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없는 사람
쓸개없는 사람
2015년 5월10일 17시
드디어 병원에 입원을 위한 절차를 밟았다. 체혈과흉부 엑스레이를 찍고 금식으로 시작하는 스케줄이었다. 이번에 잘라내야할 쓸개는 간의 우엽 아래쪽에 붙어 있으며, 길이는 7~8cm이고 폭은 4cm의 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어 보통 쓸개주머니(담낭)라고 한다. 정상인 쓸개액은 1일 500cc-1000cc 정도 생산 된다고 한다
내가 입원한 병실은 6인실로 밤을 맞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듣게 되었다. 그중 나와 또 한사람은 다음날 담낭(쓸개)을 제거하는 경환자였고 나머지 4사람은 간이식 중환자로 정기 치료차 입원한 분들이었다.
간이식으로 1년에서 10년째를 맞고 있다는 이분들의 이구동성 하는 말은 간이식을 하게 해준 자식에게 고맙다는 것과 큰 병은 큰 병원에서 실기하지 말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또 한가지 슬픈 현실은 돈이 없으면 살 수가 없는 병이라고 했다. 간이식 수술과 추가관리 경비에 약1억원이 든다며 그래도 살릴수만 있다면 무슨 짓
인들 못하겠느냐는 말로 결론을 내고 있었다.
강건너 아차산과 내집이 있는데.....
드디어 수술실로 가는 구루마를 탔다.
5월11일 월요일 아침 나는 상의가 벗겨지고 두팔과 다리가 붕대에 묵인채로 수술실 밝은 조명 아래 새로운 세상으로 경험을 떠나는 여행자처럼 수술실 이곳저곳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대여섯명의 초록수술복을 입은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임을 시작하고 모니터에서 나의 심장 박동소리가 날카롭게 소리를 냈다.
수술실 벽에 걸린 시계가 9시를 가르키자 "마취제 들어갑니다. 숫자를 세보세요."라는 멘트를 듣고 일곱까지 세다가 정신을 놓아 버렸다. 삶에 대한 애착이 그런것일까? 마취에서 깨어나며 살고 싶다는 아니 본능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한 욕구에 온 몸을 뒤틀었다.
11시가 되어 입원실로 이동했다. "호흡 크게 하고, 2시간 동안 잠자지 마세요." 누워 있기가 거북스러워 12시경부터 병실 복도를 1시간 정도 거닐었다. 몇 달전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느꼈던 고산증세와 비슷한 머리가 띵하고 호흡할 때 괴롭고, 구토증상과 복부 통증, 온몸에 열이 나고 있었지만 한 번 경험한 일이어서인지 견딜만 했다.
사람이 아프지 않고 산다는 것이 돈이나 명예로도 살수 없는 행복이라는 것을 또 한 번 진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복강경 수술이라 배를 사정 없이 부풀려 놓았다.
"간혹 수술 다음날 퇴원하는 분이 있는데 지금같은 상태라면 내일 퇴원하셔도 되겠습니다."
5월12일 오전 병원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복부와 가슴쪽에 구멍 3개를 뚫고 헤집어 놨으니 불편한 일이지만 참을 수 있는 고통이었다. "다시는 아프지 말아야지. 건강하게 살다가 명을 다해야지. 다시는 병원에 오지 말아야지." 다 아는 거짓말을 입에 담으며 어그적 대는 걸음걸이로 병원을 나왔다.
확실히 정상적인 얼굴이 아니다.
5월13일 부지런한건지 극성스러움인지 아침을 서둘러 어그적대는 걸음걸이로 회사에 출근했다. 어쩌면 나에 대한 오기와 자존심이라는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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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에 빠진자 그 댓가를 치루다."
5월13일 퇴근후 집에서 저녁 만찬을 먹으며 아직은 통증에 어그적 거리는 걸음을 하지만 마음만은 가볍게 며칠동안 비켜선 영양보충을 착실하게 했다. 그래도 멀쩡한 배에 칼을 대고 장기중에 하나인 쓸개를 제거했는데 참을 만 하다며 무슨 감기 앓은 사람 마냥 수술 24시간만에 병원을 나와 다음날 회사 출근하는등 너무 가벼운 마음을 가진 것이 화근이 되었다.
수술로 며칠 굶주렸던터라 괜찮은 컨디션에서 저녁을 과식하고 그것도 모자라 과자와 나쵸로 배를 가득 채운 후 잠자리에 들었던 그날 새벽 3시에 말을 거의 하지 못할 만큼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잠을 깨야했다.
창자가 뒤틀린다는 생각, 얼굴에서는 쉼없이 진땀이 줄줄 쏟아져 흐르고 진통제를 먹고난 효과는 30분을 넘기
지 못했다. 그렇게 아침을 맞고 7시쯤에는 참아보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낭 절제 수술부위가 터진 것일까?" 난생 처음 타보는 119에 실려 아산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가끔 TV에서 보는 응급실 통로에 고통으로 누워버린 환자모습이 되어 검사와 진통제로 저녁을 맞았다.
"의학적으로 수술로 인한 문제는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진통제로 안정시키는 치료방법 밖에 없습니다."
입원실이 없다는 응급실을 빠져나와 아산병원에서 추천하는 잠실근처 개인병원에 8시경 입원했다.
수술을 아산병원에서 받았으니 응급실도 아산병원으로 가야 했던 입장이었지만 응급실 만큼은 아산병원을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응급환자가 너무 많아 의사나 간호사이나 친절하게 할수 없는 그런 환경이 그곳에 있었다. 다음에 응급실에 실려 갈 운명이라면 조금은 한가한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톡톡이 안 셈이다.
목요일 새벽3시 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금식했다. 위나 장이 문제를 일으키면 가장 좋은 치료법이 금식이고 금식후에는 서서히 정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사말을 들으며 이렇게 물었다.
"나 같은 환자가 가끔 있습니까? 수술경과가 아주 좋았는데....."
"아주 가끔 있지요. 과식으로 소장들이 반란을 일으켜 장이 꼬이고 염증이 심화되는 경우인데 평소 건강하고 수술경과가 좋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요. 몸에 장기를 떼어내는 일인데 적어도 1달은 조심해야 하고 6개월은 회복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빨리 건강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너무 강한 탓이지요."
3박4일 동안 금식에 고통에 쉽지 않은 수술 휴유증을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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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13 추가 기록
수술한지 1년이 지났다. 부지런히 운동으로 단련을 해서 추가로 아픈곳 없이 오늘을 맞았다. 단지 쓸개가 없기에소화기능이 떨어지고 아무래도 과식은 정말 피해야 한다 생각한다. 또 기름진 삼겹살등 고기류는 소량으로 먹어야 하고 술은 가능하면 끊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과식을 피하기 위해 간식을 먹고 있으며 (9시, 16시) 한 달전부터 쓸개 제거 선배로 부터 추천 받은 우루사 500정 알약을 사다가 복욕중이다. 쓸개 수술후 또는 간 수술후 쓸개즙 생산 촉진약인데 신통하게도 소화불량으로 불편하던 일이 사라져 버렸고 맥주 한 잔도 기분 좋게 마실수 있다.
과식 후나 자극성 음식을 먹고나서 화장실로 달려가 묽은 변을 보던 일도 사그러 들었으며 변의 형태도 묽지만
예전으로 돌아간다고 느껴진다. 쓸깨 수술하신 분들 과식하지 마시구요....운동 부지런히 하시구요...우루사 식후 1정씩 하루 3번 드시면 훨씬 컨디션이 좋아 진답니다. 참고 하세요. /끝