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15일 일요일...금요일과 토요일에 걸쳐 요란하게 쏟아붓던 가을 폭우는 기상청 예보대로 신통하게 맑은 가을 하늘과 시원한 느낌의 바람을 일요일 아침부터 선사해 주었다. 산악회 따라 전북 진안의 운장산을 맞으러 가는 길조인 셈이다.
7시25분 천호동에서 빌리와 함께 버스에 올랐다. 100대 명산이면서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1127m의 전라북도 진안군
에 솟아 있는 운장산은 다녀온 사람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올해들어 마음을 다진 100대명산 순회목록에 들어있던 산이기에 기쁜마음으로 나선 산행길이었다.
그런 생각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는지 45인승 버스에는 통로에 접의 의자사용 불편함을 아랑곳하지 앉고 자리잡은 49명의 일행이 넉넉한 마음으로 함께 떠났다. 버스는 강동역과 상일역을 지나 외곽순환도로를 달려서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선으로 거침없이 달렸다. 대전을 지나 대진고속도로를 거쳐 금산시내를 통과했다. 인삼의 고향에는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추석을 맞이하는 번잡함보다는 지방의 중소도시다운 차분함이 있었다.
이번에 함께하는 산악회 스타일답게 아침 김밥과 떡, 대추차가 제공되었고 간식으로 사과 반쪽씩이 전해졌다. 산행종료후 저녁식사와 막걸리까지 제공하고 회비로 걷는 돈은 저렴한 산악회보다 1만원 정도가 비싼 37000원이었다. 그냥 간단히 1만원정도의 간식과 김밥, 저녁을 사먹는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오늘 산행은 중상급 코스입니다. 7시40분에 상일동을 출발하여 목적지인 진안들머리까지는 3시간이 지난 10시40분 도착예정입니다. 운장산 종주는 개인산행이 쉽지 않은 산이기에 오늘 오신 분들은 중상급 실력을 가진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산행은 10시50분부터 시작해서 산행종료를 16시로 하겠습니다. 추석도 가깝고 그리 험한 곳은 없으나 1000m 이상의 고지를 4개나 오르내리는 오늘 산행이므로 체력적인 문제가 있을수 있습니다.
중간에 탈출로가 없으므로 산행중 컨디션에 문제가 있는분은 후미대장께 말씀해주시면 1번 동봉(1124m)까지만 진행후 되돌아 원점하산 하는 것으로 진행하겠습니다. 크게 오르내림이 있는 산이므로 처음부터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완주한다는 마음으로 자기 기량껏 산행하시는 것이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산악회 회장의 맨트였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 안부에서
10시50분 산행이 시작 되었다. 시작점인 내처사동의 고도가 467m 정도였으므로 1봉인 동봉 (1124m) 까지는 700m 고도차이가 있었다. 2달만에 산에 오른다는 빌리의 컨디션에 맞춰 가파른 3.1km를 치고 올랐다.
상왕봉에서 (동봉에는 정상석이 없었음)
동봉 정상 주변에서
동봉에서 바라본 주봉과 서봉
드디어 주봉인 운장대에 오르다
동봉(1124m)을 지나 상장봉 (1133m) 운장산의 주봉인 운장대 (1126m)에 오른 것은 출발한지 2시간이 지난 12시50분이었다. (상장봉과 동봉은 인접해 있었음) 연이어 서봉까지(1128m 칠성대) 줄달음쳐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계룡산 사자바위를 연상케하는 서봉에서 13시40분 기념촬영을 했다.
운장대에서 서봉을 달려가는 허리 능선에서 , 멀리 서봉이 보인다.
서봉의 끝자락 사자 모양의 암절벽 위에서
서봉 (칠성대) 정상에서
사자의 머리부분에 서서 비온 뒤 유난히도 맑은 가을 하늘속에 펼쳐진 머나먼 눈아래 세상을 바라보며 책 한구절이 마음을 사로 잡았다. "사랑을 나누어 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드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을 살며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이 진실 앞에 과연 나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
출발점의 해발고도가 있어 그리 힘든 산행은 아니면서도 왜 운장산이 100대명산에 속해 있는지에 대한 해답은 산정상에 서면 단 번에 알수 있었다. 1000m이상의 고봉은 높이 뿐아니라 산채 자체가 크고 미끈하여 산행하는 이로 하여금 시원함과 장쾌함을 느끼게 하는데 그런 고봉이 1.2km범위에 4개씩이나 연이어 산세를 이루고 고봉마다 미끈하게 뻗은 지선은 지리산의그것과 영남 알프스의 능선 산행을 연상하게 하는 호쾌함과 위엄이있었다.
운장산 서봉에서 하산길을 떠나 2km의 오르내램을 진행하여 운장산에 인접한 연석산 하단부에 도착했다. 또 다시 가파른 약 1km의 언덕을 올라 15시08분 연석산(926m)정상에 섰다. 결코 낮은 산이 아니었지만 근접한 운장산 고봉군에 가려 상대적 왜소함에 납작 업드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봉을 지나 연석산을 향하던 능선에서 , 멀리 신나게 내려 뻗은 서봉이 보인다
연석산 정상에서 쉴 짬을 주지않고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속도를 내는 산행을 한것은 아니지만 나름 쉬지 않고 바쁘게 진행을 했는데 하산 예정시간인 16시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드디어 연석산 정상에 섰다. 뒤에 보이는우람한 산군이 운장산 일대의 산이다
16시20분 하산을 완료했다. 산행시작후 5시간 30분이 지났다. 중간에 탁족을 하면서 시간을 지체한 만큼 늦게 도착한 셈이다.
버스 주변에서는 일행의 반 정도가 이미 하산하여 식사와 시원한 막걸리 한 잔으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
17시 10분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향했다. 요근래 지독히 막히던 고속도로는 추석밑이어서인지 텅 비어 있었다. 오랜만에 산다운 명산을 선선한 바람부는 초가을 날씨에 편안한 마음으로 산행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독자여러분께서도 이 가을에 필히 나서볼만한 산이라고 추천한다. 오로지 산을 오른자만이 가질수 있는 진한 행복을 전하며 다음 산행을 기대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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