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철의 서울둘레길 (정릉-가양역)
2015.10.3 (토요일)-- 3일차
추석연휴 다음날 걷기를 멈추었던 서울 둘레길을 5일만에 다시 나섰다. 당초 계획은 담양에서부터 영산강 하구둑까지 라이딩을 나설 예정이었지만 집안의 큰 경사를 앞두고 겸허한 마음으로 영산강 종주를 접고 말았다.
6호선 보문역에서 성북 생태공원가는 마을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성북구청을 지나 아리랑고개를 넘어 북한산 시티 정상쯤에서 북한산 산속으로 머리를 틀었다.
지난 걷기에서 걸음을 멈추었던 그곳에서 8시30분 드디어 3일차 서울둘레길에 나섰다. 생태공원을 지나 정릉 청수장 계곡까지는 자그마한 동산 산보 길로 기분 좋은 걸음을 할 수 있다.
정릉 북한산 생태공원 출발점 8:30
정릉 청수장으로 잠시 이동하다가 좌측 주차장으로 둘레길 표시가 있다. (청수장 통제소 통과하면 땡) 출발 시점에서 25분 소요된 8시55분 통과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이곳 청수장 출발점부터 형제봉 곁능선을 타고 넘어 평창동 주택가로 들어 서기까지 조금은 숨가쁘게 경사진 언덕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해야 한다. 기가 세서 보통사람은 웃으며 들어갔다가 울면서 나온다는 우스게 소리가 있는 평창동 주택가 도로에 10시10분에 들어섰다. 출발점에서는 1시간40분이고 청수장으로 부터는 1시간 15분이 지났다.
말로만 듣던 평창동 주택가
서울에는 부자 동네 몇 곳이 있다. 올드 재벌들이 산다는 성북동, 장춘동, 가회동이 있고 신흥재벌이 산다는 논현동, 한남동 그외에 재벌은 아니더라도 부자로 사는 동네에 평창동, 청담동등을 꼽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나는 평창동의 속살을 처음보는 순간이었다. 깨끗하게 정비된 도로, 차가 가족수대로 없으면 사람 살기가 매우 불편한 곳에 좁게는 300평 내외에서 넓게는 수백평 양지바른 산5부 능선에 그림 같은 집들이 개성있는 모습으로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부자로 사는 것이 죄가 되서는 아니된다. 적어도 이곳 사는 사람들은 남보다 수배 노력하고 천운을 타고 났으며 더불어 미래를 보는 先見之明을 가진 분들로 이들이 있기에 곁에서 또는 직장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도 있는 것이다. 물론 부모를 잘 만나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탈세없이 살고 있다면 굳이 나무랄 일은 아니지 않는가?
다만 이런 산중까지 어떤 연유에서 건축허가가 날수 있었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내가 사는 광장동은 아차산이 있다며 풍치지구, 고도제한지역, 개발제한 구역으로 묶어두면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북한산 자락을 버버리 힐로 만들어도 되는 것일까? 언젠가 국민이 요구하면 세금 축내며 북한산 복원타령은 하지 않을지...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무튼 공릉동 원자력병원에서 불암산을 지나 수락산을 돌아 도봉산을 넘었고, 북한산 평창동 주택가 들어서기까지 환상의 산책길이었다. 평창동은 당일 목표인 구파발까지 가기 위한 통과구간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며 내게 이런 집을 준다고 해도 당연히 사양 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진실에 웃고 말았다.
나 같은 사람은 단순히 규모가 큰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주택을 촌사람이 되어 구경하며 지나친다고 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은둔을 위해 산위까지 왔는데 배낭꾼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집안을 기웃거리고 동네를 무리져 지나가는 것에 불만이 없을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평창동 길은 주택가 걷기보다는 다른 길을 개발해서 둘레길로 지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카만 보아도 짐작이 가시지요? 하루 살기 힘든 사람들이 보면 괜히 화 나겠지요.
평창동을 지나 구기동에 들어서자 서민 냄새가 물신 풍겼다.
북한산 대남문쪽으로 들어서는 구기동에 11시 20분 도착했다. 평창동 구간 통과시간은 1시간 10분이 걸렸다.
매연을 피해 버스를 타고 터널을 통과 하려다가 "걸어서 종주" 슬러건 답게 인도를 걸어 구기터널을 통과했다.
구기터널 지나서도 불광동 사거리 방향으로 지루하게 대로옆 인도를 걸어 불광동에서 가벼운 점심을 사먹고
중간 휴식답게 장미 공원에서 양말을 벗고 30분간 가을햇살을 받았다.
먼발치 꼬깔봉에 사람들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10년전만 해도 후면 안전도로가 아닌 저 바위 전면부를 타고
오르내리는 객기를 부렸었는데...웃음이 나왔다.
장미공원에서 본 꼬깔봉(쪽두리봉)
30분 휴식후 다시 구파발로 향해 걷기에 나섰다. 솔직한 심정으로 평창동에서 구파발까지는 그리 훌륭한 산책로가 되질 못했다. 도봉산역에서 북한산 형제봉 코스, 불암산 공릉동에서 수락산, 도봉산역까지 둘레길과 경관이나 환경. 산책 코스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이 표지가 나타나면 이곳부터 구파발역까지 은평지구 아파트촌 단지내 하천로를 따라 40분 걷게 된다.
은평지구 아파트 단지내 둘레길
이곳이 둘레길의 시종점이다. 구파발역에서 시내방향으로 300m 내려오면 전봇대에 자그마한 표시판이 있다. 크게 해놓으면 좋으련만 쯧쯧쯧
15시 드디어 8구간 도봉산 북한산 둘레길을 완료했다. 정릉생태공원에서 8시30분 출발을 감안하면 6시간30분이 소요되었고 시간당 3km 속도로 순수하게 6시간 약 18km을 걸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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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4 (일요일) -- 4일차 (구파발 -가양)
버릇처럼 당연하게 아침을 서둘러 구파발로 향했다. 구파발 3번 출구로 나와 100m쯤 시내 방향으로 걸으면 삼거리가 나오고 그곳에서 우측으로 돌아 통일로를 건너 다시 구파발 쪽으로 200m 이동하면 좌측으로 앵봉산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평생 서울에 살면서 앵봉산, 봉산이란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지만 서울 둘레길 7코스 덕분에 밟아 보는 나지막한 동산을 산책삼아 오르며 그 자그마한 산에 곳곳의 벙커와 참호, 교통호등 군사진지가 구축되어 있음은 작은 충격이었다.
서울둘레길 7구간 구파발 시작점
앵봉산 정상... 삼송, 원당, 일산등이 보인다. 한 눈에 일산벌을 제압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9시 앵봉산에 진입하여 9시45분 정상에 올랐다. 물론 병든 소처럼 비틀비틀 천천히 오른 결과이다. 우측으로 서오능을 울타리를 끼고 봉산으로 내닫는다. 등산로 이기 보다는 폭이 3-4m되는 산책로이고, 산악자전거 도로, 산악구보에 적당한 길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걸었다.
서울에 비슷한 곳이 있다면 수서에서 출발해서 대모산, 구룡산을 통과 양재동에 이르는 산길과 느낌이 같았다. 지금까지 걸어온 코스와 다른점이 있다면 이제까지 2-4부 능선을 걸었다면 앵봉산과 봉산은 능선 산행이라는 점이다. 앵봉산을 내려서면 수색길이 나오고 그길을 넘어 다시 오르면 봉산에 도달한다. 봉산은 서대문에 있는 안산 봉수대, 남산 봉수대등과 함께 조선시대 국방의 통신수단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의 봉수대가 있는 곳이다.
봉산에 오르면 봉수대와 명품 북한산을 감상 할수 있다.
봉산에는 11시20분에 도착했다. 출발점으로부터 2시간 20분이 지났고 지나온 길은 해발 200m를 조금 넘는 야산의 능선을 타고 오른 셈이다. 그곳에서 가야할 월드컵 경기장이 보인다. 능선을 타고 녹색의 산기운이 끝나는 지점에 상암동 아파트군과 경기장이 아스라이 보인다. 어쩜 지금 내가 추구하는 것이 이렇듯 아스라한 곳을 향해 무작정 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닐까?
녹색의 산기운이 끝나는 증산동 공원에 13시 30분 통과했다. 출발점에서 4시간30분이 소요되었고 봉산 정상에서는 2시간 10분이 지났다.
갈림길에서는 길안내 이정표, 도심통과 구간은 길바닥 이런 표시를 잘 살펴야 한다
증산동 도심 통과는 10여분 걸렸다. 이곳은 불광천 고수부지 공원길이다. 멀리 다리밑으로 북한산이 보인다.
인간세상의 단독주택지 골목길을 지나 증산동 하천 공원길을 걸어 상암동 운동장으로 이동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가을의 넉넉한 햇살속에 행복을 찾아나서고 있었다.
고수부지를 30분 걸어 13시30분 상암운동장에 도착했다. 서울FC의 승리를 축원하는 축구팬들의 함성이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국민을 향한 두려움이 위정자들에게 있다면 그들이 외치는 모아진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쉽게도 상암운동장지역에 서울 둘레길 안내 표시가 확연치 못해 몇 번이나 길을 찾아 헤매야 했다. 이렇게 사람들과 차량이 혼잡한 곳일수록 안내표시를 충분하게 해야 하고 적어도 다른 안내를 맡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안내교육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좀 더 분명히 말하자면 주차관리자나, 모범운전 교통정리자, 교통경찰등 정확히 길을 알고 있는 사람
이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서울시 관계자나 구청 관계자, 상암운동장 관리자, 관할 경찰서장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나름대로 길안내를 해본다면 불광천 고수부지에서 상암경기장으로 올라와서 경기장을 끼고 대로변 인도를 따라 월드컵공원쪽으로 신호등을 건너 계속 걷다보면 난지도 공원과 월드컵공원을 잇는 아치교 다리가 나온다. 아치교 다리를 건너 난지도 메타스퀘이어 순환도로로 들어서면 무사히 월드컵 경기장 지역을 벗어날수 있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다리에서 바라본 난지도 가는 사람들의 행렬....
14시10분 상암경기장에 들어서 가양대교에 15시30분 도착했다. 메타스퀘어 길을 포함 1시간20분 걸었지만 신랑신부 웨딩사진 모습 외 혼잡스러움에 별 감흥없는 길을 걸었던것 같다.
난지도 구름공원에서 자유로 밑으로 난 지하 박스통로를 이용해 한강변 고수부지로 나왔다. 잠시 걷다보면 가양대교 위로 오를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만나게 된다.
가양대교
가양대교를 걸어서 넘었다. 시원스레 달리는 차안에서만 바라보던 한강의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서울의 한강다리만 건너보는 목표도 한 번 해 볼만한 일이다 싶었지만 너무 단조롭고 변화가 없다는 것이 문제 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16시 9호선 가양역 게이트 앞에 섰다. 9시 출발했으니 7시간 ....점심시간을 빼면 6시간 30분 걸은 셈이다. 다음 걷기는 안양천변 뚝방길로 석수역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 4일차 끝.
개업축하 화분의 깜찍한 글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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