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철의 100대 명산 능동산-사자봉- 재약산 (13.11.9)
오후에 비가 10-40mm로 제법 온다는 예보이다. 여름비와 달리 가을비는 일단 젖고 나면 뼈 속까지 아린 것을 익히 알고 있기에 잠시 망서림은 있었어도 산이 좋아 산으로 향하는 마음에 걸림돌이 되지는 못했다. 천호동에서 6시45분 단골 산악회 버스에 올랐다. 비 예보 때문이지 너무 장거리 원정 산행 탓인지 곽 차 있어야 할 버스 좌석이 군데 군데 빈자리로 남아 있었다.
산악회 산행 안내가 있었다. 배내고개에서 시작 능동산, 사자봉(천황산) 재약산으로 진행하며 사자봉에서 1차, 천황재
에서 2차 탈출로, 재약산에서 3차 탈출로이고 이후는 고사리 분교를 지나 층층폭포로 하산을 하는 풀코스로 구성되어 있고
표충사로 모든 코스는 연결되어 있으며 대기버스는 표충사 매표소에서 20분 더 내려와 있단다.
배내재에 11시50분 도착했다. 약 5시간 동안 버스를 탄 셈이다. 각자의 체력에 맞게 산행을 당부하며 18시까지 하산 주차장에 집결하라는 안내였다. 풀코스에 도전 한다면 그리 만만치 않은 산행임에 틀림없었다.
배내재 영남알프스 안내도
배내재는 영남 알프스 3코스에 근본에 된다. 남쪽은 간월산, 신불산, 취서산 지나 양산 통도사까지 이어지는 영남 알프스의
진수에 해당하는 코스이고, 북쪽은 가지산과 운문산, 억산을 통과하는 코스이다. 나머지 서쪽은 능동산과 사자봉(천황산)
재약산을 통과하는 코스로 재약산은 산림청 100대 명산에 포함 되어 있는 산이다.
배내재에서 11시50분 능동산으로 방향을 잡고 정상까지 급한 경사의 계단길을 치고 올랐다. 능동산 1봉에 12시 15분 도착
했다. 출발점의 고도가 381m였고 능동산의 고도가 983m이니 25분 동안에 약 600m의 가파른 계단을 오른 셈이다.
급경사를 올라와 얼굴이 상기 되었다
12시40분 제2능동산을 통과했다. 일단 아주 가파른 구간은 돌파한 셈이다. 사자봉을 바라보며 하산 길로 접어들었다. 조금 지나자 사자봉으로 이어진 임도를 만났다. 이 정도로 잘 닦여진 임도가 이런 산 정상에 왜 있는지의 이유를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밀양과 울산을 잇는 중요한 도로를 눈앞에둔 사자봉- 능동산 능선
멀리 있는 산이 사자봉
한마디로 군사요충지였다. 삼국시대라면 백제와 신라의 주공격로이고, 625 전쟁 때도 매우 중요한 계곡 관측지역으로 밀양에서 울산을 가로지르는 얼음골계곡을 한 눈에 지켜볼 수 있는 전략 요충지라고 생각되었다.
이후 사자봉 9부 능선에 있는 케이블카 건물까지 지루한 임도걷기가 계속되었다. 등산이라기보다는 트레킹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여름 뙤약볕에 임도를 걷게 된다면 그늘 하나 없는 그곳에서 그리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샘물상회, 빗방울이 떨어지는 일기속에 사람들이 건물안에 만원으로 산행을 계속해야 했다
왜 천황산(天皇峰 1189m)이라고 했을까? 그 이유도 한 눈에 알만했다. 일본인들은 왕을 천황이라 부른다.천황의 색은 황색, 그러니까 누런색을 천황의 색깔로 본다면 사자봉 8부 이상의 산에는 나무 하나 없이 모조리 갈대숲으로 되어 있어
멀리서 보기에 누런색의 미끈한 정상을 가진 산의 의미로 천황의 산이라 불렀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사자봉(천황산) 9부능선에 케이블카가 있다. 이를 이용하면 정상까지는 20분이 채안걸린다길도 침목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구두보행 가능)
우리는 천황산을 “한국의 산하”에서 사자봉이라 부르고 있다. 이유는 역시 누런 갈대 평원이 숫사자의 깃털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정상을 300m 남기고 갈대숲 한 켠에서 김밥 한 줄의 점심을 들며 휴식을 취했다. 언제부턴가 꽤 높은 산도 쉼 없이 오르고 내리는 산행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인지 시작은 그리 빠르지 않아도 대부분 선두그룹으로 산행을 종료하게 된다. 사자봉 정상에는 14시에 올랐다.산행 2시간 10분 만이다.
재약산(1108m)으로 향했다. 한 번 즘 눈여겨 볼 일은 사자봉은 1189m, 재약산은 1108m로 두 산의 높이는 81m 밖에 차이가 나질 않으나 산 정상에서 81m는 매우 큰 차이를 느끼게 한다. 사자봉에서 재약산을 보면 조그마한 청년산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경기도 화악산(1468m)과 석룡산(1147m)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한다
사자봉에서 본 재약산
사자봉에서 하산하며 바라본 표충사
사자봉 하산길에서 본 재약산이다. 가까워 보여도 재약산 정상까지는 쉼없이 1시간이 걸린다
재약산 정상에 오른 것은 15시 정각이었다. 일행의 선두 그룹이 확실했고 출발점에서부터는 3시간 15분 만에 일이었다.
정상부가 돌로 되어 있는 재약산을 오르며 산림청 100대 명산 이유를 찾으려 했으나 그 어느 곳에서도 100대 명산다운 기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 사진 촬영후 올해들어 처음 진눈깨비를 맞기 시작했다. 참았던 비님이 찬 기운과 함께 진눈개비가 되어 날리기 시작했다. 비옷과 장갑으로 무장하고 모자는 얇은 털모자로 바꿔 귀를 가렸다. 내리막 길 검은 색의 이토질 흙은 스틱을 찍고 하산해도 미끄러워 여러 번 중심을 잃고 온 몸을 흔들리게 했다. 속도를 30% 줄였다.
고사리 분교를 지나 층층폭포로 들어섰다. 비님이 적셔 놓은 낙엽 깔린 돌계단을 조심스럽게 진행하다가 층층폭포와 (15시40분 도착) 출렁다리 재약산 계곡이 수놓은 단풍에 넋을 잃었다.
“100대 명산이고 말고! 하모!”
층층폭포(실물은 굉장한 절경이다)
어느 계곡 단풍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수는 없다
층층폭포에 잇는 출렁다리 (제대로 출렁인다)
고도를 낮출수록 단풍과 낙엽은 의미를 더해가고
능동산, 사자봉, 재약산 정상은 그냥 그렇다 생각했더라도 층층폭포 계곡에서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꼈다면 재약산이 100대 명산에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산임을 누구든지 인정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절경의 계곡과 사나운 돌로 된 절벽들에 탄복하며 하산 할수록 곱게 물든 단풍 길을 걸어 17시 정각에 표충사에 도착했다. 7시간 빡시게 생각했던 산행을 5시간 10분만에 종료한 셈이다.
드디어 표충사에 도착했다
전라남도 해남 두륜산 대흥사에 가면 표충사라는 이름의 조그마한 사찰이 있다. 서산대사의 사당으로 조선왕의 명으로 사당을 곁에 짓고 모시는 사찰이었다.
이곳 경상남도 밀양 재약산 표충사도 구국 영웅이 배출된 곳이다. 바로 사명대사이다. 또 표충사라는 사찰이름이 구국영웅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심한 갈증을 표충사내 약수로 해결하며 사찰의 위치나 규모, 현재의 위상등을 느낄 수 있는 정갈함과 엄숙함에 고개를 숙였다.
한 가지 의아하게 느낀 점은 사찰 건물이 사자봉(천황산)을 배후로 앉은 것이 아니라 재약산을 배후로 두고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 답을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의문만 가득한 채 어둠이 내려선 표충사를 나와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비오는 아스팔트를 하염 없이 걸어 산악회 버스에 도착했다.총 5시간 40분이 소요된 셈이다.
남도 산행은 이동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어려움이 있다. 중간에 사고 탓도 있었지만 천호역에 23시40분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마무리를 해야 했다. 내려가는데 5시간, 올라오는데 5시간 산행 7시간(후미 기준) 이래저래 17시간을 버스 안과 산과들에서 보내야 한다. 전문산악회에서는 대부분 이동간에 정숙과 수면을 이행하고 있는데 이번 산행 참여자중 술이 과해서인지 올라오는 처음부터 도착할 때까지 맨 뒷좌석에 앉아 수다를 떠는 필자 또래의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있어 불편했다.
재약산이 등산을 시작해서 네 번째 산행이라며 자랑스러운 것인지 타인을 배려치 못하는 이분들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하는 것에 대한 대답으로 “관광버스 뒷좌석은 으레 시끄러운 곳이니 손님이 앞으로 자리로 바꾸세요.“였다. 산악회 버스인지? 관광버스인지? 그래도 되는 것인지 우리 모두 한 번쯤 생각해 보고 넘어 갈 일이다.
이래저래 재약산은 기대를 만족시켜 주었지만 여러 가지로 불편한 하루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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