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철의 낙동강종주 라이딩 (낙단보-강정고령보)
낙동강종주 라이딩 2 (낙단보 - 강정고령보)
(자전거 탄지 13일째)
낙동강종주를 계획하고 있는 분이라면 전구간 라이딩 동안 잊지 말아야 할 원칙이 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어느 곳이든 사람들로 넘쳐나고 그곳엔 물질의 풍요가 함께 해서 주머니에 돈만 두둑하면 해결 못할 일이 없는 대한민국이지만 서울을 벗어난 자전거 길 사정은 예상치 못한 황량함에 낯섫기만 했다.
첫번째 물품파는 휴계소가 없다. 이번에 달려본 안동댐에서 창녕까지 약600리 구간에는 거짓처럼 휴계소가 없
었다. 서울 인근처럼 자전거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탓이겠지만 휴계소에서나 길가 상점에서 물이나 간단한 요기를 하겠다는 착각을 해서는 아니된다. 따라서 출발전 먹을 물과 간식을 꼭 준비해서 출발해야 한다.
두번째 숙식에 대한 정보이다
상풍교, 상주보, 낙단보등 인증서 붉은 박스 안에는 라이더들을 위한 지역의 숙박업소 명함이 가득하다. 가격은 1인 3만원으로 석식, 조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필자 같이 폭염을 피해 새벽을 달리고 점심때쯤 일정을 마칠 계획의 라이더는 조식에 문제가 있었다.
해결책으로 목적지에 도달하면 택시를 이용해 주변 도시로 이동 24시간 김밥집 옆에 숙소를 정했다. 다음날 아침 해결후 편의점에 들러 물등을 보충하고 다시 택시로 이동해서 하루일정을 시작했다.
자 그럼 두번째 날 라이딩을 함께 떠나보도록 하자.
2015.8.15 (건국70주년) 토요일
구미에서 두번째 밤을 보냈다. 긴장 때문인지 숙면하기 어려워 자정을 넘겨서는 거의 1-2시간 단위로 잠을 깨야 했다. 추남과의 히말라야 3700m MBC 긴 밤이 생각났지만 아무래도 비교는 무리였다. 4시30분 기상해서 5시까지 몸을 풀었다. 24시 김밥집에서 김밥1줄로 아침을 챙기고 택시를 이용해 낙단보로 이동, 두번째날 라이딩을 6시에 출발했다.
낙단보에서 구미보까지 거리는 19km 1시간20분이 예상되었다. 당일 구미, 칠곡, 대구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고 그 서막을 알리듯 바람 한 점 없는 강변엔 짙은 안개로 낙동강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낙단보에서 구미보까지는 강변둑을 따라 끝 없는 자전거 길이 계속된다. 7시를 넘어서자 얕아진 안개 사이로 구미쪽 낙동강을 바라 볼수 있었다. 강폭은 낙단보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넓어져 있었고 물에 흐름은 더욱 더뎌져 마치 강이 아닌 호수를 보는듯 싶었다. 물의 흐름 때문일까? 강물이 많이 혼탁함을 느꼈으나 내가 사는 서울 광장동 한강물 사정이나 별차이가 없어 보였다.
구미보에는 7시50분 도착했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한 셈이다. 안개로 정상속도보다 늦은 이유도 있고 전날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탓도 있었다.
- 북단쪽 하상자전거 도로를 달리다가 남구미대교에서 다리를 통과, 남단 하상도로로 이동한다.
- 다리 건너 남단하상으로 내려가는 길이 햇갈렸다.
- 특이한 형태의 구미보
젊은이들도 더위에 지쳤는지 늘어진 모습들이었고 필자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구미보에서 칠곡보까지도 시내 일부구간을 제외하고 낙단보에서 구미보와 마찬가지로 끝이 보이지 않는 강변뚝방길에 연속이었다. 뚝방길을 서울로 치자면 차없는 88도로를 상상하면 되겠다.
낙단보에서 부터 넓어진 강폭은 구미보를 지나 칠곡보를 향하면서 더욱 넓어진다는 느낌속에 33도가 넘어섰다는 폭염경보를 뚫고 바람한점 없는 강변길을 달렸다.
한가지 우리 모두 생각해 볼일은 고수부지에 대한 문제이다. 4대강 개발시절 턴키로 공사를 발주하며 강변 고수부지에 현란한 자전거 길과 수변공원, 각종 나무를 심어 공원화 하였던 낙동강의 고수부지는 수년이 지난 현재 거의 자연의 섭리에 그 모습을 맡겨둔 듯 싶다.
키를 넘는 갈대와 달맞이꽃 기타 외래종으로 보이는 잡풀들이 자전거 도로를 제외하고 빼곡히 자리 잡고 가끔 뜬금없이 나타나는 나무들은 가뭄에 고사했거나 잡풀의 집중공격에 제 모습이 아니었다. 설계대로라면 그 곳에는 잔디가 펼쳐져 있어야 하고 정원화 된 고수부지엔 서울처럼 구미시 사람들의 체육공원이 되었어야 할 터인데 현실은 세금만 퍼 넣은 잡풀 덩어리고수부지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고수부지는 자연의 섭리대로 자연스럽게 유지하고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만 만들었어야 했는데 사람들의 이기심과 착각이 오늘처럼 만들지 않았나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구미보를 8시에 출발하여 칠곡보에는 10시10분 도착했다. 32km 거리에 2시간10분을 예상했는데 정상 주행을 한 셈이었다. 정말 더운 날이었는지 물을 4병이나 마셨는데도 열기를 재우기가 쉽지 않았다. 라이딩 하는 많은 사람들이 칠곡보 관리동 사무실 그늘 맨바닥에 아무 생각없이 누워 두 눈을 감고 휴식들을 취했다. 나도 그들처럼 누워 휴식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본 낙동강 보중에 제일 규모가 컸다
당장이라도 중단하고 싶었다
지열과 태양빛을 피해 사진처럼 얼굴을 싸고 달렸다
꿀맛 같은 30분 휴식시간을 취하고 물 2통을 다시 준비해 10시 40분 둘째날의 최종 목표인 강정고령보를 향해 출발했다. 강정고령보까지 거리는 27km로 1시간 50분 예상되었다.
강정고령보는 대구 인근 달성군 강정면과 강건너 고령사이를 가로막은 보의 이름이었다. 새벽에 출발한 낙단보에서 칠곡보까지 대부분 자전거 길이 그러했듯 길게 하류로 향하는 뚝방길을 수도승의 마음으로 달렸다.
야속하게도 당일 달린 뚝방길에는 더위에 지친 라이더들을 위한 그늘 공간이 하나도 없었다. 폭염속에 오직 달려서 바람으로 체온을 식히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칠곡보를 지나면 왜관 철교를 만난다.
강정고령보 (보 관리동 멀지 않은곳에 식사와 물을 살수 있다)
더위에 현기증이 나고 몸과 정신이 지쳐 있었다.
강정고령보에 도착한 시간은 12시40분이었다. 구미보를 출발한지 2시간이 흐른셈이었다. 하루 일과를 정리하면 낙단보 06시 출발-구미보19km -칠곡보32km - 강정고령보27km 총 주행거리 78km에 6시간40분이 소요되었다. 전구간 구미시내 일부구간을 제외하고 뚝방길을 하루종일 변화없이 탄다고 생각하면 된다.
잠자리를 잡고 더위를 먹었는지 곤한 잠에 빠져 12시간 정도 잠에 빠져 있어야 했다. 아무래도 더위를 먹은 듯 했다. 역시 폭염속에 무리한 일정소화는 삼가하는 것이 옳을 듯 싶다. / 둘째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