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

독고철 용화산 종주 100대 명산

독고철 2013. 7. 9. 14:40

 

용화산(878m) 종주 100대 명산

 

 

20127월 그러니까 내가 다니는 회사가 법정관리라는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그때까지 1주일이면 일요일만 쉬던 일상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을 쉬는 때를 맞이 했다그 당시만 해도 회사의 정리 일정으로 보아 은퇴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은퇴후 1목표로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를 (5895m)정복하겠다는 꿈을 가졌던 나는꿈을 향한 첫걸음으로 동남아시아의 제1고봉 코타키나발루 마운틴을 (4103m) 고산적응 훈련산으로 정하고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들어 갔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을 1000m이상의 준봉에서 보내며 20127월부터 계속한 산행은 한 달이면 6회정도의 산행을 시도 했고 다음해인 20133월 중순 나에게 의미있는 코타키나발루 마운틴 정복을 이룰수 있었다.

 

 

 

 

 

말레이지아 코타키나 발루 4095.2m 정상 정복

 

 2012년 년말로 예상되었던 은퇴시기는 그럭저럭 오늘 20137월을 맞이하고 있다.  주말에 자기 좋다고 산에서만 살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우리들은 이 핑꼐 저핑계로 1달이면 2회정도 정기적으로 산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킬리만자로의 꿈을 가진 나는 한 달이면 5-6회의 산행을 계속하고 있다. 마치 그것이 나의 운명인양 말이다.

 

이제까지 국내산은 꼭 의미를 두고 다지지는 않은 것 같다그냥 편하게 이끌리는대로 산을 타던 나는 최근 또다른 재미에 빠져들었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이 그것이다. 북한산은 200번도 넘게 넘나든 것 같은데 미지의 100대 명산은 내게 또다른 기대감과 목표의식을 안겨주었다.

 

대체적으로 남부권역인 경상남도 일부와 전라남도 일부 그리고 울진 위아래 설악산 줄기 몇 산을 넘지 못한 것을 알았다. 그래서 요즘 내가 선택한 산들은 100대명산중 오르지 못한 산들을 한 달이면 최소 2개씩 해결하고 나머지는 서울 근교산행으로 즐기고 있다.

 

용화산강원도 춘천과 화천을 가르며 기암괴석 정상봉들은 가지고 길게 능선을 뻗어 내린 100대 명산이다산악회 일행이 되어 장마비가 온다는 일요일 아침, 준비를 단단히 하고 산을 향했다. 버스는 춘천을 지나 화천으로 다시 큰고개 들머리 앞에서 장마비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정한 산꾼들 일행 36명을 쏟아냈다.

 

다행이 비는 오지 않았으나 습도 높은 산에는 짙은 안개가 천지를 하얗게 덮고 있었다. 당일 예정된 산행은 용화산과 연계해서 오봉산까지 7시간이었다. 통상 6시간은 하는 것이니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파른 비탈을 치고 올랐다. 산행 거리를 고려해서 큰고개에서 시작한 산행은 일행을 30분만에 정상에 올려 놓았다진행 표시안내판을 따라 부지런을 떨며 산행을 계속 하던 선두그룹은 산아래로만  뻗은 길을 내닫다가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재정비 하는 과정에서 표시 안내판이 반대로 설치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사람들 쓰는 말로 알바를 한셈이었다다들 궁시렁 거리며 당장이라도 쏟아부을 검은 하늘이 떠 있는 정산을 향해 재도전의 구슬땀을 흘렸다. 사실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오른 다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능선을 내닫고 있을 본대와 거리를 좁혀서 따라 붙어야 한다는 긴장감, 오봉산을 가기 위한 배후령 레프 타임이 1430분이고 보면 그리 썩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산행한지 4시간 30분이 흘러 큰고개에서 용화산 정상을 돌아 한참 동안 알바를 하고 다시 리턴하여 고탄령 사여교 배후령까지 이어지는 능선 산길을 나는듯 내달았다배후령 오봉산  레프타임인 1430분에 10분 전 1420분에 오봉산 입구에 도착했다

 

알바를 하지 않았다면 3시간30분이면 족했을 산행이었고 친구들과 유람산행을 한다면 5시간 잡으면 충분한 거리라는 생각을 했다. 정상부 일부 바위 구간을 조금 조심하면 그리 위험한 곳은 없었다. 다만 능선 산행 모든 구간이 오르내림을 계속해야 하는 수고는 있겠다 싶었다.

 

 

 

 

  

선두와 합류한 배후령에서 오봉산 연계팀과 잔류팀을 구분했다오봉산은 이곳에서 2시간 30분 더 산행을 해야 한다검은 구름바다에서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36명의 일행중 선두 그룹 일부가 레프 타임인 230분 기점으로 오봉산을 향해 빗

속으로 떠나갔다.

     

빗 속의 산행을 생각하다가 4시간 30분 산행으로 만족하자는 생각을 했다.  '가끔은 이렇게 여유도 있어야지' 하면서 말이다사실 얼마전 우중 산행으로 오봉산을 다녀 온 이유도 있었다. 잔류팀에 남아 반정도 남아 있을 후속 일행을 빗 속에서 기다렸다.

 

깊은 산속에서 등산화에서 쌘들로, 등산바지에서 반바지로 손에 우산을 들고 검은 하늘에서 쏟아내는 커다란 물방울을 

기분 좋게 받아 드렸다. 어쩌면 이런 여유가 내게 몹시 필요 했던 것은 아닐까? 다음주에는 동해로 가서 응봉산 7시간에 도전한다남이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도 내가 행복하니 그 또한 기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