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

민둥산 (1119m) 산행기

독고철 2013. 9. 30. 11:13

 

민둥산(1119m) 산행기

 

2013.9.26 9월의 마지막 토요일 기차로 떠나보려고 아껴 두었던 정선의 민둥산을 산노을 산악회와 함께 돌아 보았다.

이번에 함께한 산악회의 특징은 산행및 트레킹의 초보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선두 중간 후미의 산대장 없이 1인이 선두에서 산행을 리드한다는 점과 회비가 저렴한 대신 일체의 지원이 없는 산행을 꾸려나가는 특징이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전문 산악회보다 여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고 (50-60%)연령면에서나 신체적 기능면에서 빠지는 분들이 여유롭게 산을 찾는 그런 성격의 산악회이다. 필자의 부인도 아직 전문산악회를 따라 다닐 정도로 실하지는 못하여 그 동안 필자 혼자 전국을 누비고 다녔지만 이번 산행에는 동행해도 문제가 없을 듯하여 함께 나선 민둥산이었다.  

  

7시30분 복정을 출발한 버스는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연결해 제천에서 영월 정선방향의 국도로 달렸다.

"오늘 산행은 삼례약수에서 시작해서 민둥산을 찍고 하산하시면 되는 극히 단순한 코스 입니다. 초반 1시간이 가파른 경사이고 일단 정상에 서면 시원한 전망과 드넓은 갈대밭이 마음을 편하게 하실겁니다.  10시 50분 삼례약수를 출발해서 하산지점인 증산초등학교에 약4시간 후인 15시 도착해서 15시30분 출발하겠습니다." 산대장의 멘트였다.

 

처음 1시간은 강원도 산이 대체적으로 그러하듯 센 오르막이 이어졌다.  숨이 차오를 만큼 되어서 능선에 도착했다.

능선부터는 멀리 보이는 민둥산 줄기를 바라보며 내리막과 목장을 지나는 듯한 밋밋한 산길, 삼나무로 보이는 조림목의 장관 속을 사람들의 틈새에서 산책하듯 발걸음을 옮겼다.

 

 

능선을 넘어  밋밋한 산길을 지나 산판도로와 만나는곳 

 

드디어 갈대가 보이기 시작하고 언덕으로 300계단쯤 되어 보이는 언덕길과 마주섰다.  저곳을 넘으면 목표인 민둥산과 지억산이 갈라지는 갈림길이 있을 터이고 아직은 못다핀 억새꽃의 장관을 대하게 되리라 생각하며 언덕길을 올랐다.

 

 

약 300계단으로 보이는 하단

 

기대한대로 갈림길에서는 1000m이상 고지에 그렇게 확트인 넓은 공간이 있을까 하는 구릉지대가 억새로 단장한 채 우리를 맞았다. 누구나 할 것 없이 탄성을 지르며 사진 찍기에 열들을 올렸다.

 

 

 

 

 정상부 갈대 구릉지에서

 

정상부 갈대 구릉지에서 

 

이곳 민둥산 정상부에 드 넓은 공간의 억세풀 사연은 조금은 관심있게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선 필자가 올라온 능선코스 곁으로 콘크리트 포장 1차선 도로가 나 있었고 그  길은 약300계단으로 보이는 언덕 하단까지 연결되어 있었으며, 그 계단 언덕을 넘으면 바로 민둥산 억세풀 지대와 맞다아 있었다.

         

민둥산 억세풀 넓은 공간은 분명히 이 도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하산후 들은 이야기지만 예전에 그곳에는 화전민들이 화전을 일구고 살았고, 화전민이 떠난 곳에 목장이 운영 되었다고 한다. 그 목장마저 떠나면서 버려진 그 넓은 땅에는 억세풀이 자라나 오늘에 민둥산 억세풀 지대로 변화하게 되었다고 한다.

    

1000m가 넘는 고지에 그것도 강원도 산답게 가파른 산길을 올라 정상부위에 그렇게 넓은 억세풀지대가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억세풀 사이로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 것도 신기 했다. 인위적으로 나무를 제거 했다고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은 덜 터뜨린 억세꽃이 아쉬웠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그리 어려운 산행이 아니니 민둥산 그곳의 억세풀 장관과 강원도 깊은 산골고봉들에 群舞쇼를 느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상에는 민둥산 1119m라고 적힌  정상석이 시원스럽게 서 있었다. 쉽게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산이다보니 인파에 묻혀 인증사진 찍는데 한 참 동안 줄을 서야 했다.  산에서는 그리 언짢은 일이 없는데 새치기에 고성에 정말 난장판인 사람들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도 이제는 타인에게 먼저 양보하고 점잖케 살 만큼 의식 선진화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필자는 머슥함을 느껴야 했다.

 

특히 새치기나 고성을 지르는 사람들은 무슨 자랑인듯 사투리를 쓰고 있었는데 자기 자신 한 사람의 언행이 고향 전체사람들을 욕먹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삼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씁쓸한 시장판 아귀다툼의 정상을 뒤로 하고 하산길로 들어섰다. 증산역을 바라다 보며 급경사의 하산길을 인파속에 묻혀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 힘든 산행코스가 아니어서인지 불편한 모습의 노인들과 내리막 길을 뒷걸음질로 내려오는 분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넉넉한 산행을 했는데도 3시간 30분이 지난 14시20분에 하산 완료하였다. 동행한 사람들을 걱정했지만 마지막까지 무리없이 완주했다.

  

증산마을에는 민둥산 갈대축제가 열리고 있었음 

  

 

 

민둥산! 편안한 마음으로 한번쯤은 가볼만한 산이라는데 동의한다. 단 주말은 피하고 가을 억새가 한참일 때와 겨울 눈이 무릎까지 빠질 때 한 번 가볼 만한 산이었다. 추석 밑이어선지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려 예정했던 시간인 19시에 복정역으로 복귀했다. 즐거운 하루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