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

독고철 검단산 종주

독고철 2017. 2. 13. 15:38

 

 

검단산 종주 (에니메이션 학교 - 엄미리)

 

2017.2.11 입춘이 지났지만 대보름을 맞아 동장군이 큰 칼을 휘두르며 그 여세를 몰아 전국 수은주를 급하게 끌어내렸다.

 

회사에서 중임을 맡으면서 핑계처럼 원정산행을 중단하면서 멀리 해왔던 산악회 버스를 타던 계획은 영하 9도의 보도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서울둘레산이나 돌아보자며 집을 나섰다.

 

에니메이션 학교에서 하차하여 유길준 묘소쪽으로 오름을 시작했다. 역시 매운 날씨 탓인지 사람들 홍수에 떠밀리며 다니던 검단산은 간혹 사람구경을 할까 녹다만 얼음과 눈으로 가득차 아이젠 소리만이 길동무를 해주었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에 도달하고부터는 매서운 풍이 얼굴을 차갑게 했다. 2015년 히말라야 ABC를 다녀와서 산행습관이 바뀌었는데 숨을 몰아쉬며 빠른 걸음으로 정상까지 내닫고, 쫒기듯 냅다 하산길을 달리던 것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정상까지 쉬지 않고 오르고 내려올 때도 "아껴 써야 오래쓰지." 하며 거북이 걸음으로 하산을 하는 습관이 그것이다.

 

오학년으로 보이는 일행이 바쁜 걸음으로 나를 추월해 갔다. "조금이라도 젊다는 것은 누구에나 상대적 행복이다. 또한 오늘이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임에도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앞서간 그들의 뒤를 따랐다.

 

겨울 산행은 특히 그렇지만 오버 페이스를 하면 가 너무 크다. 일행이 있을 때는 더한 일이다. 일단 땀이 내의를 적시면 늦게 오는 일행을 기다리다 속옷 얼리기 십상이며, 아이젠을 차고 이동 하기에 체력이 떨어지면 만사가 귀찮은 것이 겨울산행이다.

 

예상대로 기세 좋게 앞서 나가던 일행은 첫 봉우리에서 진행을 멈추었다. 6명중 2명을 기다리는 듯 했다.

거북이가 토끼를 추월하듯 눈밟는 소리 동무 삼아 그들을 뒤로 하고 정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산행동안 그

들은 다시 보지 못했다.

  

검단산 정상.. 모자의 땀이 허옇게 얼어 버렸다.

 

 

정상에 오르자 다른 쪽으로 올라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정상의 눈은 한 낮 햇빛을 이기지 못하고 대부녹아 있었고 정상주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제 땅인큰 소리로 설쳐대는 가판대에는 질펀함이 넘친다.

 

점심으로 가져간 빵 한조각을 더운물과 함께 요기했다. 차라리 관할 관공서에서 정상 가판대를 합적적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싶다. 예를 들자면 아차산 보루를 문화재라고 올라가지 말라며 울타리를 쳐놓으면 사람들은 호기심을 발동 기연히 개 다니는 구멍으로 뻔뻔스럽게 오른다. 그러던 어느날 구청에서 울타리를 걷고 보루 위로 통행을 허용하니 사람들이 더 공중도덕을 잘 지는 이치와 같지 않을까 싶다.

 

에니메이션에서 정상까지 1시간40분이 소요되었다. 정상에서 10여분을 쉬었다가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용마산을 목표로 길을 재촉했다. 신통한 것이 산곡초교 하산길을 지나 용마산쪽으로 들어서자 혼자걷는 눈길을 제대로 즐길수 있어 웃을 수 있었다. 

  

눈덮힌 북사면 ...사람 발자취가 뜸했다.

 

검단산 정상에서 용마산까지 1시간 50분을 걸었다.

 

 

검단산과 목표 용마산을 넘고 희망봉을 넘어 하산길로 접어 들었다. 고도를 낮추고 남쪽사면을 걷다보니 눈 덮힌 사면과 달리 추운 날씨임에도 봄의 기운을 느낄수 있었다.

  

마지막 이정표...도마리로 가면 버스노선이 없다

 

 

15시30분 엄미리 버스 정류장으로 하산했다. 10시20분에 시작했으니 5시간 10분이 소요된 셈이다.

강원도 깊은 설산 대신 집에서 가까운 검단산주변에서 눈 밟기로 하루를 보냈다. 내친 김에 예전 같지 않겠지만 서울 둘레산 종주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들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