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국토종주

독고철 오천길 라이딩

독고철 2016. 10. 24. 14:07

 

 

독고철의 오천길 라이딩

 

2016.10.22  새벽 5시부터 부지런을 떨어 수안보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난달 금강을 종주하며 연결해서 마무리 지으려던 오천길... 컨디션 난조와 우천으로 포기 했었던 바로 그길이다.

 

수안보에서 택시로 갈아타고 2015년 삼복더위에 혀를 빼물고 라이딩으로 올랐던 소조령 고개를 넘어 문경세재 이화령과 괴산, 연풍을 가르는 행촌교차로 삼거리에 도달하게 된다. 그곳에서 자전거를 조립하여 대청댐에서 시작된 금강과 이곳에서 시작된 미호천이 만나는 합강 인증센터까지 약 100km 남짓을 달리는 길이 오천길이다.

 

 

 

오천길이란 5개의 하천을 통과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연풍부터 쌍천21km-달천5.5km-성황천18.5km-보강천15km-미호천40km  약100km이다.

 

  

 

10도 안팍의 차가운 아침 공기가 나를 맞았다.

 

 

 

 9시 정각 행촌교차로 인층쎈타를 출발했다. 행촌 교차로에서 오천길은 연풍 시내쪽 파란색 차선을 따라 500m 정도 언덕길을 내려오면 우측으로 파란색 자전거선이 이어지며 그곳에서 쌍천을 타고 괴산을 향해 기분 좋은 라이딩을 하면 된다.

 

 

깊은 산골답게 수줍은 단풍이 시작을 알리고 있었고 차분한 냇가에 오리들이 파문을 일으키며 분주히 두 발을 휘젖고 있었다. 큰 산들이 많은 오천길이라 천을 따라 라이딩을 하면서도 업다운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오천은 업다운 걱정이 없는 평탄한 금강과도 같은 너그러운 자전거 길을 가지고 있었다. 첫번째 인증소인 괴강교에는 출발 1시간만인 10시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 탓인지 라이딩 내내 인적이 드물었고 괴강교 텐트에서 밤을 지샌 몇몇 사람들을 만나 가을의 고독상 사진을 남길수 있었다.  

  

 

괴강교 인증센터 (출발점에서 1시간 소요)

  

 

괴강교 유원지 강 건너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가을을 사고 싶은 남자

 

 

괴강교는 보로 인해 강물이 제법 넓고 깊게 자리 잡은 곳으로 가을을 탐하기에 그만인 장소들이 곳곳에 있었다. 데이트 중인 젊은 연인들의 뜻모를 얇은 소가 나그네의 심정을 따뜻하게 해주었고 낙엽소리 들으며 정지된 30분의 시간을 소비했지만 찬 공기 만큼이나 상쾌한 기분에 동화속 벤취를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10시20분 괴강공원을 출발해서 다음 인증소인 백로공원에는 12시에 도착했다. 연풍에서 괴강공원이 있는 괴산까지는 커다란 산채를 휘감은 소하천을 타고 깊어가는 가을 정취에 빠져 있었다면, 괴강교에 이르러 소하천이 깊이와 넓이 면에서 직은강 형상을 갖추기 시작하며 깊은 산중에 분지형 도시가 들어섰는데 그곳이 바로 괴산이었다.

 

군사적으로는 국토중원 동서 산맥의 길목 가운데 위치해서 삼국시대부터 전쟁으로 인한 숱한 애환이 서렸을 만한 곳이었다. 잠시 괴강변에 자전거를 세우고 괴산의 하늘과 모양새를 눈에 담았다.

 

괴산을 지나 중간 크기 산들 사이를 하천을 끼고 달리다 보면 서서히 동쪽으로 경사진 길이 한 동안 어지다가 보광수련원 고개를 넘는 순간 급경사 내리막 길을 이루며 넓은 증평군 들이 눈에 들어 온다.

 

이제까지 하늘을 가득 채웠던 커다란 산들은 자취를 감추고 넓은 들엔 추수를 기다리는 영글은 나락들이 고개숙여 채우고, 소하천을 벗어나 중하천으로 들판을 가로지르는 뚝방길을 따라 으악새부터 억새까지 황금의 물결이 넓어진 하천 고수부지를 덮었다.

  

 

증평 시내 한복판의 백로공원    

  

 

보기만 해도 풍년이 가득한 들판을 지나쳐 달렸다. 

  

 

미호천 억새군락

 

 

증평들을 지나면서 천정천의 폭 넓은 미호천이 인상이었다.  50년전 한강 지류의 민낯도 꼭 저런 모이었다. 잠시 소개해보면 제멋대로 물줄기는 사행천을 이루고 높고 낮은 하상에는 잡풀과 억새풀이 깊이를 알수 없도록 뒤덮고 있었다.

 

뚝 바깥 들판보은 하상 수위는 전형적인 천청천으로 형성되어 한 눈에 홍수를 걱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평군은 다른 곳과 비교해서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증평군 시내 한 곁으로 신도시 같은 신규 아파트 타운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가 무얼까 고민해 보다가 청주와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출발점에서 3시간 걸려 도착한 백로공원이 있는 증평에서 순대국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시장통을 기웃거리며 1시간 가량 휴식을 취했다. 13시 다시 페달을 밟으며 다음 인증소인 무심천교를 향했다. 증평을 지나면서 넓은 하상을 가진 가공되지 않미호천은 청주에서 흘러온 무심천을 만나면서 그 폭을 키우고 대한민국에 얼마남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하천과 하상을 볼수 있게 해주었다. 엉뚱한지는 몰라도 내년 여름에는 작은 고무보트 하나 준비해서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미호천을 친구들과 함께 탐험해 봐야겠다고 희망을 그려 보았다. 

  

 

  

 

  

 

  

 

 

 

14시20분 청주시 무심천 인증센타를 통과했다. 증평 백로공원에서 1시간 20분이 소요 되었다. 예정대로면 출발후 라이딩 4시간으로 60km를 주파한 것이기에 한낮 햇빛이 따가운 시간에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잠시 목을 축이고 피로도를 점검한 결과 충분한 체력적 여력이 남아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역시 선선한 가을 바람이 피로를 덜 느끼도록 해주는 것 같았다. 내친김에 남은 구간인 무심천에서 합강공원 골인 지점 무작정 달려 보기로 했다.

 

14시 30분 무심천인증소를 출발했다. 16시 오송역 고가 철도 밑을 통과했다. 금강을 통과하며 느낀 평화로움이 오천에서도 증평을 지나면서 계속되었다. 충청들 기질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대청댐에서 출발한 금강과 연풍에서 괴산 증평청주 오송을 지나 두 강이 만나는 세종시 합강공원에도착했다. 세종시에서 두 강이 만나는 것이다.

  

 

오송역 기차철로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곳에 있는 사장교이 다리가 보이면 드디어 오천길 종주가 끝이 난다

 

 

 

드디어 종주를 끝냈다.

 

 

17시 드디어 오천 종주를 마쳤다. 9시에 출발했으니 8시간이 소요되었고 점심시간을 제하면 7시간 자전거 안장에 올라 페달을 밟았다. 2015년 5월 쓸개제거 수술을 하고 8월달 염천에 라이딩으로 국토종주에 도전했다. 2016년 봄부터 4대강 라이딩 목표를 세우고 섬진강, 영산강, 금강, 오늘 드디어 오천길을 끝으로 4대강 종주를 마쳤다.

 

한강, 낙동강, 섬진강, 영산강, 금강, 오천중에서 가장 감동을 준 강은 낙동강이었으며 다시 가고 싶은강은 섬진강이었다. 초보자라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비싼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전 가능한 강은 금강과 오천이다.  가장 열악한 자전거길은 영산강의 목포 인근 자전거 도로가 아닐까 싶다.

 

이제 남은 길은 강원도 해안 종주와 제주도 일주이다. 그러면 그랜드 슬램으로 도전을 멈출수 밖에 없다.또 다른 도전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때이다. 국토종주와, 4대강 종주를 후원해주고 응원해주신분들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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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3 일요일

 

오천길 종주를 마치고 늦은 밤 귀가하여 깊은 잠으로 체력을 회복하고...한 달을 벌러 벗이 멀리서 나를 찾으니 어떤 기쁨이 그보다 더하리오. 아침을 서둘러 새벽 기차로 먼 길 달려온 친구를 맞아 한양도성중 일부를 함께 걸었다.

 

1호선 동대문역 1번출구를 나와 성곽을 끼고 낙산을 오르면 서울을 한 눈에 바라 볼수 있는 절경과 맞서게 된다. "백문이 불여 일견" 산보 삼아 서울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가보시길 권한다. 구두도 좋고요, 걷기 싫은 분은 한성대 앞에서 낙산공원 가는 마을버스를 타면 정상에 내려준다.  

 

동대문을 출발해서 낙산에 올랐다가 성곽을 따라 내려가면 혜화문을 만난다. 혜화문에 올라 지정된 둘레길을 걸으면 서울과학고에 이르고  그곳의 유명하다는 왕돈까스집들이 있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과학고를 끼고 산을 오르면 고즈넉한 부촌과 쓰러져 가는 무허가 집들이 공존하는 성북동을 호기심 있게 바라 볼수 있다. 잠깐의 수고로 말고개 전망대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신분증으로 출입증을 받게된다. 잊지말아야 하는 것은 신분증 없으면 절대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50년지기 내 친구와 낙산에서

 

 

 

말바위 게이트

  

 

 

 청와대 뒷산이다

 

 

9시30분 동대문역에서 성곽을 끼고 올랐다. 낙산 정상에는 아주 천천히 9시50분 (출발에서 20분), 말바위 전망대 11지30분 (출발에서 2시간), 북악산 정상 12시10분 (출발에서 2시간40분),자하문 게이트 출구 12시40분 (출발에서 3시간10분)

 

하늘이 도운 것인지 인왕산에 붙을 즈음 가을비님이오시기 시작했다. 한양도성길을 접고 통인시장으로 내려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역시 친구와 장 맛은 오랠수록 좋은 것이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