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철의 에이스 한라산 오르기
1월의 한라산 오르기
2016.1.16부터 1주일간 제주도는 폭설에 묻히었다. 제주공항은 물론 항구까지 강설과 강풍으로 모든 교통수단이 마비되어 버린 것이다. 티브이화면에서는 제주를 떠나려는 관광객들이 대합실에 골판지(박스)를 갈고 노숙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처음 겪는 대규모 사태에 예상 메뉴얼은 쓸모없었다.
20일까지 4일 동안 제주에 묶인 관광객이 9만명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1982년 내가 신혼여행을 올 때만 해도 제주는 돈이 있는 사람들이나 다녀오는 곳이었는데 저가 항공사들이 생기면서 평일이면 고속버스 요금보다 저렴한 비행요금이 해외로 나가던 국내관광객을 불러 모은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나는 일행 5인과 폭설로 천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한라산을 향해 예정대로 길을 나섰다. 저가항공료는 한 달전에 구매를 해서 24800원 이었고, 올라올 때는 48000원을 지불했으니 항공료로 72800원을 썼다. 정규항공 편도 요금 정도면 다녀올 수 있으니 정말 매력넘치는 제주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라산을 오르는 대중교통은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6시30분 첫차가 있다. 통상 성판악까지 택시로 이동하며 (택시비 45000원) 편한 일이었지만 대중교통으로 산에 오르는 것도 재미난 추억일 것 같아 택한 일이었다. (버스비 인당 1800원) 일행은 40분이 지나 성판악에 도착했다. 첫 차에는 산을 향하는 등산객들이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차 안을 제법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난밤 제주 도착할 때부터 염치없이 1월의 비를 뿌리던 날씨는 밤새 내리고도 모자라 성판악에서는 그 기세를 더욱 높이고 있었다. 성판악은 해발 740m로 가는 눈발을 기대 했었는데 초장부터 어려운 산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젠. 스페치, 우비를 기본장구를 착용하고 7시50분 드디어 성판악 입구를 통과하여 산으로 향했다. 왕복약 20km, 소요시간 8-10시간, 진달래 산장을 12시까지 통과하는 자만이 백록담이 있는 정상을 향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일행 5명은 하루 종일 쏟고도 모자라 다음날까지 계속된 우중 산행을 눈과 비가 골을 이룬 질퍽한 산길을 따라 정상을 향해 움직였다.
가끔 와 보는 한라산이지만 1월에 우중 산행을 하리라는 상상은 해본적이 없었는데 시작점에서 약 1km 정도 물구덩이와의 싸움이었다. 방수가 된다는 고어텍스 값비싼 등산화도 눈과 물이 섞여 발목까지 빠지는 상황에서 속수무책 등산화 안으로 차가운 얼음물을 쏟아 부었다.
출발한지 1시간이 못되어 일행의 배낭을 앞뒤로 매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우의 속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온몸이 다 젖고, 발은 차가운 얼음물 속에 잠시도 걷지 않고는 못 베기는 실제 상황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정상을 향한 의지를 꺽기에 충분했다.
1km 지나서부터 발목까지 빠지는 물구렁텅이를 벗어나 눈으로 뒤덮힌 산길을 따라 정상을 향해 걸었다. 일행중 나를 포함한 2인이 뒤로 쳐지고 3인은 12시 진달래 산장 통과해서 정상을 목표로 그칠줄 모르는 우중 산행을 해 나갔다. 결론적으로 일행중 2인은 백록담이 보이지 않는 악천후 속에서 정상 인증 사진을 찍었고, 나머지 3인은 진달래 산장에서 하산을 결정했다. 온 몸이 젖어 더 이상 산행은 무리였기 때문이다.
진달래 산장 하산팀은 14시 20분 비오는 성판악에 도착할수 있었다. 6시간 20분 동안 빗속에서 나름대로 고군분투 한 결과였다. 정상팀은 17시 하산되었다. 우중 9시간 산행의 소중한 결과였다.
2명만 한라산 정상 인증샷을 찍을 수 있었다
서귀포 숙소로 이동해서 소름이 돋은 온 몸을 뜨거운 물로 씻을 수 있었다. 1월 산행치고는 정말 고약한 한라산 등반이었다. 한가지 주목 할 일은 젖은 옷가지와 신발등은 제주에 발달된 빨래방에 연락을 하니 2시간만에 뽀송 뽀송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알았다.
아쉬움을 담아 제주 흑돼지로 저녁을 먹고 다음날 예정이었던 어리목 - 영실구간은 폭설여파로 통제되어 신혼
때 보았던 천지연 폭포를 둘러보고 섭지코지, 성산 일출봉, 월정리 까페촌과 동문시장를 둘러 서울로 돌아왔다.
불행하게도 우천속에서 여유가 없어 사진을 남기지 못해 아쉽다. 그런 날도 있는 거지 ... 해 본다.
수확이 있다면 저가 항공 여파로 제주도는 육지보다 가깝고 저렴한 여행 지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끝.
월정리 까페촌에서 어벙한 포즈를 연출하며 사진을 찍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