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철 황장산 100대명산
독고철 황장산 100대명산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출발이었다. 필자는 지난주에 성묘를 앞당겨 다녀왔지만 추석을 앞둔 주말의 교통사정이 걱정되었다. 그러고 보면 대다수의 우리 국민은 추석 때 조상님을 모시는 사람들이 안모시는 사람들보다 확실히 많은 것 같다.
1년에 한식과 추석 때 2번 정도 조상의 흔적을 찾고 나름 정성으로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자주 만나지 못하는 가족이나 친지들과 상면해서 산소를 정비하고 제를 올리는 것이 아무리 바쁜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15년 전쯤으로 (1998년도) 생각된다. 신문과 TV에서 사회적 관심을 받았던 기사가 생각난다. 구정이나 추석 명절 때 소위 지식인층이라는 사람들이 집에서 정성껏 준비한 차례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국내 유명 관광지에서 돈을 주고 차례상을 구입해서 간단하게 제를 지내고 오랜만에 연휴를 가족과 함께 즐겁게 보낸다는 내용과 한술 더 떠서 해외에 놀러간 사람들은 돈을 주고 국내 대행사에서 차례를 대신해서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시 기억으로 그들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반응은 그리 너그럽지 못했다. 15년이 지난 요즘의 경황은 어떠할까?
대부분에 국민은 설날과 추석 명절이 오면 고향을 찾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연휴기간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신세대들이 앞으로의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갈 지에 대한 또 다른 행보임을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세대가 태어나 동요를 좋아하다가 팝송을 좋아하고, 나이 들어 40대 후반이 되면 트롯트 듣기를 좋아하다가 결국은 아리랑의 깊은 맛을 알게 되듯 우리 것의 소중함을 잊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월악산 연계 백두대간 구간으로 출입금지중이었다.
필자가 타는 복정역에서 7시 40분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오늘 코스는 6시간에서 7시간 코스로 현지답사를 다녀왔습니다. 황장산은 산림청 100대 명산으로 비탐방코스 출입금지가 되어 있는 산이지요. 약간의 리찌 코스가 있구요. 경사는 심하지만 아래보지 말고 네발로 정신없이 기어가면 누구든지 오를 수 있는 코스입니다. 다만 사고는 언제나 위험한 곳에서 나는 것이 아니니 바위 구간 통과 할 때는 차분하게 진행해서 안전산행이 되도록 해주십시오.“ 산악회 안내 멘트였다.
문경IC를 빠져 들머리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40분 이었다. 성묘차량으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3시간만에 도착한 것이다. 비탐방구간 산행답게 하산 후 신속하게 마을길을 지나 출입금지 표시가 붙은 들머리로 선두를 따라 비밀스럽게 일행 40여명이 게 눈 감추듯 숲속으로 파고 들었다.
해발 500여m에서 시작되고 정상이 1077m 인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높지는 않다고 생각되었다. 첫 오름부터 경사가 심한 빡센 오름으로 시작했다. 산행 시작 20여분 만에 황장산의 하이라이트 촛대바위 리찌를 시작으로 약 10여분의 재미난 바위코스를 네 발로 기어오르며 즐거워 했다. 인생을 살며 느끼는 것이지만 나이가 더 할수록 남자보다는 여성이 더 배짱도 좋고 활기 넘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도 위험해 보이는 암벽에는 여지 없이 여성들만 날렵한 모습으로 리찌를 즐겼다.
사진 뒤 뽀족봉이 촛대바위
산행 시작후 3시간만인 13시 40분 황장산 정상에 섰다. 촛대바위 주변 암릉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난코스도 없었고, 그리
경관이 뛰어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산악회 안내대로 체력적 부담도 그리 없었던 산이라는 느낌이었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감투봉...저길 지나가야 한다
비탐구간의 특성상 일행 전체가 통제된 상태로 움직여야 했기에 이후 산행은 조금 지루함이 있었다. 산행중 후미를 기다리며 40분씩 두 번을 쉬었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후미에서 오는 분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쉬지도
못하고 산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일행 모두가 잘 알기 때문이다.
16시 모두 안전하게 산행을 마쳤다. 산행을 시작한지 5시간 20분이 소요 되었다. 정상적인 진행이라면 4시간 전후 산행이 맞는 코스였다.
오후 5시10분에 출발한 버스는 성묘객 차량과 뒤엉켜 10시가 다되어 복정역에 도착했다. 100대 명산 비탐구간이니까 인내해야 하는 주말 산행이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