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go out!
I am go out!
검정색의 스무살 외국인 청년이 쏟아져 들어오는 인파에 떠밀리며 울상이 되어 애처롭게 소리쳤다.
딱한 그 청년의 슬픈 얼굴과 애처롭게 절규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왜 그런지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그는 사람들이 잠시 멈칫 하는 사이 슬픈 몸짓에서 저돌적인 몸짓으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종로3가에서 오른 병점행 지하철은 시청역을 지나 서울역에 도착했다. 한 떼의 사람들이 미식축구 하 듯 지하철 밖으로 돌진한다 싶더니 두 배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지하철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비명을 지를 만도 한데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상황에 익숙한 듯 덤덤한 표정으로 한 몸이 되어 지하철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특이한 점은 나이든 어르신이나 어린아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대부분 삼십대 중반부터 스무살 전후의 젊은 남녀들이 승객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운이 좋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신기하게도 그 아비귀환 속에서도 사람들은 넉넉한 여유와 낭만에 빠져 있는 듯 했다. 이어폰을 꽂고 움직일 수도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얼굴 위로 핸드폰을 꺼내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계속해서 정거장 문이 여닫일 때마다 미식축구 몸싸움이 벌어지고 모름지기 2정거장 전쯤에는 가고자 하는 출입문을 향해 필사적으로 온몸을 던져야 하는 상황을 지켜 볼수 있었다. 약속시간을 지켜려면 지하철을 타야 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열차는 출입문 여닫는 곳에서 시간을 지체하며 달리는 시간보다 정거장에서 지연을 계속 했다.
성질 급한 우리나라 사람들 짜증 낼만도 한데 누구하나 인상을 찌푸리거나, 아우성을 치는 사람도, 비명을 치르는 사람도 없었다. 다만 그 숨막히는 현장에서 하나같이 남자들은 두 손을 얼굴 가까이 올리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여자들은 가슴을 두 팔로 가리고 좌우로 흔들리는 열차에 순응하는 듯 했다.
나도 가산 디지털역을 두 정거장 앞두고 출입문을 향한 돌진을 시작했다. “실례 합니다. 바꿔 서시지요,” 사람들이 출입문을 빠져 나갈 때 여유도 잠시 한 떼의 사람들이 밀려들어오면서 “I am go out!”을 외치던 이방인과 진배없이 나는 사람들에 떠밀려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는 얼굴 밖에 없게 되었다.
내 몸과 반쯤 겹쳐진 채 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서 있는 여인은 젊은이답게 숨 쉴 때마다 고무풍선을 안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사람들 내릴 때 두 팔로 감싸 안을 찬스를 놓친 것이 분명했다. 등 뒤에서도 여인의 탄력있는 아래 쪽 몸이 밀착되어 있었지만 가슴 쪽을 두팔로 감싸고 내 등 뒤를 숨막히게 밀어댔다.
기차의 좌우 진동에 따라 몸이 앞뒤로 흔들리며 겨울옷 차림새에서 이 정도이면 여름옷 차림에서는 좀 곤란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래서 여성 전용칸이 태동 되었구나 싶었다.
사람들의 손이 대부분 얼굴부분과 핸드폰에, 가슴부분에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밀착된 상태에서 손이 밑에 있다면 졸지에 성희롱범으로 지목을 한들 대책이 없을 것 같았다.
다음 정거장에서 한 떼의 사람들이 내리는 틈을 타서 출입문쪽으로 다가 섰다. 또 다시 쏟아져 들어오는 사람들에 밀려 화투판을 새로 돌리듯 새로운 사람들과 어쩡한 자세로 마지막 한 정거장을 향했다.
이번 포즈는 좀 묘한 동작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출입문 옆 좌석 시작하는 곳에 스텐 파이프 철제 기둥이 있는데 한 여인이 가랑이 사이에 기둥을 끼우고 사람들에 밀리며 필사적으로 엉덩이를 뒤로 내밀었는데 하필이면 내 엉덩이 반과 밀착이 되어버린 것이다. 열차가 일정한 리듬으로 움직일 때마다 그녀와 나는 뒤쪽으로 한 몸이 되어 어쩔 줄 몰라 했지만 달리 방안이 없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지옥철이구나 싶었다. 러시아워에는 어린아이나 노약자, 가방을 둘러멘 학생은 감히 타 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1호선 지옥철의 현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들었다.
어쩌면 일을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일념으로 지옥철에 오른 서민들이 사는 평범한 모습이고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지하철을 빠져 나왔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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