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철의 고군산도 산행
2017.4.9
미세먼지가 심해서 마스크를 쓰고 산행해야 했다
봄이 오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봄바람에 봄心을 실어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벗꽃, 유채꽃 순으로 봄소식을 전하는 남도를 향해 고속도로 휴게소는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태어난 곳이 서울인지라 설이나 추석때 차량 행렬을 뉴스를 통해 본적은 있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가지
목적을 향해 의견과 생각과 마음을 같이 하는 것을 바라보며 이권없이 노는 판에는 촛불이나 태극기의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내가 본 휴계소를 글로 옮기면 정암휴계소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차량들이 긴 줄을 이루고 빈공간을 찾아대기하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휴게소에 들어서자 승용차보다는 관광버스들이 주차장의 70퍼센트를 점령한 채 사람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꽃 맞이 관광객이라면 으례 40-50대가 주류를 이룬다는 통념으로 고속버스 터미널보다 더 많은 버스와 사람들 북새통에 나도 합류했다.
화장실로 향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전만 해도 꽃놀이고 산이고, 먹는 것도 다 싫다고 할 나이인 우리보다 댓살 이상 위의 영감 할망들이 4-50대 사람들 못지 않게 울긋불긋 옷단장하고, 썬그라스는 기본에 화장끼 모습을 보면 얼핏 보아서는 많아야 50대 후반의 몸매 관리 잘된 노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화장실로 향하는 그 분들 걸음걸이를 보며 썬그라스 속에 감춰진 나이를 엿보게 된다. 적지 않은 볼륨과 느릿한 걸음, 뒤에 버스가 비키라고 부릉 거려도 아무 생각없이 자기 길을 충실히 걷고 있는 모습을 보며 족히 7학년은 되었을 대부분의 노인들은 만나게 된다.
여자 화장실은 명절 연휴 TV화면에서 보던 것과 같이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일로 그 날은 남자 화장실 소변기 앞에도 대기자가 최소한 3사람씩 꼬리를 대고 늘어서 있었다. 변기는 미처물 내릴 시간이 없이 연속으로 물을 뿜어내고 있었고 노인들은 시원스레 용변을 해결하지 못하고 한 동안씩 변기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었다.
앞으로 돈을 쓰는 노인들 세상이 온다고 하더니 용변을 마친 곱게 단장한 노인들은 한 잔에 4500원 하는 커피 전문점에서 발길을 멈추고 비록 얼굴과 몸은 늙어 예전 같지 않지만 교양있는 모습으로 커피 나오기를 여유롭게 기다리며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일부 젊은사람들 교양없이 막무가네 큰 소리로 떠드는 모습보다는 훨씬 여유롭고 어른스러운 모습이라는 생각에 곱게 인생을 마무리하며 즐기시는구나 싶었다.
그 분들을 보며 지금 생각에 은퇴후 벗어나고 싶은 일은 계속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없으면 좋겠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저 분들처럼 여유로운 삶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세 노세 젊어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 이 가락 말은 천년만년 철학이 담긴 진리요, 법전이요, 성경이오, 코란인 셈이다. 문득 노인줄에 들어 선 자신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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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지금부터 고군산도 트레킹을 떠나보자.
군산이란 섬 山이 群을 이루고 있다 해서 생긴 이름이다. 일제때 군산항을 개항하고 군산이라는 이름을 육지로 가져 가자 옛 古자를 넣어 古群山島라는 이름으로 현지 명이 되었고 새만금 둑이 연결되기 전까지 군산항에서 배로 1시간이 걸리던 섬이었다.
군산역 앞에 추억의 기찻길이 있다고 해서 주변 이마트 주차장에 버스를 대고 추억을 되새기며 그 길을 걸었다. 누추한 모습들이었지만 내가 중학교 다닐 때 동대문에서 뚝섬을 다니던 전차길 주변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서 부인과 왔다는 60대 털보 학생은 1시간에 5천원이라는 고교 교복을 빌려 입고 마누라가 찍어 주는 사진 찍기에 열중이었는데 역시 60대로 보이는 부인의 교복입은 뒷모습은 앞에서 보기전까지 고교생로 착각하고 보기에 충분했다. 가끔은 부부가 교복을 입고 옛 추억을 되살리는 것도 작은 행복을 찾는 방법이겠다 싶다.
6학년으로 보이는 부산사나이 고교생 (초상권 침해 양해구함)
걸으면서 잠시 옛 시절 생각을 하면 된다
이런 벽화도 있다
추억의 기찻길은 30분이면 관광이 끝난다. 다시 고군산도를 향해 출발한 우리 일행은 고군산도의 주산인 대각산의 아래 몽돌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7시30분 출발해서 11시30분 도착했으니 4시간이 지나서 였다.
몽돌해수욕장에서 간단한 점심을 해결하고 대각산 정상을 향해 올랐다. 높이라야 187m이지만 해수면에서의 출발이라 3-400m 육지산을 오른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섬 산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산체가 작아 급경사로 오르내려야 하고 큰나무들이 거의 없어 뙤약볕 산행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몽돌 해수욕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대각산 정상
대각산 정상에는 3층 높이의 전망대가 있다.
정상에서 본 고군산도 해상교량 (미세먼지가 심했다)
산행시간은 길지 않아 오르는데 4-50분 , 하산에 4-50분 정도로 쉬엄쉬엄 오르면 초보자들도 오를 수 있고, 섬 산행만이 줄 수 있는 바다의 아름다움을 만끽 할 수 있다.
하산후 일행은 선유도를 한 바퀴 돌아나오자고 의견에 일치를 보았다. 고군산도는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신시도에서 무녀도를 거쳐 선유도를 가자는 것이었다. 선유도는 군산에서 배를 타고 올 수도 있는 곳으로 우리는 무녀도 입구에서 무료로 탈수 있는 셔틀버스로 선유도까지 이동 할 수있다.
참고로 셔틀버스를 탈때 목걸이표를 주는데 그것이 없으면 1시간 20분의 먼지나는 공사판 길을 걸어서 나와야 한다. 선유도 가는 길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신시도를 향하는 것을 보았다. 군산에서 배를 타고 선유도에 도착해서 관광을 하고 목걸이표가 없어서 걸어서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선유도까지는 버스로 15분 정도 걸렸다. 선유도 항구에서 옥빛 바다위에 데크 깔린 섬 둘레길은 다시 이곳을 찾아 며칠이라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에 충분했다. 고군산도 산행 가는 팀들 이곳을 못보고 오면 후회가 막급할 것 같다.
셔틀버스로 되돌아 나와 무녀도와 신시도를 연결하는 사장교를 걸어서 넘었다. 바닷바람 서늘한 다리를 건너는 맛은 산의 정상에 오른것 만큼이나 상쾌함을 주었다.
돌아오는 길 군산항 횟집에 들러 1인당 4만원 정도로 일행 모두 만족한 이른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18시 출발한 버스는 무시무시한 교통체증속에 가다서다를 반복하다가 서울에 22시30분에 강변역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참고로 고군산도 가실분은 늦어도 5시 이전에 군산을 떠나 귀경을 해야 경부고속도로 버스 전용을 타고 3시간30분 전후로 도착할수 있음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경부고속은 21시부터 전용차선 해제되어 정체 극심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