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등정기 (2013)

독고철 코타키나발루 산 (2013.3.16)

독고철 2013. 3. 20. 14:49

 

2013년 처음으로 다음에서 블러그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다. 이유라면 이전에는 사진을 찍고 기록을 글로 남겨 보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블러그가 생기면서 그때그때의 기록을 남기게 되고 공유하게 되었으며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고 사진을 찍어 사진첩 정리하는 수고가 없어졌으며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 아사히 펜텍스, 캐논 같은 디지탈카메라 회사와 사진인화지 코닥이나 일본의 후지같은 회사가 일시에 망해버리는 대변혁의 시기가 도래했다.

 

당연히 보물처럼 보관했던 사진첩들이 디지탈화되어 컴퓨터에 남게 되면서 요즘 커피전문점 처럼 수많던 사진 인화가게들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핸드폰은 1년이면 몇차례씩 새로운 진화된 기계를 세상에 뿌렸고 장착된 카메라는 디지탈 카메라 보다 더 성능과 휴대성이  뛰어나게 되면서 카메라회사들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세상을 맞았다.  그 증거로 기계식, 1회용, 디지탈카메라 등이 차마 비싸던 때 추억을 간직한 채 버리지 못해 창고에 나딩구는 것이 우리 시대 사람들의 가정집 이야기이다.

 

아무튼 필자는 스마트폰 시대에 잘 진입하여 2013년 이후에는 낡은 사진첩에서 모든 기록과 사진을 블러그에 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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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 4095M  독고 철 (59)

(2013.3.16 05:30 정상 등정)

 

 

산행을 앞두고 필자는 정확한 정보를 접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그 나라의 역사나 기타 일반 사항을 생략하고 산행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서 최근 다녀온 한사람으로서 기록을 남긴다.

 

 

 동남아시아의 명산이다

 

 

오랜 기다림이 현실로 (2013.3.14)  

 

이번 산행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한 달이면 평균 6회씩 크고 작은 산들을 다녔다. 우리나라 4대 명산하면 제일 높은 백두산이 2750M, 한라산 1950M, 지리산 1915M, 설악산 1708M이고 보면 동남아시아에서 제일 높다는 코타키나발루 4095M는 단단한 마음과 체력을 준비해야 했다.

 

필자는 코타키나로 가는 목요일 저녁 835분 저가항공인 이스타나에 몸을 실었다. 다들 아는 사실이지 저가 항공은 최소한의 써비스를 제공하고 항공료를 싸게 하는 경영기법이므로 빈약한 쌘드위치와 쎌러드가 든 기내식을 9시쯤 받아 들었다. 공항에서 저녁을 해결하지 않았다면 그리 유쾌하지 않을 여행이었던 셈이다.저가항공을 타며 한 가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검소한 기내식 후 얼마되지 않아 컵라면 3000, 비빔밥류 6000원에 식사를 판매 한다는 것을 알았다.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그곳 시간으로 새벽2시였다. 우리나라와는 1시간차로써 서울 시간으로 새벽 3시인 셈이시계를 1시간 빨리 현지 시간으로 조정했다.

 

현지 한국인 가이드와 인사를 나누고 여행사별로 모집된 인원이 연합팀을 이루었다. 우리 팀은 9명으로 남자 8명과 여자 1명이었다. 산을 타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5분도 되지 않아 일행은 오래전부터 알아 온 사람들처럼 단박에 친숙해졌다. 역시 우리는 단일 민족이라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지금부터 2시간 남짓 버스로 키나바루산이 있는 곳까지 가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아침 식사는 8시입니. 식사 후 바로 산행지 출발예정이니 오늘 숙소를 배정 받으면 우선 산행배낭과 남겨둘 짐을 분리해서 배낭을 꾸려 놓고 주무셔야 합니다.”

새벽 430분 호텔방에 도착한 일행은 가이드 말대로 배낭을 꾸려 놓고 새벽 530분쯤에야 잠을 청했다. 서울시간으로 630분인 셈이고 잠을 깨어야 할 8까지는 2시간30분 여유가 있었다.

 

여기서 한 말씀...서울에서 잊지 말고 챙겨야 하는 것이 헤드랜턴이다. 방배정후 10분도 되지 않아 정전이 되었다. 고의인지 전력사정이 어려운지 한 번 나간 불은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배낭을 꾸리는데 헤드랜턴은 요긴한 장비로 서울에서부터 건전지 갈고 확인하여 A급 상태로 가장 찾기 쉬운 곳에 보관해야 함을 기억하기 바란다.

     

 

새로운 아침 (2013.3.15) 

 

730분쯤 일행 모두 식당에 모였다. 식사는 아메리칸스타일 조식, 가벼운 소고기 또는 닭고기 요리와 입으로 불면 날아갈 쌀 밥 이었다. 산 사람들답게 먹는 것으로 투정하는 사람은 없었다그 정도면 타국에 나가서 훌륭한 아침이었다. 불만이라면 다들 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정상 움직임에 말들을 아끼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930분 키나바루 국립공원 등록소에 도착했다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이곳 입장료와 3000M에 있는 라반라타산장에서 2식과 간식1, 6인실 2침대의 1박 비용이 우리나라 돈으로 35만원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산행의 시작 게이트

 

 

드디어 10시 정각 등반 출발점인 팀폰게이트를 통과했다우리 일행과 가이드 , 현지인 산악 가이드 2인까지 총 12인이었다. 산악가이드의 임무는 일행이 안전하게 산행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일행 중 컨디션에 따라 짐 운반을 부탁 받으며, 1kg5$을 받고 라반라타 산장까지 운반해 주는 역할과 정상 성공 여부를 체크했다. 그들에게 우리일행은 도시락 운반을 (1인당

1kg) 일괄적으로 의뢰했다. (비용은 산행종료후 가이드에게 지불하면 됨.)

 

산행시작은 약1800m에서 시작되었다당일 목표인 3000m 라반라타산장까지 높이로는 1200m이고 거리로는 6km였다.

다들 이곳에 오기 위해 훈련들을 많이 해서인지 가뿐하게 시작들을 했다. (배낭무게는 동계복장을 지고 오르기에 평시 8-11kg 무게로 훈련하면 됨) 일행들 말을 듣노라면 이곳에 오기 위해 훈련으로 한라산, 지리산 종주, 설악산 공룡, 일부 일행들은 백두대간을 종주했다는 대화들이 오갔다.

   

 

시작은 여름기온에서 산을 오를수록 기온이 낮아져갔다. 참고로 산은 100m 올라 갈 때마다 약0.5도씩 낮아지는 것이니 평균 26도에서 1800m 높이에서는 9도가 낮은 17도가 된다. 2400m높이가되면 12도가낮아져 14도가 되며, 3000m의 라반라타 산장의 온도는 11도가 되지만 한 낮의 기온이니 저녁이고 바람이 분다면 더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번 산행을 계획하면서 인터넷에 올라온 등정기를 읽다보면 라반라타산장까지 반바지 차림의 산행모습을 사진으로 보았다필자도 반바지에 반소매로 등반을 시작하고 2400m에서 바람막이를 걸쳤다. 하지만 필자가 다시 이곳을 가게 된다면 처음부터 여름 긴소매 티와 긴바지를 입고 도전 할 것 같다.

 

다행이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에 매일 쏟아진다는 스콜이 오지 않았다. 운이 무척 좋은 팀이라고 가이드가 말해준다. 준비해간 우의와 우산, 등산화용 발목 스페치는 하산 때까지 써보지도 못했다.

 

2400-2600m사이가 구름대인 것 같았다. 산의 허리에 구름이 걸려있고 우리 일행은 GAS로 가득한 그곳을 돌파해서 보이지 않는 목표를 향해 전진해 나갔다. 고소적응이 되지 않은 일행에게 가이드는 무조건 천천히를 강조했다. 우리도 고소적응을 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 있음을 상기하며 1시간에 1km를 전진하는 속도로 발을 옮겼다.

 

2800m를 통과하면서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고소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필자의 증상으로는 심장이 갑자기 벌떡벌떡 뛰면서 호흡이 가빠졌다. 이럴경우 잠시 제자리에 서서 심장이 정상으로 박동 할 때까지 2-3분 쉬었다가 가면 문제가 없었다.

 

또 어느 순간 호흡이 흐트러지면 다리에 맥이 풀리고 쓰러질듯 현기증이 났다. 이때도 조금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면 문제되지 않았다그 외에 두통이 오는 일행이 있었지만 3000m오를 때까지 증세에 따라 속도를 늦추면 그다지 문제되는 일은 없었다.

 

3000m의 라반라타산장에 4시에서 530분 사이에 개인 컨디션에 따라 일행들이 도착했다. 10시에 출발했으니 6시간에서 7시간30분 정도로 예정시간대로 산행을 한 셈이다. 참고해야 할 점은 천천히 걸으며 고소에 적응해야 하고 빨리 오르는 객기는 삼가하라고 권하고 싶다.

 

 

라반라타산장에서의 여유 (뒤에 암봉 높이가 1000m가 넘는다)

 

   

2400-2600m에 운해가 깔려 있었다. 지리산의 운해와 다를 바 없지만 고소증세라는 새로운 환경을 맛보며 일행은 하루의 고된 산행을 마무리 해 갔다.

 

저녁은 5시부터 6시 사이에 구름바다가 확트인 산장의 널따란 식당에 부페로 차려져 있었다. 방 배정을받고 집을 푼 일행은 식당으로 모여 신나는 산행담을 쏟아내며 3000m에서 먹는 식사라고는 믿지 못할 넉넉하고 맛 난 저녁을 먹었다.

이곳에서 먹는 식사의 부식은 올라오면서 무시무시하게 등에 짐을 지고 올라오던 현지 젊은 청년과 아낙들이 하루에 두 번 옮겨 놓은 것이라고 하니 먹으면서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회교국가인 이곳은 술이 귀하다. 산장에서 맥주 작은 캔을 판매하는데 11달러(한화 약13000)이다. 진하게 산행 후 맥주 한 잔 생각나지만 너무 비싸고 내일 산행을 생각해서 일행은 상상으로만 마시기로 했다. 하기사 그곳까지 지고 올라오는 것을 생각하면 11달러도 싸다는 생각이다.

 

저녁 7시에 산장은 전체 소등에 들어간다. 공동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지만 더운 물이 없기에 가이드 안내대로 수건 반쪽에 물을 묻혀 땀에 쩔은 몸을 닦고 나머지 반으로 물기를 닦는 식으로 샤워를 해야 했다.

 

3000m에서 구름위로 바라보는 노을에 마음을 빼앗겨 늑장을 부리다가 불이 나게 숙소로 돌아와 마지막 승부를 위한 꼼꼼한 배낭을 꾸렸다. (꼭 산장 바란다에 나가 노을 지는 모습을 보고 사진에 담아 두세요. 많은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서 필자는 오래도록 그곳에서 있었음.)

 

라반라타산장에서 바라본  석양의 운해

 

 

 우선 땀에 흠뻑 젖어 있는 여름등산복을 벗어 한곳에 모으고 겨울복장으로 바꾸었다. 해가 진 산장은 조금전과는 다르게 바람과 함께 기온이 4-5도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에 겨울옷으로 몸을 감싸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아 추운 것은 확실했다.

 

헤드랜턴을 재확인하고 비상랜턴까지 챙겼다. 겨울용 장갑과 비상식으로 가져간 쵸코바 1개와 육포를 챙겼. 배낭은 최대한 가볍게 하고(여권, 지갑, 전화기, 메라 도난 유의 : 제일 좋은 방법은 몸에 지니는 것) 틱은 지금부터 오를 산이 바위덩어리에 로프를 잡고 오르는 점을 감안해서 숙소에 남겼다.

 

목요일 밤 비행기에서 잠을 설치고 금요일 아침 잠깐의 눈 붙임 후에 맞는 잠자리이다. 푹 쉬고 싶다는 욕망을 보태 겨울 복장으로 수면제 한 알을 입에 넣고 잠자리에 들었다.

 

코타키나발루는 하루에 등반을 허락하는 인원이 150명이란다. 그중에 이번 팀에 한국인은 우리 9명과 개인 팀 2, 합이 11명이다. 나머지는 동남아 사람들,중국, 대만, 미국, 브라질, 독일, 네델란드, 영국, 인도,아랍인, 아프리카인등 다양한 인간들이 2층 나무 침대로 된 6인 혼용 숙소에서 잠을 청했다. 당연히 잠을 깊게 들 수 없음을 한탄하며 어떻게든 자보려고 애를

썼다.

 

잠시 눈을 붙인 저녁 8시쯤 되었다. 가슴이 답답해서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기분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다행이 허둥지둥 심호흡을 하고 1-2분 앉아 있으니 답답한 가슴은 안정 되었다. 하지만 재차 누워서 잠을 청하려면 또 다시 숨이 멈출 것 같은 공포에 허겁지겁 일어나 앉기를 반복하며 새벽 1시를 맞았다. 가이드 말로는 이곳에서 10명이면 7-8명은 한잠도 못잔다고 한다. 바로 잠잘 때 고산증세가 심해지기 때문이란다.

 

0130분 일행들과 만나 식당에서 산장이 제공하는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잠자리 이야기를 하니 9명중5명이 나와 다른 증세로 고산증세를 경험했다고들 한. 어떤 사람은 심장이 벌떡여서, 어떤 사람은 머리가 아파서, 또 필자같이 호흡이 힘들어서......아무튼 수면제 먹고 잘 일은 아니고 나름대로 고산증세를 겪어야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이다.

 

 

산장 입구

 

 

정상을 향하여 (2013.3.16)

 

우리 일행은 조금 늦게 새벽 240분에 정상에 도전했다. 가이드 말로는 너무 일찍 오르면 추운데서 기다려야 하고 너무 늦게 오르면 해돋이를 볼 수 없다며 적정시간이 230분 전후라고 했다. 또 정상은 항상 GAS나 비등으로 그리 쉽게 자신의 자태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다.

 

150명의 남녀가 겨울옷으로 중무장하고 헤드랜턴을 밝히며 1000m 높이의 거대한 암 봉에 줄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제와 달리 호흡이 더 가쁘고 심장 뛰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으며 조금만 걸어도 다리에 힘이 쏙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주변은 칠 흙 같은 어둠이 감싸고 3000m가 넘는 높이에서 바라보는 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듯 일행을 누르고 있었다.

 

30분 정도 오르자 밧줄이 나타났다. 랜턴이 보여주는 면적 외에는 등산로 길에 대해 어떤 상상도 되질 않았다. 다만 낮에 보았던 정상의 장엄한 돌산 덩어리를 생각하며 그저 조심해서 전진 할 수밖에 없었다카메라 기록을 보면 3653m 이정표를 457분에 통과했다. 650m2시간 동안 오른 셈이다. 호흡이 가쁘고 심장이 뛰어 나름대로 얼마의 경사가 되는지 모를 바위길을 300보씩 전진하고 쉬었다.

 

사실 그 때는 아무 생각없이 내 페이스를 잃지 않고 꼭 정상에 오르겠다.”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래서 가이드가 정상 공격은 자신의 능력껏 도전하고 각자 하산해서 산장으로 돌아오면 된다고 말 했던 것 같다.

 

 06:00 정각 3929m 마지막 이정표에 도착했다. 어둠속에서도 주변에 나무한그루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정말 생돌 암봉이라는 생각을 했다. 3650m에서부터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고산증은 더 심해져 걸음 속도와 보폭을 줄여야 했다. 주변에 보이는 모든 해드랜턴의 움직임도 극도로 정체되어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필자도 이곳부터는 50보 걷고 쉬고, 또다시 50보 걷기를 반복하다가 나중에는 30보 걷고 쉬어 가는 상태가 되었다. 참고로 그냥 걷는 것보다는 숫자를 세며 걷는 것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유리하며 서서 쉬는 것보다는 바위틈새에 몸을 집어넣고 바람을 피하며 쉬는 것이 훨 회복이 빨랐다. 필자만 그런 생각이 아니었는지 바위틈마다 새들이 둥지를 틀듯 두 세 사람씩 짝을 지어 가쁜 호흡과 추위를 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렇다고 히말라야 설산고봉을 전문 등반 하는 것은 아니니 괜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 없다. 대한민국 건강하고 산을 한 달에 2회 이상 타고 지리산, 설악산 공룡 정도 경험한 남녀면 누구나 참을 수 있는 정도의 체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암흑 속에 암 바다를 지나 마지막 깨진 돌이 얼기설기 쌓인 정상밑까지 전진했다. 개략 남은 높이가 50m였으니 4045m까지 올라간 셈이었다. 시간은 6시25분이었지만 구름 때문인지 동녘의 해가 떠오를 기미가 없었다.

 

여명을 기다리며 정상 10m쯤 아래까지 전진해서 바위틈에 몸을 숨기며 휴식을 취했다. 인증샷을 할 때 여유 있는 자신 만만한 모습의 얼굴모습을 찍으리라 마음먹고 얼굴을 두 손으로 비볐다.

 

이곳을 떠나 올 때 4095m 정상에 올라가 산신령님을 뵙고 소원을 대신 빌어 달라던 많은 지인들의 소원이 담긴 부적을 꺼내보았다. 다행이 소중히 간직

하고 온 터이라 상한 곳이 없었다.

 

이글을 읽은 분들도 그곳에 가기 전에 “키나발루 산신령님께 비나이다.”하고 백지부적하나 만드시고 지인들에게 소원을 써달라고 하여 가지고 와서 산신령님을 뵙고 본인과 지인의 소원을 함께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간곡히 빌어준다면 한결 뜻있고 보람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소원담은 부적 

 

드디어 정상 인증샷 (4095m) 

 

 

2013년 3월 16일 07시 01분 정상에 올라 뜨는 해를 맞이했다. 높은 구름 탓에 아름다운 햇님은 못 뵈었어도 바알간 구름을 타고 계시는 산신령님께 필자의 가족들과 지인들의 소원이 담긴 부적을 들고 간절히 또 간절히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기원 드렸다.

 

정상의 해돋이는 구름 해돋이로 끝을 내고 인증샷하는데 족히 10분씩은 걸렸다. 좁은 정상에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에 매달려 춥고 바람찬 정상에 꽃을 피웠다. 사진을 더 많이 찍고 싶었지만 GAS가 수시로 산을 덮는 바람에 해뜨기 전까지는 어두워서 못 찍고 날이 밝자 GAS 때문에 그 아름다운 정상의 광경을 기다리다 지쳐 단념해야 했다.

 

이제는 이 산의 배이스캠프 격인 라반라타산장으로 돌아가는 길만 남았다. 날이 밝자 필자가 산장에서 올라온 약1000m의 거대한 암봉이 눈앞에 가득 찼다. 정말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없는 까까머리 돌산이었다. 경사는 30도에서 50도 정도로 가름하면 되겠고 서울의 백운대 정도를 오를 정도면 이곳도 무난하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는 앞에서 서술한대로 3000m이상에서 오는 고소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이지 산의 험준도가 문제 되지는 않았다.

 

710분 정상 출발해서 산장까지 41분이 지난 751분에 도착했다. 고도를 낮추며 거의 직선에 가깝게 내리꽂는 하산길은 생각보다 훨 쉬웠다. 고산증도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정신은 콧노래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사진을 여러 장 남기고 싶었지만 원망스런 GAS 덕에 내려오는 것에만 집중했다.

 

산장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밤을 지새운 정상의 도전이 성공적으로 끝이 난 터이라 긴장도 풀렸지만 며칠새 부족한 잠 때문에 식당 의자에 앉아 깊은 토끼잠을잤다.

 

940분 일행의 식사와 휴식이 끝나자 여름복장으로 갈아입고 하산을 시작했다. 역시 고스증세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다만 이 산은 처음 시작에서 정상까지 단 1번도 내리막이 없는 오로지 상승이고, 내려 올 때는 반대로 오로지 하강만 있는 산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출발점인 팀폰게이트에 1210분에 도착했다. 정상속도로 3시간 하산이라고 하니 조금 일찍 내려 온 듯 했다. 밀림 가득한 게이트 건물 바랜다에서 그늘을 찾아 오수를 즐겼다.

 

마지막 일행이 도착한 후 국립공원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들었다. 식사 이야기를 하자면 대부분의 산 타는 분들은 먹는 것에 그리 목숨을 걸지 않는다.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먹는 것이니, 상식을 벗어나 크게 문제가 없으면 이방의 음식도 잘 먹고 즐길 줄 안다.

 

이번 트레킹 여행사에서 준비한 식사에 대해 필자 개인의 생각으로 그런 지역 여건 속에 최선의 노력을 해주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우선 첫 날 아침은 소고기나 닭고기 요리와 야채, 밥이었고, 점심은 어설프지만 고추가 곁드린 한식 도시락을 산중턱에서 먹었다.

 

라반라타 산장의 저녁은 뷔페식으로 음식의 질이나 양에서 흡족했고, 하산 후 점심도 뷔페식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국립공원내에 단 한군데의 레스토랑 식사이니 누구를 탓 할 일이 없는 것이다. (필자 개인 생각으로 한국에서 별도 음식 준비해갈 필요 없음)

 

 

코타키나발루 정상 등정 인증서로 정상등정 못하면 칼라가 아닌 흑백 인증서이며 동행한 현지 가이드가 등정여부를 체크해서 인증서 기관에 통보 한다.

 

식사를 마치고 졸업장 같은 코타키나발루 완등 증명서를 받아들고 기쁨의 키스를 하였다. 다시 버스를 타고 일행 모두는 기절한 듯이 곤한 잠에 빠져버렸다.

 

2시간 30분이 지나 시내로 돌아왔다. 첫 날 공항에서 새벽을 달려 갈 때 보지 못하였던 외부 풍경이 이채로웠지만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고 내리누르는 그 놈에게 시야를 빼앗기고 차의 흔들림에 땀에 쩔은 머리를 휘저으며 정신을 놓았다.

 

이후 일행은 여행사의 일정에 따라 최고급호텔에서 죽은 듯한 잠을 잤고, 다음날 섬으로 들어가 바닷가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새벽 150분 귀국비행기에 올라 인천공항에 오전 745분에 도착했다.

 

항공시간이야 마음대로 안되겠지만 현지에 오후 도착하여 휴식 후 산에 올랐으면 무박에 가까운 산행을 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귀국도 새벽 150분 비행기 이륙으로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저녁 10시 이전부터 그 때까지 비행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많이 불편했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해서 2013.3.14 - 2013.3.18 까지의 코타키나발루 4095m 산행을 종료했다. 이 글은 아름다운 도전을 준비하는 다음 등산객들을 위해 필자가 겪었던 산행 느낌을 글로 옮겨 놓은 것이다. 등반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며 인생은 역시 도전하고 이루어 가는데 삶의 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내년에는 킬로만자로를(5895M) 향해 필자는 또 다른 도전을 해나갈 것이다. /

 

 

참고사항

 

-  간식은 간식용 초코바나 육포 종류 간단히 1-2개 정도면 됨.

모든 식사,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도록 제공됨.

화폐인 링깃 환전할 필요 없음현지 돈 쓸 일이 없음.

-  3000M 이상 등반은 동계복장이어야 함.

- 기타 여행사에서 챙기라는 물품을 준비하면 됨.(썬그라스 등)/.

   

역시 더운 나라이다 

   

1박한 호텔에서 새벽에 바라본 코타키나산

 

첫 날 호텔로 창을 통해 코타카나산이 보였다

 

공원관리소 신고마치고 정상을 배경으로

 

코타키나발루 출입증

 

2455m 열대이니 땀에 흠뻑 젖을 밖에

 

2634m

 

3001m

 

라반라타산장 도착

 

라반라타 산장 위쪽 정상부 암봉

 

산장 테라스에서 정상을 바라보다

 

정상 4095m 인증샷

 

시내로 돌아와 호텔에 묵다

 

하루밤 쉬어서인지 로비에서 여유가 있다

 

코타키나발루는 해양 휴양지로 항구에 요트가 즐비했다.

 

배를 타고 작은 섬으로 달린다  

 

저렇게 허리살이 많더란 말이냐?

 

시내외관 이슬람 사원

 

마지막 날  훌륭한 식사(삼겹살)와 민속 공연

 

서빙하는 말레이 처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