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는 부식으로 김치 큰 통으로 하나 젓갈 종류별로 1통 채우고, 깻잎 큰 한 통, 김 이만큼, 사탕 이따만큼 쏘세지 이만 큼 그러니 추남의 배낭이 10kg를 넘었고 내게 일부 짐을 맡기지 않았던가?
“부인이 이번 지리산 종주에서 자네의 체력을 무지하게 높이고 싶었던 모양이네. 평소 밤 일 좀 잘하소. 이게 뭐시오? 1달 먹어도 남겠소.“
어둠이 깃드는 지리산 정상에서 친구와 구운 소세지를 안주로 소주잔을 나누었다. 저녁은 라면을 끓이고 햇반과 넉넉하고 푸짐한 식사를 했다. “다음부터는 먹는 거 줄이고 소주를 지고 와야겠어.”“하모 하모”
소등은 7시부터였지만 대피소에 도착시간들이 불규칙하여 9시까지는 소란스러움에 잠을 뒤척이게 된다. 추남은 피곤했던지 식사를 마치고 7시이전에 코를 골며 잠에 빠진 듯 하다. 저녁 9시가 다되 기까지 잠이 오질 않는다. 건물 밖으로 나섰다. 은하계가 보이는 하늘은 별을 쏟아내고 있었다. 문득 두고 온 사람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0시가 다 되어 잠자리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무슨 짓이여!!! 새벽 2시 15분 그가 나를 잡아 흔들었다. 깡 새벽에 아침을 준비했다. 이 친구 벌써 150m 아래 샘에서 전날 설것이와 물을 잔뜩 떠서 아침 준비와 떠날 채비를 다해놓고 있었다. “너무 이르지 않나?” “난 벌써 일어났는데 잠이 와야 말이지. 누워 있다가 요란한 코고는 소리 듣느니 차라리 밤길을걷자 싶어서 깨웠네.”
아침을 든든히 하고 드디어 02시50분 천왕봉을 향한 새로운 걸음을 시작했다.
04시50분 세석대피소 가는 길 선비샘에 도착했다. 벽소령 출발점 2시간이 지났다. 헤드랜턴이 비춰주는 제한된 면적 외에는 그뭄이라 달도 없어 적막강산 말 그대로였다.
선비샘 (1522m)
짜증이 살살 나시나? 하기는 가도 가도 끝이 없지.
여명속에 갈 길을 묻다
이번 산행의 그림자이기를 자처한 몽사
세석대피소 (1560m)
07시 06분 세석 대피소에 도착했다. 벽소령에서 세석까지 6.3km이고 시간상으로는 4시간 16분이 흘렀다 커다란 S자 모양의 능선을 두 곳이나 지났다. 하늘에 북두칠성과 북극성을 정북으로 기준 잡아 다니듯 돌아보면 어제 타고 넘었던 반야봉이 우뚝 고개를 들고 가는 길과 되돌아 보는 길의 기준이 되어 주었다.
세석대피소에서 캔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실 수 있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산에 다니며 커피믹서를 두고 오다니 이젠 건망증이 도를 넘어 섰구나 탓하며 참았던 모닝 커피를 마셨다. (깡통은 각자 지참 하산)
장터목까지는 3.4km 시간적으로는 2시간이면 도착할 거리에 왔다. 즉 둘째 날 지루한 구간을 어둠속에서 통과 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촛대봉을 향해서 세석평전을 걸었다.
무엇이 그리 흐믓하오? 이 친구 걷는 것에는 도가 튄 사람이었다.
그리 지리산을 다녔어도 이런 사진을 얻을 수 없었다. 가슴이 울렁이지 아니한가?
드디어 천왕봉을 목전에 두다
뒤 산이 천왕봉, 앞 산을 넘으면 장터목이다.
촛대봉 (1704m)에 서다. 천왕봉이 보이자 얼굴에 웃음끼가 넘쳤다.
두 손가락을 산신령님께
지칠 만도 한데 아직 웃고 있다.
그림자의 옆모습....가을남자 같다.
장터목대피소 (1653m)
드디어 장터목대피소에 09:20 도착했다. 벽소령 출발 6시간 30분이 소진 되었다. 이때 즈음 발바닥에 티눈이 있다고 궁시렁 대는 친구의 외마디가 들려야 하는데 또 100m아래 식수를 뜨러 간다며 나선다.
“징그러운 친구!!! 참 끈질기기도 해라.“ 야간 이동에 휴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배도 고파야 하고 발바닥은 물론 허리가 아파서 아침을 해 먹으며 휴식도 취하고 체력도 보충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건만 돌쇠 같은 친구는 물을 뜨러 간다며 능청을 떤다.
“확 내가 퍼져 버릴까? 무슨 말씀 100대 명산을 끝내고 코타키나발루 4000m 이상고지를 타고 넘은 내가 돌쇠에게 약한 모습을 ....에잉 어림없다. 세석봉과 천왕봉을 오르며 본 떼를 보여 줘야지.”
아침을 굶고 정상을 정복하고 하산 후에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새벽 3시에 밥을 먹었으니 아침 먹고 가야 하는데 ... 친구가 뽀시락 대더니 다부스러진 크랙커 과자 몇 개를 내놓고 이거 먹고 물먹으면 배가 부르단다. 철 없는 건지... 귀여운 것인지....
“몽사는 배고프면 주저 앉는단 말이오." 사실 몽사는 배고프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이다.
세석봉과 천왕봉에서 본떼를 보여주겠다고 생각했다. “산을 잘 타고 못타고는 체력이 고갈되었을 때 과연 얼마나 끈기를 성능을 발휘 할 수 있는냐로 판가름 하는 것이니 그림자 몽사의 실력을 지금부터 보여주마.“
“그렇지. 그렇지. 하모 하모” 드디어 제석봉(1805m)에 오르며 친구가 땡칠이가 되어 발걸음이 더디다.“빨리 올라와. 힘들지?” 이렇게 말하며 속으로는 약오르지롱 약오르지롱 쾌재를 불렀다.
통천문을 지나 천왕봉(1915m) 정상에 10시50분 도착했다. 벽소령 출발 정확히 8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천왕봉 정상은 어디서 그리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는지 인간 꽃단장을 하고 있었다. 천왕봉 정상석 사진을 찍으려면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족히 30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꼭 천왕봉 넣고 찍어야 하나?” 시원시럽게 인증을 포기하면서 정상석 없는 정상 사진을 찍었다.
“몽사!!! 우리 매년 가을 힘 되면 지리산 종주를 한번 더 해보세. 에이스 친구들과 말이야.”
“그려. 내년부터는 오겠다는 친구 다 데려 오세.”
정상에는 인간 꽃이 만개했다
대사의 지리산 천왕봉(1915m) 정상 인증
정상 역광사진 - 마치 우주인 같다
중산리로 방향을 잡고 부지런히 하산길에 들어섰다. “얼마나 걸릴까?” “3-4시간은 걸린다고 봐야지. 다친 무릎 조심하게. 가다가 이젠 그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면 되네.”
지리산 종주의 마지막 산장인 로터리 산장에 12시31분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1시간 30분 하산한 셈 이었다.
밥 먹고 가자면 얼마나 좋을까? 속으로 “밥 먹은지 9시간 지났다.” 외쳤지만 돌부처는 끄덕도 없었다.
로터리 대피소 (1450m) 조금 경직된 모습
드디어 13시 51분 하산을 완료했다. 벽소령 출발 11시간이 지났고, 천왕봉 정상에서 3시간만에 속세로 돌아왔다. 찬구는 출발할 때의 여유로운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주막에서 소머리 국밥과 막걸리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주차장까지 걸어서 이동하여 14시 50분발 산청행 완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산청이 가까워지며 허전해 짐을 느꼈다.
“몽사!!! 고맙네. 자네 아닌들 지리산 종주보다는 술한잔에 유체이탈을 연마 했을 텐데 ... 오래도록 기쁨으로 남을 걸세.“
“추남 !! 자네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 첫 번째 산행으로 1박2일 지리산 종주라니... 어디 가서 자랑하여도 부끄럽지 않은 일이라네. 자네와의 산행 시간이 너무 좋았네.” 그리고 두사람은 서울로 비금으로 길을 갈랐다.
"몽사!!! 년말 히말라야 갈 때 또 보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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