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결혼식 주례선생이 되어
결혼식 주례선생이 되어
살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신랑 신부의 결혼식 주례를 맡아 보는 것이었다.
주례선생이 되는 조건을 굳이 생각해 본다면 첫 째 지긋한 나이와 경륜이 있어야 하고, 둘 째 타인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어야 하며 셋 째 주례를 맡기까지 원만한 가정생활과 자식을 잘 키워낸 사람에게 주례선생을 맡아 달라는 청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혼례일 한 달 전부터 주례를 부탁하는 부부의 청을 아직은 주례 맡을 만큼 성숙되지 못했음을 이유로 수차례 사절하다가 간곡한 청이 있어 태어나 처음으로 맡게 되었던 주례였다.
2013.11.16 토요일 11시30분 결혼식이 있는 태백시까지 가기 위해 아침식사를 포함해서 4시간은 족히 걸릴 여정을 감안해서 어둠과 짙은 안개로 싸인 아침 6시 집을 나섰다. 주례란 결혼식이 원만히 진행되도록 신량과 신부를 이끌어가고 새로 시작하는 부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주례사를 해야 한다.
주례 청탁을 받고 이제까지 그리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던 주례가 해야 할 일들을 챙겨보며 진행상 어려움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주례사에서 어떤 내용을 몇 분이나 해야 할까하는 문제와 인륜지대사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식장을 가득 채웠을 하객들을 바라보며 과연 자신 있게 주례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우선 결혼식 순서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했다. 다음은 예식장에서 판 박은 주례사 틀을 벗어나 간결하면서도 축하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마무리 할 수 있는 주례사를 준비, 완성된 결혼식 진행과 주례사를 신랑에게 사전에 보내 미흡한 점이 있는지 확인했다.
예식장에는 10시에 도착했다. 예식 시작 10분전인 11시 20분 드디어 흰 장갑을 끼고 가슴에 꽃송이를 단 필자는 식장의 상단에 준비된 주례석에 자리를 잡고 순서를 기다렸다.
주례의 소개가 끝나고 양가 화촉을 어머니들이 밝혔다. 그리고 신랑과 신부가 손을 맞잡고 동시 입장을 했다. 150명 정도의 하객들 눈이 두 사람과 주례를 향해 집중되고 있음을 느끼며 작은 긴장감을 느꼈다. 긴장감이 들수록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다. 주눅들기보다는 이 상황 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람인양 식장 안에 모인 모든 사람과 함께 실수 없이 여유롭게 처음하는 주례를 해나갔다.
신혼부부에게 행사 당일 주례에 진행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사전에 보냈다.
1. 사회 (마이크, 혼인서약서, 성혼선언문 있는지 확인)
가. 주례 등단 (주례 양력 소개) 나. 양가 촛불 점화 다. 결혼식 개시 알림
2. 신랑입장 (사회)
주례는 신랑에게 돌아서서 인사하고 신부를 맞도록 지시한다
3. 신부입장 (사회)
* 내 생각인데 그냥 신랑과 신부가 손잡고 함께 입장하면 어떨까?
그럴 경우 사회자는 “신랑 신부 입장” 이라고 하면 되네.“
4. 신랑신부 맞절 (사회)
주례 : 부부의 인연을 맺어 남편과 아내로써 서로 진실로 공경 하겠습니다의 뜻을 다짐하면서 맞절 하겠습니다
“신랑 신부 경례 / 바로”
5. 혼인서약 (사회)
주례 : 주례가 혼인서약을 낭독하면 신랑신부는 큰소리로 “예” 하고 확인해 주기 바랍니다.
- 신랑 김ㅇㅇ님은 신부 김ㅇㅇ님을 맞아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진실한 남편의
도리를 다 할 것을 맹세합니까?
- 신부 김ㅇㅇ님은 신랑 김ㅇㅇ님을 맞아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진실한 아내의
도리를 다 할 것을 맹세합니까?
- 이제 신랑 신부는 주례와 하객 앞에서“예”하고 큰소리로 혼인을 확약하고 맹세 했습니다.
6. 성혼선언문 (사회)
주례 : 신랑 신부는 혼인서약을 하였습니다 이에 주례는 성혼선언문을 낭독 하겠습니다.
- 성혼 선언문 낭독 -
7. 주례사 (사회)
간략하게 2분 정도 소요될 것 같고 내용 수정이 필요하면 알려주게
주례사
2013년11월16일 오늘은 신랑 김ㅇㅇ님과 신부 김ㅇㅇ님이 부모님과 일가친척 그리고 지인들을 모시고 이곳에서 엄숙하게 결혼식을 행한 날입니다.
결혼식이란 두 남녀가 한마음으로 평생을 함께 한다는 약속을 세상에 알리고,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며, 의지하는 삶을 함께 시작한다는 의미에 성스러운 행사입니다.
두 분은 오늘 결혼에 이르기까지 함께 만들어 온 인생의 인연과 여정을 더욱 소중히 하시고, 두 분이 오늘 이 자리에서 다짐한 바와 같이 세상을 살아가며 때로는 원망스러울 때도 서로를 감싸주고 인생을 살아가며 지쳐서 힘들 때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배우자의 작은 배려에 감사할 줄 알고 배우자에게 무엇을 바라는 삶보다는 무엇을 끊임없이 주는 삶을 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이 결혼의 증인으로 함께하신 하객들께서는 저와 함께 이 두 분이 평생토록 화목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늘 함께 지켜 봐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끝으로 신랑 김ㅇㅇ님, 신부 김ㅇㅇ님, 그리고 양가 가족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주례사를 마치겠습니다.
8. 축가 또는 연주 (사회)
9. 신랑신부 인사 (사회)
가. 신부댁 : 열심히 씩씩하게 살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경례 / 바로)
나. 신랑댁 : 부모님 은혜 잊지 않고 열심히 아름답게 살겠습니다. (경례 / 바로)
다. 친지,하객 : - 신랑신부 정면 향하게 한다. 바쁘신데도 이렇게 와 주시고,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열심히 아름답게 살겠습니다. (경례 / 바로)
10. 신랑신부 행진 (사회)
이렇게 행사가 진행되네. 주례사중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게. 주례사가 너무 짧으면 말씀하세요
2013.10.16
독고 철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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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신랑도 신부도 원만히 혼례가 치러진 것에 매우 감사했다. 필자 자신도 처음하는 것치고는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정말 잘 살아 주기를 마음속으로 빌며 예식장을 떠났다.
태백시와 황지는 같은 도시를 말한다. 현재 인구는 약 4만9천명이다. 탄광지대의 중심도시로 지금은 낙후지대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그곳에 한강과 낙동강 발원지가 있다고 하여 찾아 나섰다.
태백시에서 북동쪽으로 12km 떨어진 곳에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를 둘러보았다.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산 1-1번지에 있는 주차장을 출발해서 약 1.2km 계곡을 끼고 산 깊숙이 평지를 걷다보면 해발 800m 지점에 계곡 비탈 바위군에서 예상치 못한 작은 물웅덩이를 만나게 되고 하루에 2000톤의 물이 솟는다는 검룡소를 만나게 된다.
58세의 주례선생
왕복 2.4km의 길은 폭 2m 정도의 잘 정비된 산길이었으며 아무래도 구두보다는 운동화나 등산화가 좋겠다는 생각이다. 마음에 여유와 시간이 있다면 신기하게 샘솟는 이 물을 따라 남한강인 충주댐까지, 더 나가 두물머리 양평까지, 서울을 지나 강화까지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산속 이 바위 구멍에서 물이 솟는 한강의 시작점이다
다시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를 찾아 길을 나섰다. 으레 강의 발원지를 생각하면 산속 깊은 계곡을 연상하게 된다. 필자도 사전지식을 가지고 이곳을 찾았더라면 황지를 갔다가 검룡소를 찾았을텐데 검룡소를 갔다가 다시 되돌아 와 네비가 가르키는 대로 황지를 찾아 다녔다.
그곳에 도착해서 표지석을 읽으니 황지(黃池)는 태백시의 또 다른 이름으로 황씨 성을 가진 사람의 집터가 가라 앉아 생긴 연못이라는 전설이야기가표지석에 쓰여져 있었다.
태백시 도심의 한 복판 해발 700m에 위치한황지는 크지 않은 연못의 형태로 보존되어 있었고 하루 5천톤의 물이 샘처럼 솟아나나와 낙동강의 발원지가 된다고 한다.
검룡소와 황지의 뜻 깊은 답사를 마치고 강원랜드로 방향을 잡았다. 온 김에 말로만 듣던 카지노도 구경하고 기분에 따라서는 빠징꼬라는 것도 한 번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격이겠지만 나름대로 느낀 점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카지노가 있는 호텔정문에 차를 세웠다. 근사하게 차려 입은 젊은 직원이 다가와 “대신주차 시켜드리는데 12000원입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대신주차 할 생각이 없다고 하니까 차를 돌려나가 강원랜드 입구에서 주차요원의 안내를 받으라고 점잖게 말을 한다. 무슨 주차 시스템이 일단 호텔로 진입한 차량을 대신주차 않는다고 정문으로 다시 나가라는가? 싶어 처음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호텔을 빠져나가 정문으로 가서 주차요원에게 무료주차를 이야기 하니 출입금지 라버콘으로 막았던 것을 치우며 친절한 모습으로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게 해 주었다. 물론 이유야 있겠지만 주차에 대한 안내가 매우 부족했음을 지적하고 싶다.
만차로 지하 4층까지 내려갔다. 도박을 하지 않는 필자는 우리나라에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나? 싶기도 하고 외국인들에게만 도박장을 열어주고 내국인들에게는 일부만 열었겠지 하는 생각으로 찾았던 강원랜드였다.
주차장을 가득 채운 차들을 바라보며 내심 놀랐다. 우리 국민들 중 이렇게 도박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가 싶었다. 한 번 더 놀란 것은 도박을 즐기러 온 사람들 수준이 주차된 차량 수준으로 보아 그리 여유 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하 1층에 있는 카지노 입구까지 이동하면 주민증과 1인당 1만원의 입장료를 받는 카운터가 있다. 이곳에서 입장권을 받고 카지노에 입장했다. 라스베거스, 홍콩, 마카오등 화보에서나 보았던 도박장이 강원도 첩첩 산골 정상부에 거대한 호텔 건물 지하에 자리 잡고 있었다.
1980년 석탄난방시대를 벗어나던 시절 석탄광산이 밀집 되어 있는 사북에서 노사분규로 유혈소요가 발생했었다. 이에 낙후된 탄광지대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김영삼 정부시절인 1995년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시작되면서 강원랜드를 탄생시켰다.
약 15년 세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 결과를 놓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겠지만, 일거리가 사라지는 탄광촌 사람들에게 지역개발을 통해 고향에서 살게 해준다고 개발한 강원랜드가 과연 환경파괴와 합법화된 국민도박의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타당했느냐를 묻고 싶고, 십 수 년이 지난 지금 개선할 사항은 없느냐를 묻고 싶다.
주차장을 가득 채운 서민 차량만 문제가 아니었다. 도박장 안에는 외국인이라고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물론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은 모양새가 우리와 비슷하니 가려내기 쉽지 않다 해도 떠들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사는 형편이 좋아 보이지 않는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이었다.
그야말로 호화스럽게 치장된 넓은 도박장에는 (족히 5천평이상 되어 보였음)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로 붐볐다. 필자 같이 한 번쯤 지나가다 들른 사람들도 있겠고, 그냥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오만원권을 천원짜리처럼 경시해도 되는 수준의 사람들도 있겠지만 도박을 이렇게 많은 남녀노소 국민들이 합법적으로 즐긴다는 점에서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박장을 40분 정도 돌아다녔다. 결론은 어서 이곳을 빠져나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스트레스 해소하는 건전한 오락이라구요? 도박이 오락입니까?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국민을 도박꾼 교육시키는 겁니까? 강원랜드에 대해 제대로 세금을 납부했는지 세무조사를, 대주주 재산 형성 과정 등에 특검 이런 거 좀 해봅시다. 자금 출처 조사해서 전직 대통령 재산 환수 하듯. 서민 세무조사하듯 강원랜드 숨어 있는 돈 줄을 끝까지 파고 들어가 봅시다.
정치 권력이나 재력이 주주로 참여 했다면 그 내용과 지분 참여 동기, 세금, 자금 출처 이런 거 신문지상에 공개 한 번 해봅시다." 이런 문제들을 재점검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비정상적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진다. 사진 같은 것을 남기고 싶지도 않았다. 서둘러 4시간이 걸리는 집으로 돌아 왔다.
자식들에게 애비로써 한 마디 건냈다. “강원랜드 같은 곳에 가서 도박하면 안된다. 집안 망하는 길이니 명심하거라.“
분명히 강원랜드 관련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도 자식에게는 그렇게 교육을 하리라 생각했다.
오늘은 인생을 살며 보람된 하루이기도 했지만 도박에 병들어 가는 나라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슬프기도 했다.
그래서 인생은 塞翁之馬라 했던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