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철의 북한산 종주기
북한산 종주는 통상 불광동을 시점으로 영봉을 넘어 육모정에서 끝을 내는 코스와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숨은벽을 타고 돌아 밤골로 하산하는 코스가 있다. 킬리만자로를 준비하는 마지막 리허설로 북한산 종주를 계획했다. 2015.11.28 서울에 아침 기온은 영하7도 였고 바람이 있었다. 든든하게 무장을 하고 언제나 그랬듯 홀로 산행길을 나섰다.
백운대 암봉을 오르며
눈과 얼음과 바람과 추위속에 정상
자 그럼 북한산 종주 제대로 한 번 떠나보자. 지하철 3호선 불광역 9번 출구를 8시20분에 통과했다. 독바위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쪽두리봉을 목표로 급경사의 암릉길을 올랐다. 북한산 종주길 첫 번째 봉우리 쪽두리봉은 그리 높지 않지만 산행코스에 따라 급경사 암릉이므로 서두리지 말고 차분하게 즐겨야한다. 9시 30분 그러니까 9번 출
구에서 출발하여 1시간10분 지나 쪽두리봉 정상에 섰다.
예전에 불광동은 이렇게 큰 도심이 아니었는데 새삼 눈여겨 보니 대단한 발전이 있어 보였다. 한편 스모그층이 뚜렷한 서울에 하늘도 보였다.
좌측 짤린 산부터 향로봉,비봉,문수봉,보현봉 순이다
40대에는 쪽두리봉 전면 암벽을 타고 내려갔는데 이제는 그럴 생각 조차도 들지 않는다. 저 절벽을 어쩌자구 내려 갔더란 말인가? 끔직스럽다. 무모하다. 나이가 그랬구나 한숨을 쉬고 쪽두리봉 우회길로 향로봉을 향했다. 향향로봉 절벽앞에 다달아 또 한번 옛생각에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에 내 사전에 돌아가는 법은 없다며 절벽을 기어 오르고 내리던 생각이 나서이다.
위험하지 않았냐구? 머리가 쭈빗 서는 일이 어디 한 두번일까? 그래도 그땐 그런 스릴이 좋았던것 같다. 물론 지금은 용기를 내서 그리 가고 싶어도 위험지구출입 간판과 울타리가 앞을 막고 다리가 후둘거려 이내 돌아서지만 말이다. 향로봉에는 10시50분 도착 했다. 출발점에서 2시간30분이 소요되었다.
향로봉 암릉
향로봉을 지나면 크고 작은 산의 능선을 타고 비봉을 지나게 된다. 예상은 했지만 눈이 빙판을 만들어 비봉 올라가는 길은 차단되어 있었다. 산의 남쪽은 눈이 녹다얼다를 반복한 듯 하고 북쪽 사면은 20cm이상의 눈이 하얀 눈꽃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소나무 가지는 덮어 누른 눈 무게로 가지를 찢을듯 힘겹게 버티고 있었고 내닫는 길마다 바람의 심술에 햇살받은 7색의 눈가루가 나를 맞이했다.
비봉은 11시에 도착했다. 시점에서 2시간 40분이 지났고 향로봉을 올라서서 부터는 유람삼아 능선을 탄
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봉이다. 정상부 비석이 신라진흥왕 비석으로 진본은 박물관에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북한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사모바위까지 진행했다. 역시 날씨 탓인지 바글거려야 할 광장엔 인적이 끊겨 보였다. 사람이 없는 인위적 광장을 벗어나 승가봉으로 걸음을 옮겼다. 날씨도 춥고 땀이 식으면 감기걸리기 십상이니 앉아서 쉬기 보다는 땀나지 않는 걸음으로 계속 걷는 것이 겨울 산행의 묘미이며 정석이 아닌가 싶다.
사모바위...인적이 없다 (11시20분 도착)
승가봉 문수봉 턱 밑까지 온셈이다
승가봉을 내려서면 능선바위에서 백운대를 바라보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사계절 베스트 포토존이 바로 그곳이다.
문수봉 후면의 가파른 경사길을 올랐다. 눈이 제법 쌓여 아이젠을 착용하고 천천히 쉬지 않고 올랐다. 북한산의 험준한 코스로 보아야 하는 둘레산성이 있는 의상봉 능선이 길게 허리를 펴고 급경사길 곁능선을 타고 함께 오르고 있었다. 성문을 지나자 그곳은 족히 30-50cm 정도의 눈 밭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센 바람은 아니었지만 추
위를 느낄만 했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눈 쌓인 백운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승가봉에서 문수봉 가는 길목에 있다.
문수봉 깔닥고개. .눈꽃으로 온통 장식되어 있었다
12:20 문수봉 깔딱고개를 넘어섰다.
대남문 성루
대남문 성루에서 바라본 보현봉
대남문에서 서너명의 사람을 구경 할 수 있었다. 12:30 도착 출발점에서 4시간10분이 지났다. 점심으로 가져간 김밥을 보현봉이 바라보이는 성곽길에서 선채로 먹었다. 다행스럽게 보온병 2개에 채워진 더운물이 훌륭한 위안이 되었다.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움직여 추운줄 몰랐는데 서서 먹는 점심의 짧은시간에 발이 시리고 손이 곱았다. 살기 위해 먹는 것처럼 우격다짐으로 밀어 넣고 다시 종주의 길을 나섰다. 당연한 일이지만 대남문에서 우회도로 말고 하얗게 눈쌓인 성곽길을 따라 대성문을 향해 전진해 나갔다.
대성문 (13시10분)
대성문-보국문사이 북한산 칼바위 입구에서 바라본 보현봉 설경 (13:20)
칼바위 능선 (13:40)
칼바위능선 입구에서 바라본 백운대, 만경봉, 노적봉 갈 길이 아직 멀다.
보국문에서 대동문까지는 북한산 성곽길 구간중 가장 평탄하고 넓은 산책길로 그 평탄함은 동장대와 용암문까지 계속된다. 어느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인산인해라는 표현이 어울릴 이곳의 평소 모습에서 찬기온과 바람은 사람들을 산아래로 밀고 내려가 버렸나 보다. 낙낙장송 키를 모를 소나무는 진땀을 흘리며 가냘픈 솔잎에 눈꽃 서방을 올리고 사시나무 떨듯 바람에 흰눈을 뿌리고 있었다. 대동문 열댓명 사람들은 셔터를 누르며 탄성을 자아 냈다. 그럼 그렇지 스물 댓 연인들의 앙큼 떠는 소리.....나이 든 사람들은 그렇게 간들어지게 앙큼을 떨지 못한다. 세월에 변성기가 온것일까 아니면 세월에 무감각 해진 것일까?
대동문 14:00 통과
동장대 14:10분 통과
용암문 14:40통과
용암문을 14:40분 통과했다. 출발점에서 6시간20분이 지났다. 이제부터는 만경봉을 우회하여 노적봉 사이를 가르며 돌아 들면 드디어 북한산의 주봉 백운대와 맛서게 된다.
북한산의 절경은 어느 한곳 순서를 둘수 없지만 만경봉을 돌아서며 깍아지른 바위절벽길 아래로 펼쳐지는 웅장한 광경에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그 날은 눈으로 세상이 덮혀 염초봉, 원효봉, 의상봉, 노적봉까지 순백나라 주인공인양 잔뜩 분을 바르고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드디어 백운대와 만경봉 사이에 위문에 도착했다. 쌓였던 눈들이 바람에 날리며 백운대 정상에선 눈보라가 치는 듯 했다.
만경대 허리를 안고 돌며 바라본 백운대
위문 (15:30)
아침 출발하며 야간산행을 각오 한바 있지만 날씨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오가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홀로 산행하다 사고를 당하면 어려움에 처 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16시 이전에 위문에 도착하면 백운대 정상을 밟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정상에 오르다가 포기하고 하산하는 젊은사람들 왈 '올라가는 사람도 있지만 빙판져서 우리는 포기했어요.'라는 말에 마음에 갈등이 앞섰다. 평시에 북한산 종주하며 사람들이 아우성 치며 매달린 백운대를 바라보다가 오르기를 포기하기도 했지만 갈 수 있는 곳까지라도 오르자는 마음으로 백운대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새 발전이 있어 백운대 오르는 일부 위험구간은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난간의 쇠로프는 새것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이렇게 위험한 구간에서는 사람들이 조심을 하기에 추락사고는 없을듯 싶었다. 왜냐하면 예나 지금이나 떨어지면 살것 같지 않으니까 말이다.
오금 저린 빙판진 위험개소가 곳곳에 있었다. 앞뒤를 보아도 암봉에 오르는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드디어 정상 가까이 안전한 곳까지 올랐다. 100여명이 올라도 될 정상에는 딱 1사람이 정상 태극기 부분 빙판진 바위위에서 조심스럽게 하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잠깐 사진 찍었나요?"
"아이고 안찍었어요. 이렇게 무서운 산 난생 처음이네."
"거기 잠깐 기다리세요. 인증샷 서로 찍어주기 합시다."
이 사람은 여수에서 홀로산행으로 북한산 종주에 나선 42살의 씩씩한 사내였다. 서로 사진을 남겼다. 그는 도선사로 내려간다는 말을 남긴채 빙판진 암봉을 쇠로프와 아이젠에 의지해서 내려가면서 연신 "으메 으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하산을 했다.
오랜만에 올라와 보는 백운대였다. 태극기가 펄럭이고 민족의 기상이 그곳에 다 모인듯 했다. 아무도 없는 백운대에서 손녀 다현이가 잘자라서 훌륭한 사람보다는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라 축원하였고 나의 남아있는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을 다해보고 대과 없이 건강하게 살기를 기원드렸다.
백운대 오르다 중턱에서 바라본 만경봉 눈꽃 실제로는 기가 막힌 장관이었다.
암봉을 오르다 바라본 인수봉
인수봉을 뒤로 하고
정상
정상 (16:00)
정상 바위에 이렇게 새겨 있다.
정상근처 눈꽃은 바람에 시달려 향기부터 달랐다.
조심스런 하산길에 빙판진 길목에서 정상을 향하는 열혈 남성 2명을 만났다. 역시 아름다운 도전이다. 백운산장까지 내 달았다. 종주를 계획하며 편안한 걸음의 속도를 생각했었는데 영봉이 시작되는 깔딱고개까지는 어둡기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다. 힘을 내어 눈길을 쉼 없이 내달았다.
백운산장 (16:20)
깔닥고개 (16:50)
드디어 깔닥고개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이곳에서 도선사로 하산하면 차량이 닿는곳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종주를 하려면 가파른 영봉을 올라 육모정으로 하산하여야 진정한 종주를 논할 수있다.
마음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배낭에서 헤드랜턴을 꺼내 이마에 붙였다. 육모정 길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다. 길은 나 있지만 눈이 쌓인 탓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5시30분이면 칠흙같은 어둠을 만나야 하는 걱정스러움도 있었다. 신중하게 쉬지 말고 어둠속에서 당황하지 않겠다. 마음을 다지며 영봉으로 무거워진 걸음을 옮겼다.
영봉 정상 17:00
정상을 찍고 바쁜 걸음으로 눈 덮힌 육모정길로 내달았다. 육모정길은 능선을 따라 진행하다가 상장능선으로 진행하는 방향에서 우측으로 갈라져 나가는데 어둡기 전에 갈림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 어둠의 시작 즈음 갈림길을 성공적으로 찾아 들었다. 참았던 갈증도 풀겸 땀도 식힐겸 뜨거운 물로 목을 축였다.
칠흙같은 어둠이 주위를 감싸버렸다. (17:40)
조심스런 야간 산행을 해야 했다. 날씨 탓도 있겠지만 영봉으로 들어서면서 사람은 나 혼자였다. 눈으로 가려진 길을 걸으며 속도보다는 자칫 샛길로 빠져 길을 잃는 불상사를 겪지 않으려고 매우 집중된 하산을 했다.
18시30분 육모정지킴터를 무사히 통과했다. 그곳에서 김신조 일당이 넘어 왔다는 우이령 길을 30분 걸으면 우이동에 도착한다. 19시 정각 옛 그린파크 담장을 끼고 우이동에 도착했다. 아침 8시20분에 출발했으니 10시간40분 동안 북한산종주를 마감지은 것이다. 보람찬 하루였다./끝
시간 사용을 종합해 보면
불광동역 9번출구 08:20
불광동역 - 쪽두리봉 1시간10분 난이도 중 09:30
쪽두리봉 - 향로봉 1시간20분 난이도 중 10:50
향로봉 - 비봉 10분 난이도 하 11:00
비봉 - 사모바위 20분 난이도 하 11:20
사모바위 - 승가봉 10분 난이도 하 11:30
승가봉 - 대남문 1시간 난이도 중 12:30
대남문 - 용암문 2시간10분 난이도 중 14:40
용암문 - 백운대 정상 1시간20분 난이도 상 16:00
정상 - 깔닥고개 1시간 난이도 중 17:00
깔닥고개 - 육모정 1시간30분 난이도 중 18:30
육모정 - 우이동 30분 난이도 하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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