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철의 이화령 라이딩 (충주 - 상풍교)
독고철의 충주에서 상풍교 라이딩 (11번째)
길옆 한갓진 나팔꽃 삼남매
금요일밤 일기예보는 다음날 내가 지나야 할 충주 문경 상주지역의 뜨거운 열기를 36도에서 38도라고 예보하고 있었다. 어울려 소통하며 크게 웃기보다 혼자인것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 가면서 어차피 인생은 홀로 태어나 홀로 가야 하는 정해진 이치대로 혼자인것이 행복하다고 단정한지 오래이다.
새벽4시 집을 나섰다. 당일 라이딩은 폭염을 대비해서 지도를 연구한 끝에 정상 코스변경을 시도하기로 했다.
연풍에서 시작,이화령을 넘고 상풍교까지 내달린다. 점심은 상주에서 먹은후 챠량을 이용해 다시 연풍으로 이동 한 낮을 피해 3-4시경 소조령에 도전하여 수안보에서 일정을 마감한다. 기상청에서 폭염주의보 발령에 따른 노선 변경이었다.
고속도로는 피서 피크타임답게 영동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가 만나는 호법인근은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짐작하건데 사람들은 나름대로 부지런을 떨어 새벽 2-3시부터 피서길에 나서지 않았나 싶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 IC로 나왔다. 면소재지를 지나 드디어 7시 정각 이화령이 시작되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골프 가는 길에 그곳까지 태워다 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화령 시작 삼거리
이곳부터 이화령 정상까지 오르막 5km이다
이화령 정상까지 5km이다. 이 고개만 넘으면 대한민국 어떤 고개도 자신있게 오를수 있을거라 기대를 하며 자전거 선배들에게 들은 귀동냥을 상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어를 최대한 풀어 놓고 넘어지지 않을 만큼의 속도로 천천히 천천히 페달을 밟다보면 목적을 이룰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7시30분 평소 아끼는 3편의 시를 화두로 정하고 드디어 출발했다.
"하여가" 이방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엃여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엃여 백년동안 누리리
"단심가" 정몽주
이 몸이 죽고 죽어 골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 가실 줄이있으랴
"초사미" 성삼문
이 몸이 죽어서 무엇이 될꼬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천지를 덮을때 독야청청하리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시이고 듣고서 쉬이 잊혀질 시 구절이 아닌 위의 시편중 나는 성삼문의 "초사미" 독야청청이 가장 마음에 든다.
5km의 이화령을 구비져 오르다 보면 4개소의 자전거 휴계소가 있다. 나는 3번째 휴계소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라이딩이 힘들어 걷고 싶을 때마다 화두로 정한 위 세편의 시를 친구 삼아 큰소리로 낭송하며 8시15분 이화령 정상에 오를수 있었다. 45분이 걸린셈이다.
3번째 자전거 휴계소 (전망대 풍광이 일품이다)
드디어 이화령 정상이다
자전거 11번째 타던 날 나는 이화령을 타고 넘었다.
간단한 요기를 하고 문경시를 향한 내리막 길에 나섰다. 오름이 5km이면 내림도 5km .....그러나 자전거 경력이 미천한 나는 큰 깨달음을 몸으로 배워야 했다.
그것은 내리막이 급하고 계속될 때 적정 속도 조절을 위해 자전거의 브레이크를 힘있게 잡고 내려와야 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뒷바퀴 브레이크를 잡는 오른손 손아구에 쥐가 났다. 자동차와 달리 헬맷외에 자신을 보호해주는 아무 것도 없는 몸으로 속도를 죽이기 위해 도로 바깥으로 튕겨 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쥐가 난 손에 있는 힘을 다하고 앞바퀴 브레이크인 왼손에 힘을 가하자 예견한대로 자전거가 솟구쳐 올랐다.
아침나절 차량 통행이 뜸한 시간이어서 그렇지 정신이 버떡나는 순간이었다. 한참 동안 넘어진 곳에서 안정을 되찾고 길가에 앉아 내리막을 달려가는 다른 라이더들을 지켜보았다.
"저 사람들은 손아구 힘이 엄청나구나. 어휴 나는 아직도 오금이 절인데 말이야."
올라갈 때 용기백배 자전거를 타고 올랐는데 내려갈 때는 자전거를 끌고 한참을 걸어서 내려왔다. 누구 하나 필자 같이 내리막 길을 걸어서 내려오는 사람은 없었다.
다른 라이더들을 보며 문제가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내리막 길에서 안장에 앉아 손아구 힘으로만 브레이크를 잡으면 장사라 하더라도 대부분 나와 같이 손에 쥐가 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관찰에 의한 답은 내리막에서 모든 라이더들이 엉덩이를 안장에서 높이 들고 체중을 헨들에 실은 체 달리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시 용기를 내어 엉덩이를 안장에서 들고 두 다리를 뻗인 채 체중을 핸들에 실어 브레이크를 잡아 보았다. 오케이!! 장거리 내리막에서 브레이크 사용법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후 나의 내리막 길은 힘도 들지 않고, 바람에 시원한 쾌적의한 라이딩이 되었다.
이화령을 넘어 문경읍에 들어선다
박정희 대통령 문경에서 선생 재직시 기거했다는 청운각
문경온천 앞 공터에 8시 50분에 도착했다. 8시25분 이화령 정상을 출발했으니 30분 정도면 이곳에 도착하는 셈이다. 휴식시간을 가지며 간식으로 배를 채웠다. 9시 전인데도 후끈한 열기가 온 몸을 땀으로 흠뻑 적셨고 그새 물을 3통이나 마셔야 했다.
이후 불정역까지 낙동강의 최상류인 문경의 하천을 따라 잘 정비 된 자전거 길을 달리게 된다. 크게 오르 내림도 없고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한모금도 마실 수있는 곳곳의 작은 변화에 지루함을 느낄새가 없다.
불정역이다. 굵은 땀방울이 쉼없이 흘렀다. 참고로 얼굴가리개가 없으면 바람과 지열에 호흡이 불편했다.
불정역(철도 폐선으로 퇴역한 기차를 펜션으로 개조 운영)
달리며 느낀 것은 문경시의 자전거길 사랑을 칭찬해주고 싶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충주시 관할 지역 자전거길과는 관심, 애정, 관리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궁금증이 생길만한 곳에 안내판, 곳곳에 자전거길 표시, 항상 시 책임자가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곳이 바로 문경 지역 자전거 길이다. "문경시청 자전거길 관리 책임자님 칭찬드립니다."
불정역을 지나 문경에서 낙동강으로 흐르는 천을 따라 달리다 보면 안동댐에서 시작된 낙동강 종주길과 만나는 상풍교에 이르게 된다. 아기자기한 변화의 문경에 비해 지루함이 있는 그곳을 달려 퇴강 매운탕집을 지나다가 그만 타이어 펑크가 나고 말았다.
4대강 종주길에 나서며 이럴 때를 대비해 베낭에 매고 다니던 비상조치를 실현해야 하는 순간을 맞은 것이다.
무섭게 쏟아내는 폭염속에 길바닥 그늘에 주저 앉아 펑크 수선공이 되었다. 작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펑크수리에 대한 또 다른 노하우를 습득하는 재미가 있었다.
처음해보는 펑크수리
드디어 오전 목표로 세웠던 상풍교 자전거 인증센터
상풍교에는 12시40분 도착했다. 아침 출발 7시30분 부터는 5시간 10분이 소요된 것이고 자전거 펑크 수리 시간 40분을 제하면 4시간30분이 소요되었다.
퇴강매운탕 집에서 빠가사리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상주지역 입맛의 고추장으로 껄죽하게 끓여낸 텁텁한 맛의 매운탕이었다.
그 집 안주인 하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4대강 공사 하고나서 물고기가 잡히질 않는다. 그 이유는 모래와 자갈이었던 강바닥이 뻘로 한자씩 쌓여 있으니 물고기가 잘 살수 있는 생태계가 아니다." 그렇게 볼 부은 말을 하면서도 이런 말로 국민과 나라 사랑에 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야 고기 못잡아 속이 상하지만 나라 위하고 국민 위한다면 조금 손해라도 참아야 하는거 아입니까?" 경상도 사람의 통큰 한마디가 사람과 지역을 달리 보이게 했다.
시골의 매운탕집 안주인이 이런 대국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4대강 사업으로 물흐름이 정체되어 강물이 썩었다는 등 자신의 이익에 급급해서 국민을 선동하고 붉은 띠 두르고 죽자고 데모하는 일부 사람들의 행태가 곱게 생각되지 않았다. 그들 주장대로 녹조를 없애려고 물의 흐름을 빠르게 하여 4대강 수질을 개선하면 문제는 다 해결 되는 것일까? 몇년째 가뭄으로 댐은 물론 전국이 타들어 가는데 보를 다 부수어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면 공업, 농업용수는 차제하고 먹는 물 부족 사태가 왔을때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도 함께 떠들어야 하지 않을까?
상주에서 교통편을 이용해 연풍으로 돌아왔다. 충분한 휴식후 15시 30분 연풍에서 수안보로 향하는 소조령 고개에 도전했다. 소조령 고개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붙인 이름으로 이화령 정상에서 시작하여 조령산 줄기를 타고 문경세제 제3관문까지 이어지는 긴 능선을 우측으로 끼고 수안보로 향하다가 마지막 조령산 끝자락을 살짝타고 넘어가는 고개를 소조령고개라고 하고 있었다.
경사도는 이화령과 비슷했으나 길이는 반정도에 해당하는 2.5km 쯤 되리라 짐작되었다. 이화령을 넘던 차분한 마음으로 소조령을 넘었다.
연풍에서부터 충주까지는 지방도와 자전거 도로가 혼용된 구간이었다. 피서철이라 차량들이 많아 위험했고 자전거 도로라고 잘 보이지도 않는 표시를 해놓은 위험한 도로를 달려야 했다. 도로인접한 곳의 자랄때로 자란 키가 큰 풀들이 자전거의 진행을 방해 했고 심지어 길가에 심어 놓은 해바라기들은 차량에 쫒겨 자전거도로로 진행하는 필자의 얼굴을 사정 없이 후려쳤다.
충주시 자전거 도로 담당자가 한번쯤 이 길을 자전거로 달려 봤으면 이렇게 유지관리 하지는 않았을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더우기 수안보를 지나 탄금대까지 이런 성의 없는 유지관리 자전거 도로는 계속되었다.
"충주시장님 충주에서 연풍까지 또 충주에서 여주까지 직접 자전거 한 번 타보세요. 문경구간도 타 보시고 서울근교와 여주군도 타보세요. 부끄러우실 겁니다."
수안보에는 1시간 30분이 지난 17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리는 13km였지만 소조령 고개와 수안보 진입고개에서 시간이 걸렸고 자전거 펑크 후유증으로 30분마다 자전거에 바람을 재충전해야 했다.
수안보 도착 자전거 인증센터, 만사를 제처두고 늘어지게 쉬고 싶었다.
일요일 아침 7시 수안보를 출발했다.
수안보에서 충주시까지 자전거도로는 전날과 동일한 자동차 혼용 구간으로 자전거여행자들을 위한 배려에 참으로 인색하다는 느낌이었다. 약 27km 열악한 자전거 도로를 2시간 30분 달려 탄금대에 9시30분 도착했다. 곳곳에서 속도를 유지할 수 없었으며 일부는 자갈길 비포장도로로 자전거를 끌며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본인 자전거는 싸이클)
이렇게 국토종주 구간중 세재구간을 마무리 지었다. 총평하자면 충주에서 상풍교까지의 95km 구간을 토요일 새벽에 나서 일요일 오전에 마칠수 있었다. 구간내 큰 고개로는 이화령과 소조령이 있었고 충주에서 문경읍까지 구간은 자동차 혼용도로로 다시 상풍교까지는 대부분 자전거 전용도로로 진행 할수 있었다.
자전거를 시작한지 11회 동안 한강과 세재길을 마쳤다. 이제 낙동강을 끝내면 국토 종주가 완성된다./끝
참고 튜브 펑크 수리 5000원 , 튜브 교체 15000원. 일단 펑크나면 손수 수리하여 타고 가까운 수리점에서 튜브를 교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