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철 칼봉산 & 빛과 소금
독고철 칼봉산 & 빛과 소금
누구나 살면서 영원한 적수가 있기 마련이다. 그 적수가 마누라 일수도 있고, 직장 동료일수도 있으며, 동서나 시누이, 올케, 형제 일수도 또 절친한 친구일수도 있다. 적수를 만나면 다른 사람에게는 다 져도 그 사람에게만은 손톱만큼도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인 것이...무슨 철천지 원수도 아니고..... 아무튼 사람은 묘한 각자의 정신 세계를 가진 영물임에 틀림없다.
적수는 꼭 부정적 의미의 단어만은 아니다. 적수는 자신을 일깨워주는 스승이기도 하고 , 나태한 자신의 채찍이기도 하며 때로는 질투에 떨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존경하게 되고 닮고 싶어 하는 상대일수도 있음은 우리는 부정하지 않는다.
내 적수는 중학교 1학년에 만난 친구이다. 뻐덩니에 공부를 남달리 잘하고 의리의 미남얼굴로 어느 모임에 있어도 눈에 띄는 친구였다. 또 한사람의 군계일학이라고 자칭하던 필자를 그 친구를 보면 적수...정말 무엇 하나 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던 호적수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근 50년을 질투와 존경과 미움을 우정으로 지내온 친구인 셈이다.
2016.11.07 발간한 "빛과 소금" 수필집
그 적수와의 환갑기념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다. 2014년부터 2016년 동안 주고 받은 문자를 모아 A4 267쪽짜리 ...세상에 단 2권 밖에 없는 책을 만들어 그 중 1권을 친구에게 보내며 세월이 지나면 지금에 우리 모습과 생각을 남길수 없을 것 같아 책을 만들어 친구에게 선물 한다는 글을 전했다.
아마도 영원한 맞수 그 친구는 자기도 책을 쓰고 말겠다며 무척이나 배가 아파 몇날 며칠 입 맛을 잃고 밤새워 천정에 이 생각 저생각을 그렸으리라 상상해본다. 아흐 이 상쾌함.....그러고 보니 벌써 6번째 책 출간이다. 책을 쓰고 출간 할 수 있는 재능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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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5 토요일
밤새도록 배가 아파 깊은 잠을 잘수 없었다. 화장실을 드나 들면서도 올해 마지막 단풍을 모른 척 지낼 것인가? 아니면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을 붙들어 세울 것인가에 대한 망설임으로 포기와 강행속에 아침을 맞았다.
밥을 끓여 배를 채우고 7시 집을 나섰다. 동서울 터미널이 버스로 15분 거리 있어 지방 산행이나 라이딩에 더 없는 행복 조건으로 집을 나설수 있는 것이다.
가평까지는 시외버스로 이후는 택시를 갈아타고 목표 출발지점인 칼봉산 자연휴양림까지 이동했다. 예상대로 가을단풍이 절정이었으면 했는데 며칠전 가을비에 곱던 단풍이 낙엽의 초입지경에 이르고 가로수 은행잎은 낙엽으로도 가치를 잃고 누추하게 딩굴고 있었다.
칼봉산 자연휴양림 관리동 (이곳까지 택시 이동)
들머리 : 개울 건너 백학동마을 길로 들어서야 한다.
오토캠핑장 가는 길
경반분교(폐교) 운동장이 오토캠핑장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깊은 계곡에서 뿜어 나오는 산의 향기에 취해 10시 정각 1차 목표인 경반 오토캠핑장을 향해 개울을 건넜다. 예상대로 오토캠핑장까지는 승용차가 가기에는 불가한 산악 비포장도로로 깊은 산 계곡을 타고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경반분교까지 이어진다. 그곳에는 출발한지 35분이 지난 10시35분에 도착했다.
주말임에도 계절 탓인지 계곡과 오토캠핑장에는 인적이 끊겨 있었다. 그곳까지 비포장길을 홀로 걸으며 곳곳에 보고 싶지 않은 인간들의 자취를 보며 역시 자연을 훼손하는 가장 큰 적은 인간이 확실하고 게다가 차량까지 구비하면 그 다음부터는 양심있는 체면있는 인간들이기를 바랄뿐 대책이 없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호주로 이민가서 택시기사하는 55세 사람이 쓴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내용은 호주는 선진국임에 틀림없다. 공중도덕을 지키고 법을 준수하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자유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 사람의 이야기는 좀 다른 구석이 있었다. 호주의 대부분 정상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와 농촌을 포함하여 선진국의식을 가진 일등국민이 맞다.
문제는 도시의 일부 사람들중 교육을 받지 못한 문제아들인데 이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거리의 부랑자가 되어 길거리 난동, 폭행, 강도, 강간등 도저히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양심이라는 인간 기본의 심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밀림속 원주민만도 정말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슬그머니 쓰레기를 버리고 슬그머니 양심을 포기한채 도덕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일들이 사회 곳곳에서 만연되어 있다.
예를 들자면 산이나 바다에 놀러가서 집으로 되가져 가면 될 쓰레기를 슬그머니 버리고 가고, 버려진 양심은 유행처럼 너도나도 쓰레기를 버려 정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너무 쉽게 눈에 띤다.
서울 둘레길을 걷다보면 고속순환도로 바깥 경사면에 냉장고등 가전제품을 비롯 심지어 소파까지 버려진 것을 볼 수 있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차에 싣고 와서 버리고 갔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의식 현실일까? 남이 버리면 나도 버려도 되는 것이고, 술을 먹다 휴계소 벤취에 버려두고 가도 나만 좋으면 그만일 것일까? 아마도 부모가 이 모양이면 자식이 보고 자라 창피함도 모르는 저속한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 버리지는 않을까? 자식 키우는 부모입장으로 한 번쯤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산이 높고 깊어 옥수가 계곡을 덮었다.
버려진 양심...
- 차량이 닿는 계곡 곳곳이 이 지경이다. - 가평군은 어떤 식으로든 읍에서 지척인 이 곳을 유지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홍수가 나면 팔당댐으로 이 쓰레기들이 몰려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경반분교 오토 캠핑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반분교에서 경반사까지는 25분 정도 소요되었다. 칼봉산 휴양소에서부터는 천천히 1시간이 소요되어 11시에 경반사에 도착했다.
경반사는 인적이 없었다. 법당은 문고리에 철선이 감겨 있고 안으로 들어서자 곰팡이 냄새가 가득했다. 아마도 필요할 때만 이곳에 와서 기도를 드리는 절이다 싶었다.
그곳에서 잠시 머물며 휴식을 취했지만 좀처럼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았다, 경반사에서 정상까지는 천천히 1시간 30분 정도면 정상에 이를 수 있는데 배탈난 것으로 모자라 열이 오르면서 무리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택한 것이 아쉽지만 450m 오르면 수락폭포가 있다고 하여 그곳을 목표로 이동했다. 11시 30분 수락폭포에 다가 갈수 있었다. 갈수기 임에도 풍부한 계곡물이 낙차 30m를 이루며 힘차게 내구르고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 나이가 되도록 산에 오르며 포기한 적이 없었는데 배탈로 잠 못이루고 몸에 열이 나는 것을 극복하기가 힘들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오던 길을 되돌아 칼봉산 휴양림으로 향했다. 휴양림에서 회목고개까지 지루한 산판도로 아니 군작전도로라 함이 맞을 것 같다. 고도를 천천히 올리고 내리지만 산타는 사람들이 질색을 하는 도로 걷기이니 그 지루함에 칼봉산이 사람들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인적이 없는 경반사
컨디션이 사나왔다. 수락폭포는 꽤 멋스러웠다.
13시 백학동 개울을 통과하며 산행을 마쳤다.
정상이 남았으니 다시 와야 할 칼봉산이지만 그리 반갑지 않을 산행일것 같다. 그래서 100대 명산에 들지 못하는 것이겠지 싶다. 계곡이 깊어 맑은 공기는 만끽했지만 인간들이 오염시켜 놓은 곳곳의 불쾌함이 오늘 정상을 포기하게 하지 않았나도 싶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상관 할바 아니지만 버려진 양심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하루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